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 끝에 진하게 나는 향수 냄새. 향기는 추억을 머금고 있다.
향은 추억을 머금다 못해 토해낸다. 그 향을 맡으면 눈앞에 훤히 보이는 그날의 기억들.
네 팔목에 문지르고 왔던 그 향도. 내 팔목에 뿌리고 왔던 그 향도. 아직 내 머릿속 어딘가에 흩뿌려져 있다.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일까. 난 아직도 그 향을 기억하고 있다. 너의 체취에 묻어나는 그 향은 내 코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마주하면 그 자리에 멈춰서 한참이나 그 향을 맡는다.
맡으며 우리의 기억도 맡아본다. 네가 머금는 그 미소도, 그리고 너의 발그레한 목소리도.
모든 게 내 머리 주변을 맴돈다. 네가 밉다가도 한없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뭐였을까.
내 눈앞에 없더라면,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진다라면.
나는 그 향을 지워낼 수 있을까.
자신이 있을까, 나는. 네가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살아가겠지. 어떻게든.
그렇지만 향수병에 걸린 사람처럼 나는 너를 그리워하며 매일밤 잠들겠지.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마음을 지독히도 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