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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Sep 01. 2023

동심의 파괴, 이 거친 세상

욕 권하는 사회



몇 년 전에 집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세 마리
한 마리는 구워 먹고 한 마리는 삶아 먹고
한 마리는 도망간다 서쪽 나라로


이 노래는 윤석중 선생님의 '반달'로, 어린 시절 이 노래에 맞춰 친구와 두 명이 짝이 되어 손바닥을 짝짝 마주치며 놀았던 아련한 향수가 어린 동요이다.

사랑스러운 딸의 입에서 이렇게 잔인하게 개사한 노래가 나오니 깜짝 놀라서, 어디서 이런 노래를 배웠냐고 물어보니, 처음 들었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요즘 아이들이 욕을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또 잊히지 않는 충격을 받은 적이 또 있다. 6학년 학생들 현장학습에 따라간 적이 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자 아이들이 심심했는지 '아이 엠 그라운드'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어릴 때도 한 놀이라 익숙한, '아이 엠 그라운드 과일 이름 대기 시작'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박자에 맞춰 과일 이름을 대는 놀이 말이다.


이 놀이를 어떻게 바꿔서 하느냐면 욕을 찰지게 넣어서 하는 기발한 변형이었다. 동작은 '아이 엠 그라운드'와 비슷하게 하는데, 내용이 달랐다.


예를 들어, "신발 다섯"이라고 하면 다음 사람이 "ㅆㅂ ㅆㅂ ㅆㅂ ㅆㅂ ㅆㅂ",

"뵹신 셋"이라고 하면 "ㅂㅅㅂㅅ ㅂㅅ",

"썅 8번"이라고 하면 "ㅆㅆㅆㅆㅆ...."


발음은 세게 하던데, 욕은 다양하지 않았다. 다만, 교사가 셋이나 탄 버스 안에서 버젓하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욕은 여학생들이 더 잘하고 주변 의식도 안 하는지 그 대범함이 놀라웠다. 아이들이 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도 열심히 안 하는 애들이 무슨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는다고... 

자기들끼리 작게 하는 것도 아니고 버스에 다 들렸는데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 소리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따라간 형편에 내가 나서기는 오지랖 같아서 참았다. 아마 다른 선생님들도 놀러 가서 아이들을 잡기보다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어 눈감아주셨을 것이다.



집에 와서 이 얘기를 남편에게 하면서 "만약 당신이 선생이라면 어떻게 할래?" 물어보았다. 평소에 훈계조로 잘난 척하거나 궤변 전문가인 남편은 이렇게 답했다.


"얘들아, 같이 할까?"


나 : "어떻게 그래?"

남편 : "그러면 애들이 안 하겠지."

나 : "할 수도 있지.(요즘 애들을 뭘로 보고)"


그렇게 했다간 내일 교무실(교장실)에 학부모 전화 온다. 각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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