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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May 21. 2023

무제





아침이 오는 게 싫어서

조용한 밤을 붙잡고 졸린 눈을 비빈다.

세상에 무슨 위대한 글을 쓰겠다고

나는 지금 불을 밝히고 덤비고 있나.

아침이 되면 부끄러워 슬그머니 지워버릴 글 몇 조각 들고 왔다 갔다

누가 읽어준다고 혼자 글을 벼르고 있을까.

결국은 우주 속 먼지로 화해버릴 나의 말, 나의 시간.

그래도 나에게는 자못 소중해 잠 못 이루는 밤

어느 방문 열쇠인지도 모를 열쇠 하나 꼭 붙들고 있는 것처럼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낱말 몇 개 붙들고 백지를 펴고 앉았다. 

저 깊은 심연에서 끌어올린 비늘 하나 

반짝이다 툭 떨어지며 생기를 잃는다. 

창밖으로는 누군가가 졸린 눈 비비며 집으로 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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