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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구이로 Apr 06. 2024

양극성 장애를 알고 계신가요?

조울증, bipolar disorder 에 대해서 

‘조울증’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조증과 우울증이 합쳐진 정신 질환. 조증이라는 단어의 밝은 듯한 느낌으로 가볍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양극성 장애라는 말은 어떤가?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불쾌감이 있다.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다. ‘양극성’ 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단단함, 어려움이 있다. ‘장애’라는 단어와 섞여 어우러지는 어지러운 느낌은 ‘조울증’과 비교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양극성 장애는 조울증의 의학 용어이다. 본명은 양극성 장애, 이명은 조울증. 주요 우울 장애와 우울증의 관계와 똑같다. 양극성 장애, 영어로는 bipolar disorder. 하나 하나 뜯어보자. 


Bi-, 두 개로 나뉘어진, 두 가지의 등의 의미를 가진 접두어이다. 
Polar, 양 극의, 양 극단의, 정반대되는, 극과 극의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Disorder, 장애, 어려움 등의 의미를 가진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두 가지 극으로, 정반대되는 상태의 장애라는 의미이다. 양극성 장애의 본질이며, 한자로 풀어쓴 뜻과 동일하다. 양극성 장애는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가 동반되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양되고, 흥분되는 상태가 유지되는 조증 삽화와, 우울하고 힘든 시기의 우울 삽화가 정반대 상태임을 의미하고, 두가지가 함께 발생한다. 


양극성 장애의 진단 기준은, 최소 한 번의 조증 삽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1형 양극성 장애의 진단 기준이다.)

조증 삽화가 있고 우울 삽화가 있으면 1형 양극성 장애이다.

조증 삽화가 있고 우울 삽화가 없어도 1형 양극성 장애이다. 


삽화는 영어로는 episode로, 특정 기분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이나 시점을 의미한다. 30분,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아닌, 사흘, 나흘 혹은 일주일 정도의 일정 기간을 의미한다. 일주일 정도, 잠도 못 자고, 우울하고, 힘이 빠지는 시간이 유지되었다가, 다시 괜찮아지면, 일주일간의 우울 삽화가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우울 삽화는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조증 삽화는 어떤 증상을 생각하면 될까. 


조증 삽화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DSM-5 진단 기준이다.)



 A. 적어도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하루 대부분 지속되는, 비정상적으로 들뜨거나, 의기양양하거나, 과민한 기분과 목표 지향적 활동과 에너지의 증가 상태.

B. 아래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기간 내에 발생하며, 평소 행동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자존감의 증가 혹은 과대한 자존감 

수면 욕구 감소

평소보다 말이 많아짐, 혹은 끊기 어려울 정도로 말을 계속 함 

사고의 비약

주의산만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 또는 정신운동 초조 

고통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을 지속하거나, 몰두함 (과소비, 무리한 사업 확장, 문란한 성생활 등)

C. 위 증상들이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함, 혹은 자신/타인에게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입원이 필요함, 혹은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된다.  

D. 위 증상들이 기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님 (약물 등으로 인한 증상이 배제되어야 함)


조증 삽화란, 일주일 이상의 기간 동안 비정상적으로, 들뜨고, 고양된 상태가 유지되어, 일상 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B 기준의 증상들을 생각해보자. 

자존감의 증가는 좋은 증상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존감은 자아 존중감으로, 자신을 존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마음이다. 결국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 가치를 찾아내는 능력, 정도를 의미한다. 자존감이 높은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자존감은, 자신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조증 삽화는, 긍정적 정도의 자존감에 지나지 않고, 현실 감각에 방해가 될 정도의 자존감을 가진 상태이다. 


케이스 예시를 들어보자. 

40대 남성이 조증 삽화를 보인다. 40대 남성은 400만원의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회사원이다. 통장에는 10년 넘게 모은 4000만원이 있다. 조증 삽화로 인해 과도한 자존감을 가지게 된 남성은 자신이 담보로 잡을 수 있는 것을 모조리 담보로 잡아 1억을 대출하고, 1억 4천만원으로 가상 화폐에 투자를 했다. 자신이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자신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높은 자존감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 화폐는 다음 날 -20% 를 기록하여, 약 3천만원의 손해를 봤다. 


이와 같이 조증 삽화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존감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존감으로 인한 증상들이 사회적 기능, 직업적 기능에 문제를 불러오거나, 일상 생활을 방해하게 된다. 


수면 욕구 감소는 조증 삽화에서 매우 흔한 증상이다.  1) 2) 3)

1965년부터 2000년대까지 진행된 다양한 연구에서, 양극성 장애 환자들의 90~99%가 수면 욕구가 유의미하게 감소되었다. 연구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수면 시간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우가 90% 이상이었으며,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양극성 장애에서 신경 전달물질, 호르몬 등의 다양한 이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일주기 리듬의 교란이 발생한다. 일주기 리듬은 몸이 하루의 시간을 인식하고, 활동하거나 휴식하도록 만드는 리듬이다. 이렇게 이상해진 일주기 리듬은, 다시 몸의 호르몬과 신경 전달 체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기분 삽화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에는 일주기 리듬이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를 유발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잘못된 일주기 리듬으로 인하여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사고의 비약과 주의 산만 또한 양극성 장애에서 흔하다. 

가끔 손으로 글을 쓸 때, 글을 쓰는 속도가 생각을 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생각했던 문장을 잊어버릴까 마음이 급해지고, 글을 쓰는 속도가 급해진다. 양극성 장애 환자들은 조증 삽화가 발생할 때, 항상 그런 상태이다. 사고의 비약은, 생각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원래 생각하던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생각이 탈선하는 것이다. 처음 생각했던 생각이 있어도, 그 사고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주의 산만 또한 사고의 속도가 빨라져,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B의 마지막 항목, '고통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을 지속하거나, 몰두하는 것은' 양극성 장애를 가장 강력하게 시사하는 증상이며,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가장 좋은 증상이다. 


월급이 300만원인 사람이, 신용카드로 1000만원짜리 가방을 사거나, 돈을 계속 잃으면서도 도박을 한다. 자신이 적절히 융통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를 넘어서 투자를 하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고, 일주일 내내 새로운 사람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양극성 장애에서의 과도한 성생활, 문란한 성생활은, 단순히 고양된 자존감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4) 소아와 청소년들에게서 발생한 양극성 장애에서도, 성적인 과각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양극성 장애에서 발생한 신경 전달 체계의 이상이, 성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신경 전달 물질과 연관이 있음은 연구되고 있지만, 명확한 인과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조증 삽화와 유사하게 경조증 삽화도 존재한다. 경조증 삽화는 1형 양극성 장애와 2형 양극성 장애를 구분할 때 중요하다. 경조증 삽화는 조증 삽화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조증 삽화를 보이는 상태이다. 보통 일컫는 양극성 장애와 조울증은 1형 양극성 장애를 의미한다. 


2형 양극성 장애는 경조증 삽화를 찾아내 진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우울 삽화가 발생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 경조증 삽화가 발생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경조증 삽화가 있으며, 우울 삽화가 있으면 2형 양극성 장애이다.

경조증 삽화가 있지만, 우울 삽화가 발생한 적 없으면 2형 양극성 장애가 아니다. 


[조증 삽화]
C. 위 증상들이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함, 혹은 자신/타인에게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입원이 필요함, 혹은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된다.  
[경조증 삽화] 
C. 위 증상들이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으며,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이다. 

양극성 장애에서 발생하는 조증 삽화가 무엇인지,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지 살펴봤다.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인물들은 누가 있었을까? 미디어에서 흔하게 다루는 우울증, 조현병과는 다르게, 양극성 장애를 직접적인 주제로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정신병이라는 극적인 연출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양극성 장애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사람들, 앓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많다. 


영화 사도의 사도 세자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사도 세자이다. 한중록,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기록을 모두 살펴 보았을 때,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양극성 장애가 의심된다. (이외로 강박장애를 앓았음은 확실하고, 환청 환시 등의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되었다.) 20~21세에는 우울 삽화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21~22세부터는 조증 삽화가 발생하였음을 의심할 수 있는 기록들이 다수 있다. 20대 초반 이후부터는 기분 삽화 (조증 삽화와 우울 삽화)가 발생할 때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였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병이 발작할 때에는 궁비와 환시를 죽였고, 죽인 후에는 문득 후회하곤 했다.' 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자가 창문을 넘어 달아나고, 자살 소동을 서너 번 벌이곤 했다.' 라는 기록이 있다. 한중록에는 사도 세자가 '나는 원래 남모르는 울화의 증세가 있는데다, ~~~ 우울증을 씻어내는 약을 지어, 남몰래 나에게 보내 주면 어떻겠습니까' 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상 사도 세자가 우울 삽화를 보였음은 확실하다. 스스로 우울함을 표현하고,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점에서, 정신병적 증상까지 동반한 우울 삽화가 존재하였음은 확실하다. 이러한 기분 장애를 보이면서도, 화를 내거나 궁비, 환시들을 공격적으로 대하고 살해한 것은, 조증 삽화가 발작적으로 발생하였음을 시사한다. 


우울 삽화와 조증 삽화가 모두 발생하였기 때문에, 양극성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사도 세자가 보인 조증 삽화는, 사람을 죽이거나,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기분 삽화이기 때문에, 제 1형 양극성 장애에 해당한다. 조증 삽화에서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는 있지만, 사도 세자의 경우는 정도가 극심하다. 사도 세자가 보인 조증 삽화는, 양극성 장애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강박 장애, 정신병적 양상을 모두 고려하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 

히틀러는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히틀러의 친구인 아우구스트 쿠비젝 (August Kubizek)이 히틀러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다. "히틀러는 희열에 들떠 몰두하거나 활동할 때,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뚜렷하고, 몇 시간이건 걸어다녔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지루해하지 않으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모르고, 잠과 배고픔은 잊어버렸다."


실제로 히틀러는 기분이 고조되어, 수 시간 동안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사회 개혁에 대한 의견을 설파했다. 하지만 우울한 상태로는, 사람들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하고, 집중하기 어려워했다. 나치즘에서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히틀러의 사상과 생각에는 과대사고가 발견된다. 공격적이거나 선전적이고, 충동적인 말과 글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인 창의성, 정치적 카리스마로 해석되었고, 나치즘을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효과가 있었다. 


히틀러는 본인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는데, 후기에는 정신과적 약물을 사용했다. 하지만 현대 의학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히틀러가 사용한 암페타민은 양극성 장애에 도움을 주기보다, 이를 악화시켰다. 암페타민은 필로폰, 히로뽕 등으로 불리는 약물로, 과다 복용 시 과대 사고, 조증 삽화 발생 및 악화, 현실 감각 및 검증력 저하 등의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61대, 63대 총리, 윈스턴 처칠 

위대한 총리로 존경받았던, 윈스턴 처칠도 양극성 장애를 겪었다. 그는 20대부터 50대까지 지속적으로 우울 삽화를 경험했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우울 삽화에 대한 병식이 있어, 그 시간의 스스로를 '검은 개'라고 칭했다. 하지만 우울 삽화에서 벗어났을 때는, 스스로도 인정할 정도로 활달하고, 까다롭고, 공격적인 사람이었다. 처칠이 잠을 거의 자지 않고 많은 양의 글을 써서, 평생 72권의 저술을 남긴 점, 행동과 생각이 빠르고, 사교적이고 외향적이었다는 점은 조증 삽화를 겪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전 대통령,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칠에 대해 남겼던 말도, 처칠이 조증 삽화를 겪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윈스턴 처칠은 하루에 100개가 넘는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중 네 가지 정도는 정말 좋았다." 이처럼 처칠이 우울 삽화와 조증 삽화를 모두 겪었음은 확실하다. 하지만 조증 삽화에서 일상 생활에 방해가 될만한 점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2형 양극성 장애에 더 부합하는 모습이다. 


양극성 장애는 진단 기준에 따라 약 3~5%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국내에서도 약 4~5%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질환이 아니다.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를 단순 비교하고, 무엇이 더 심각하거나 위험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양극성 장애에서 더욱 심각한 특징은 대부분 조증 삽화에서 병식이 없다는 것이다. 병식은 자신이 스스로 질병을 겪고 있다고 깨닫는 인식이다. 정신과적 질환에서 치료에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스스로 병이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쉽지만, 스스로 병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곱절로 어렵기 때문이다. 


조증 삽화는 발생 전후에도 환자 자신에게는 큰 고통을 주지 않기 때문에 병식이 잘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조증 삽화 동안 고양되는 기분을 즐기는 경우도 많다. 창작 활동, 생산 활동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타인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성 장애는 어려운 질병이다. 병을 겪은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도 사람마다 다르다. 


사도세자, 히틀러, 처칠의 예시 외에도,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빈센트 반 고흐, 머라이어 캐리, 가수 김광석, 차이코프스키 등 많은 사람들이 양극성 장애를 앓았다. 현대 예술가 중에서도, 커트 코베인, 크리스 브라운, 타블로, 프랭크 시나트라, 칸예 웨스트, 짐 캐리, Sia, DPR IAN, 노창 등이 양극성 장애를 앓았다.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 유명해진 사람들은 예술가 혹은 지도자들이 많다. 지도자들의 경우, 조증 삽화에서 발생하는 증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카리스마, 혹은 에너지로 승화시키며,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고자 노력하였다. 히틀러가 그러했고, 처칠이 그러했다. 과도한 자신감과 자존감은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었고, 사고의 비약과 감소한 현실 자각은 정치적으로 포장되어 긍정적인 힘으로 전달되었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우울 삽화가 동반된 양극성 장애를 앓았다. 변곡점에서 그들은 자신의 극단적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극심한 우울감에 사람들은 공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이 조증 삽화 동안 겪는 별천지는, 일반인들에게 환상적인 예술혼으로 전달되었다. 


양극성 장애에 대해 아직도 많은 것들이 밝혀지지 않았다.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질병이 발생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고, 치료 약물 또한 기전을 알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 약물은 증상을 조절하는 효과를 내지만,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 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참으로 슬프고도 무서운 병이다. 


우울과 고양감의 롤러코스터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Epilogue (조금 더 자세한 의학 이야기)

: 양극성 장애 


양극성 장애는 왜 발생하는가?

양극성 장애 또한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요인이 영향을 준다. 

유전적 원인, 환경적 원인, 정신 사회적 원인, 생물학적 원인 등 다양하다.

유전자의 경우 약 30가지 이상의 유전자 결함이 양극성 장애를 유발한다는 것이 연구되었다. 현재로써는 유전적 결함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며, 유전적 결함을 가진 사람이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족 중 기분 장애를 앓았던 사람이 있는 경우, 양극성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일반 인구 집단에 비교하여 수십배 증가한다.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신경 전달 물질의 이상이 발생하지만, 내부 체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연구되고 있다.

5) 과거에는 소아나 청소년에서 양극성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90년대에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소아나 청소년에서도 양극성 장애가 발생하고, 다양한 증상을 보임이 밝혀졌다. 소아 청소년 양극성 장애 연구가 이루어지며, 어린 시절 아동 학대, 성적 학대를 겪은 경우 양극성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약 25~30%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 전달 체계에 이상을 유발하여, 양극성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최근 수면 패턴과 조증 삽화의 관계가 연구되고 있다.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않거나, 불규칙한 수면 환경을 가지는 경우에 조증 삽화를 유발할 수 있고, 양극성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적 결함이 없는 환자들에서도 수면 박탈이 조증 삽화를 유발함이 연구되었다. 


양극성 장애의 치료와 예후 

양극성 장애는 극단적인 예후를 보인다. 기분 장애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살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우울증보다 약 10배 높은 자살 위험을 보인다. (연구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양극성 장애 환자의 경우 약 20~25% 자살을 시도한다. 양극성 장애 환자 중 30~40%는 자해를 한다.)

양극성 장애의 예후가 안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환자들이 병식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조증 삽화에서 발생하는 증상들을 강박 장애, 정신병적 양상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입원 치료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입원 치료의 기준은 조증 삽화에서 발생하는 증상이,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힐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필수적이지만, 양극성 장애 완치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현재 양극성 장애에 사용하는 약물은 기분 조절제 리튬 제제, 항 간질약제, 항정신병제이다.


리튬 제제는, 조증 삽화의 증상을 조절하는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어떤 기전으로 증상을 조절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탄산 리튬을 사용하는데, 자살 충동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증상 조절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간 사용하거나 용량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간기능과 신기능에 무리를 주고,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리튬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 조증 삽화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항 간질약제 중에서는 라모트리진과 발프로산이 이용되는데, 기분 증상의 조절에 효과적이다. 특히 우울 삽화가 심하거나 우울, 조증 삽화가 급속히 순환하는 경우 리튬보다 먼저 사용할 수 있다. 라모트리진은 우울 삽화에 효과적이고 발프로산은 공격성이나 충동성에 효과적이다. 


양극성 장애는 현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조절을 통하여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하지만 꾸준한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조절에도 불구하고 약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양극성 장애는 재발하게 된다. 


1) Harvey AG, Talbot LS, Gershon A. Sleep Disturbance in Bipolar Disorder Across the Lifespan. Clin Psychol (New York). 2009 Jun;16(2):256-277. 

2) 이헌정, 일주기 리듬의 조절 이상이 양극성 장애의 핵심 발병 기전일까,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iation, 2018;57(4):276-286

3) 이준희, 오상훈, 양극성장애에서의 수면장애: 일주기 리듬의 교란과 수면 장애, 수면정신생리, 29권 2호, 2022 

4) Adelson S, Bell R, Graff A, Goldenberg D, Haase E, Downey JI, Friedman RC. Is increased sexual behavior a symptom of bipolar disorder in children and adolescents? Psychodyn Psychiatry. 2013 Fall;41(3):419-35.

5) Maniglio R. The impact of child sexual abuse on the course of bipolar disorder: a systematic review. Bipolar Disord. 2013 Jun;15(4):3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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