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다 Sep 08. 2023

오늘밤도 과식하고 말았다






체지방이 30%를 넘었다면서 공개적으로 다이어트를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예상했던 대로 다이어트는 지지부진하다. 헬스도 시작했는데 자꾸 안 가게 되고 식단 조절은 하루 성공, 다음날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몸은 무겁고 옷 밖으로 드러나는 B라인의 체형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오늘은 퇴근할 때만 해도 저녁을 가볍게 먹고 산책을 가거나 아파트 헬스장에 갈 계획이었다. 정말 그랬다. 

그런데 토스트가 너무 먹고 싶어서 식빵을 구워 오픈 토스트를 만들었다. 잼이나 소스는 바르지 않고 토마토와 계란 프라이를 올렸다. 클레오파트라가 좋아했다는 무화과 철이라 무화과를 사서 혼자 야금야금 먹다 남은 것을 두 개 곁들였다. 남편이 가져온 쑥 송편이 하나 보이길래, '이건 말랑할 때 먹어야지' 하고 봉지를 뜯었는데, 세상에나 오랜만에 먹었더니 너무 맛있다. 하나만 있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뭐 이 정도면 440 칼로리 정도니 괜찮다. 


여기서 그만 손을 털었어야 하는데, 요즘 날씨가 덥다 보니 시원한 게 땡겼다. 퇴근할 때도 올해 마지막 빙수가 아닐까 하며 빙수를 포장해 갈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겨우 유혹을 이겨냈는데, 냉동실을 열다 빵빠레가 눈에 띈 것이 화근이었다. 아줌마들은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식구들 밥을 챙겨야 하니 냉장고를 멀리 할 수도 없고. 이건 핑계다. 

결국 인절미 팥빙수보다는 훨씬 칼로리가 착한 빵빠레의 부드러움을 입 안에 느끼며 행복했다. 이제 먹은 것만큼 운동하러 가서 빼고 오면 되는 것인데, 문제는 나가기가 더 싫어졌다는 것이다. 분명 밥 먹기 전에는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오래 앉아있다 보니 허리도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도 못 견딜 만큼 아픈 것도 아니고 핑계다. 잠깐 누웠다가 오늘도 글은 써야 하니까 네스프레소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셨다.


여기서 진짜 딱 멈췄어야 하는데, 갈수록 기분이 울적해지는 바람에 멈출 수가 없었다. 배는 고프지 않은데 자꾸 뭔가 먹고 싶은 마음. 에라이, 까짓것. 주말에 단식하고 운동하지 뭐. 입 터졌네, 입 터졌어.

다이어트할 때는 기분 관리도 잘해야 되는데, 매일 글을 쓰고 있음에도 끝없이 떨어지는 통계의 수치는 나를 우울하게 했다. 이럴 땐 알코올이 좀 들어가야 희석되지? 

마침 와인 한 병이 딱 한잔, 조금 부족하게 남았네. 안주는 술빵 약간에 아몬드, 카카오닙스를 챙겼다가 전날 먹다 남은 새우깡을 한 주먹 올렸다. 몇 년 만에 먹는 새우깡은 왜 이리 짭조름하니 맛있니. 내가 미쳐.


역시 와인을 한잔 마시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한잔만 더 마실까 하다가 꾹 참았지만, 밀가루가 또 땡겨. 그래서 마지막으로 냉동실 납작 만두 6개 남은 것 구워서 먹어치웠다. 프라이팬에 납작 만두를 굽다 보니 공갈빵처럼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르는데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사랑스러워서 내 마음도 같이 부풀었다. 불을 끄니 다시 본연의 납작이다.


이제는 행복하게 잘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동심의 파괴, 이 거친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