아침이 오는 게 싫어서
조용한 밤을 붙잡고 졸린 눈을 비빈다.
세상에 무슨 위대한 글을 쓰겠다고
나는 지금 불을 밝히고 덤비고 있나.
아침이 되면 부끄러워 슬그머니 지워버릴 글 몇 조각 들고 왔다 갔다
누가 읽어준다고 혼자 글을 벼르고 있을까.
결국은 우주 속 먼지로 화해버릴 나의 말, 나의 시간.
그래도 나에게는 자못 소중해 잠 못 이루는 밤
어느 방문 열쇠인지도 모를 열쇠 하나 꼭 붙들고 있는 것처럼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낱말 몇 개 붙들고 백지를 펴고 앉았다.
저 깊은 심연에서 끌어올린 비늘 하나
반짝이다 툭 떨어지며 생기를 잃는다.
창밖으로는 누군가가 졸린 눈 비비며 집으로 오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