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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Jul 20. 2024

01. 완벽주의자가 느끼는 첫 설렘

내게 설레는 감정이 처음 생겼을 때.


완벽주의자의 사랑하는 법    





                                                                                 

1.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               

        





때로 나는 친구들에게 줄곧 묻곤 했었다.     


'너는 좋아한다는 그 감정이 언제 느껴져?'

'설렘이 뭘까?'


이러한 질문을 할 때마다 친구들의 표정은 알쏭달쏭한 표정이었다. , 물론 사랑의 느낌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런 걸 질문하는 나에 대한 의문감으로부터 나오는 것일 테니.

     

난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물음이었다.

설렘이 뭔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림에 대한 가슴 떨림이 또 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대체 어떤 감정이길래 저 깊숙이 숨겨져 봉인된 감정 상자에서 보물단지 발견하듯이 꺼내올 수 있는 건지.     


때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나도 그런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고. 미친 듯이 사랑하는 이를 그리고 또 그리면서 불타도록 하는 사랑을 말이다. 또한 영원한 사랑을 그리는 것도.

목이 매이도록 울면서 부르며 하는 처절한 사랑도 궁금하긴 했다. 얼마나 사랑해야 그런 표현이 나오는지 그저 나는 궁금했을 뿐. (실제로는 지쳐서 하지도 못할 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단정 짓고 끝냈지만.)     


구 남자 친구들에겐 참으로 미안하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초창기에만 들뿐 어떻게든 내 남자로 만들어서 평생을 함께 해야지라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은 더군다나 더 없었다.

     

그렇게 5년을 솔로로 살아왔다. 그동안 내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차차 풀어나가겠지만 나는 현재 우울, 강박,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남에게 내가 이런 걸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이제 어렵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무슨 옮는 병도 아니고. 그저 난 마음 한 구석에 매달려있는 그 감정의 동아줄이 곪아 썩어 들어가고 있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곪아 썩어 들어가고 있는 동아줄을 난 잘라내고 보수하는 중이기에 난 이런 말을 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내가 맞이한 회사생활 3년 차는 내 숨통을 조여왔다. 완벽주의자인 나는 내 실수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나는 나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나를 내려놓을 수 없어 내가 너무 미웠다. 밉고 또 또 미워졌다. 내가 질리도록 싫었다.


나는 나르시시즘으로 인생을 살아왔었지만 이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잊게 되었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든 그 무섭고도 충동적인 생각은 위험한 사고까지 내 머릿속에 장착하게 만들었고 세상이 너무나도 잔인하게 그려졌었다. 뭐 하나 흑백으로 안보인 게 없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고 조이고.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진 않았지만 난 나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었다.


살고 싶어 정신과에 방문하였다.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울어댔다. 뭐가 그렇게 힘드신 거냐고 물었다.


"글쎄요. 진짜 모르겠어요. 전 제가 미워요."


내가 했던 대답들이었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나는 지옥에 빠진 사람 같았다.


겨우겨우 정신과의 약과 상담을 통해 그 첫 번째 위험에 나는 탈출하여 잠시 본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만 그곳에서 돌아오려 했던 나는 이미 기력이 이미 바닥을 찍은 지 오래 었다. 


누가 나 좀 구해주세요. 나 좀 안아주세요. 괜찮아질 거라고 제발 해주세요.     


소리 없는 아우성 급으로 매일 밤마다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벽에 대고 외치던 나는 이불을 껴안고 새벽 밤새 창밖에 흐르는 빗물처럼 눈물을 쏟아내야만 했다.

빗물은 흐르다 결국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햇빛을 받고 메말라 사라진다. 나도 혹시 바닥으로 떨어져 영원히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증발되는 것은 아닐까? 여러 잡념에서 탈출을 못하던 내가 오직 그 순간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회사에서 누군가를 마주할 때였다.

이 글은 그 누군가와 나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남자를 뒤에서 보고 있음 그렇게나 한참을 빠져 쳐다보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 생각이 없이, 그 흔하디 흔한 잡념 하나 없이.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음침해 보이기도 하고 빠져도 너무 빠졌다 싶은 생각이지만 돌아간다면 난 아직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오빠의 모든 것이 내 이상형과 부합하진 않았다. 어느 누가 모든 게 이상형과 부합하겠는가? 하지만 가장 많이 보는 성격과 마인드는 내가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그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모든 게 다 좋았다. 근데 어느 드라마에서 보면 항상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역경과 고난. 그리고 문제.


나에게 가장 걸리는 문제는 다름 아닌 나이차이였다. 5? 아니 8? 아니.


우리는 띠동갑 차이가 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고민이 많아지는 때였다. 그리고 그때 나의 우울도 심해졌었다. 그러는 와중 처음엔 그가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건지 아님 그냥 동정인지 그 사이에서 고민이 많이 되었었다.

내가 그저 안쓰러워서 나에게 잘해주나 싶은 생각도 많았었고, 아님 공감하는 면이 있어서? 아님 나를 좋아해서?


를 생각하면 이점이 많았다. 나의 잡념을 잠깐이라도 떨쳐 낼 수 있었고, 세로토닌이 분비되어서 그런 건지 행복감이 쑥쑥 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와 나이차이 그리고 같은 회사라는 것은 정말 나를 여러 고민을 하게 만들었었고 설렘에 놓이게 만들기도 하였다.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이런 감정이 너무나도 오랜만에 들어 혹시 반대로 내가 그의 이야기에 동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무수한 고민이 드는 가운데 과연 언제쯤 내 마음을 전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내가 고백을 먼저 하지 않음 절대 남자가 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열 번중 절반 이상을 답변으로 받아왔다.

사무실에 앉아서 한참을 고민했었다. 어떤 식으로 그를 밖으로 불러내 사적으로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호시탐탐 노리며 기회를 노렸다.

     

“... 님”     


조심스럽게 책상에 앉아 등만 돌린 채 그를 불렀다. 그가 사무실에 들어오고 아무도 없을 때를 노린 나였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하이에나처럼 나는 그 순간을 노렸다.     


네?     


그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생각하면 심장이 BPM 190 정도로 뛰고 있는 느낌이 지금도 생생히 느껴진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고 있었을까?     


주말에 뭐해요?”     


주말에 뭐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참으로도 용기가 가상했다. 그러다가 나를 안 좋아하는 거였음 어쩌려고 그렇게 당차게 물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거의 간이 부은 수준을 넘어 그냥 당찬 MZ세대 여성이었다. 그가 한 2초가량 있다가 나에게 대답을 하였다. 그의 대답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호흡과 어우러지는 대사였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오케이. 이때다. 하이에나가 기다리고 있던 먹잇감을 덥석 물어채는 것처럼 나는 그의 대답을 낚아챘다. 나의 입술이 달달 떨렸지만 이내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나는 의자를 돌리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제안을 건네었다.     


그럼 주말에 영화 보실래요?”

“...”     


잠시동안의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체감상 10시간 같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다 못해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했다. 부정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미친 듯이 뛰는 심장에 숨이 가쁠 정도였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고 나는 마른침만 꼴딱, 삼킬 뿐이었다. 그리고 숨을 참았다.     


좋아요.”     


그의 긍정적인 답이 들려오자마자 나는 속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뭔가 점점 나와 가까워지는 그였다. 한참이나 멀어 보였던 그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숨이 가쁜 게 더 가빠졌다. 너무나도 기뻤던 나의 심장은 간지러웠다.

간지럽다 못해 아팠다. 이렇게도 기쁜 순간을 나는 회사에 합격하고 난 후 처음으로 기쁨을 느껴본 거 같았다. 그리고 사람으로 인해 기쁨을 느끼는 건 너무나도 처음이었다.     


그 후, 약속한 주말을 기다리는 그 이틀 동안은 너무나도 애타기만 한 시간들이었다.          

약속 한 주말에 무엇을 입고 가야 하나 너무 고민이 되었다. 어떤 스타일을 입고 가야 하나.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려나? 누군가의 스타일을 고민하며 옷을 입은 것이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이왕이면 그의 마음에 잘 들었음 한 나였다.


그러나 내게 장애물이 생겼으니. 하필이면 내가 그 주에 사랑니를 뺐다는 사실이었다. 컨디션이 너무나도 안 좋았다. 사랑니에 염증이 있었어서 그런 건지 쉽게 낫지 않았었다. 그래도 그 악한 환경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설렘의 마음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약속한 당일이 된 날 아침. 눈을 뜨고 준비를 하며 나는 옷을 입으며 마치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마음을 먹었다.


오늘 모든 걸 정리하고 오겠다고.     


내 남자로 만들고 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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