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일까? 정신분열증일까?
가끔씩 깨질듯한 두통이 찾아온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루에도 열 번씩 반복되는 두통은 짜증나기만 한다.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해외 주식 투자를 고려 하고 있다. 주식 차트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오늘은 장이 좋지 않지만, 주식 전문가인 내가 봤을 때, 곧 상한가를 기록할 것 같은 차트다.
현재 내 총알은 약 7천만원, 차트의 분위기로 약 30% 이상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자본금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에 나누어 투자한다. 다시 깨질듯한 두통이 찾아온다. 괜스레 짜증이 난다. 옆에 있는 친구는 내 속을 긁는다.
- 그렇게 넣으면 안된다니까, 신앙심이 부족한거야?
보기 싫은 놈이지만, 가끔씩 나를 이렇게 찾아와서 속을 긁어놓는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할 때는 방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닥치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나의 속을 모르고, 계속 떠들어댄다.
- 근데, 이렇게 넣으면 주가에 영향이 너무 크지 않아? 주가 조작 혐의로 잡혀가면 어떡해
방문이 열리고, 뒤에서 다른 친구가 들어온다. 차트는 언제 본 모양인지, 불안한 이야기를 건낸다. 괜찮다고 말해도 자꾸 불안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짜증이 증폭된다.
윗집에서는 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층간소음이라, 아파트에 사는 것이 참 짜증날 뿐이다. 끼익거리는 소리, 쿵쿵거리는 소리, 소름끼치는 소리가 섞여서 나지만, 아무리 조용히 해달라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어제도, 그저께도 찾아가서 엄포를 놓았지만, 이제는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참으로 매너 없는 사람들. 가끔씩 사람들에게 폭발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그래도 오늘은 자비롭게 참을 예정이다. 나의 신앙심이 충분하니까.
아 참, 씻어야 하는데. 차트를 볼 시간도 부족해서 샤워를 하기도 불안하다. 차트의 변동성은 1분 1초가 아까우니까. 빨간색과 파란색 선들이, 머리속을 괴롭힌다. 빨간색, 파란색, 파란 피, 빨간 피
[쾅! 쾅!]
친구들이 들어온 후, 굳게 닫혔던 방문이었지만, 쾅쾅 소리가 들린다. 경찰같다. 어제 오늘 큰 돈을 투자했다지만, 내가 떳떳하게 번 돈으로 한 투자인데, 한국 경찰은 참 서민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저번 주에는 금융 감독원에서 감찰을 나오기도 했다. 굳게 닫힌 방문을 열어주지 않아, 하루 종일 방문을 두드려대다가 다시 돌아갔지만. 오늘도 방문을 굳게 걸어잠근다. 누가 뭐라하더라도 투자를 성공시켜야 한다.
-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자. 기도하면 뭐라도 되겠지. 자그마치 1억을 벌 수 있다니까
- 그래, 금융감독원에 잡혀가면 무섭다니까, 이 방에도 도청장치가 있을 수 있어. 다 감시당하니까, 이정도 투자 금액으로도 감찰나오는거야, 그냥 무시해버려
[쾅! 쾅]
쿵쿵 거리는 소리가 반복되다가, 방문이 열린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들어오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소름끼친다. 나를 잡아가려는 것이 분명하다. 소리 지르면서 저항해도, 건장한 남자들이 내 팔다리를 묶는 것 같다. 깨질 듯한 두통이 찾아온다.
다음은 조현병 환자들의 1인칭 시점이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서술했다.
환자의 이야기에 접근해보자. 이 환자는 오늘 주식 투자라는 망상 속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를 주식 전문가라 칭하지만, 주식 전문가도 아닐 것이다. 조현병에는 과대 망상이 동반된다. 스스로의 능력보다, 더 과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본인이 하지 않는 것, 못하는 것을 하고 있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는 주식을 좋아하거나, 이전에 주식으로 크게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과대 망상으로, 주식 전문가가 되어, 큰 돈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망상 속에 있을 것이다.
가끔씩 찾아오는 두통. 조현병의 신체 증상 중 하나이다. 두통, 어지럼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가슴이 지나치게 뛰거나, 손 발이 차갑거나, 몸이 춥거나 더워질 수 있다. 조현병에 동반되는 신체 증상 중 두통은 흔한 편이며, 초기 증상이나 전구 증상으로 여겨진다.
갑자기 친구가 등장한다. 환자의 투자 이야기에 대해서 훈수를 한다. 갑자기 신앙심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인다. 이는 조현병에서 매우 흔하게 동반되는 종교 망상을 시사한다. 이 친구도, 실제 인물이 아닐 것이다. 환각 역시 흔한 증상이다. 현재 환자는 스스로 방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씻지도 않고 스스로의 망상에 깊게 빠져있다. 이러한 시점에 친구가 같은 방안에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다른 친구도 등장한다. 두 친구가 하는 말은 환자에게 불쾌하게 느껴진다. 환각의 내용에, 피해 망상이 입력된 것이다. 조현병 환자들의 환청의 내용은 대부분 환자에게 불쾌감이나 두려움을 일으키거나, 자신에게 해가 되는 내용이다.
이야기를 한 이후에, 윗집의 층간 소음이 들려온다. 실제로 층간 소음이 있는지, 환청인지 알 수 없으나, 이후 이야기를 고려하면, 환청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끼익거리는 소리나 불쾌한 소리들이 연속적으로 들릴 가능성은 적다. 그리고 층간 소음으로 매일 윗집을 찾아가서 이야기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고, 이제는 더 이상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내용도 환청을 의미한다. (윗집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런 불쾌감, 환각, 피해 망상에서도, 환자는 신앙심이 충분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다시 종교 망상으로 돌입한다. 씻지 않고, 방안에 혼자 갇혀 있는 모습은, 조현병 환자의 대표적인 음성 증상이다. (조현병의 증상에서 설명할 것이다) 환청은 다시 찾아온다.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환청과 환각은 여전하고, 방문에서 쿵쿵 소리가 난다. 실제 쿵쿵 소리라면, 환자의 가족이나, 의료진일 것이다. 환자의 환각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의심되기 때문에, 응급 입원 혹은 보호 입원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위 환자의 이야기를 읽을 때, 처음에는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래 설명을 읽고 다시 이야기를 읽으면, 이상한 점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이는 조현병 환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겪는 감정과 똑같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닌데, 주변에서 나를 이상하게 대하고, 내가 겪는 것이 환각이라고 한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나는 가만히 있지만, 세상이 미쳐돌아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신분열증 혹은 정신분열병으로 불렀던 조현병
정신과적 질환 중 가장 강렬하고, 심각하다. 사람들이 '정신병'이라고 인식하는 대부분의 관념이 조현병에서부터 나왔으며, 역사적으로, '광인'에 대한 인식 역시, 대부분 조현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과거 국내에서의 이름은 정신분열병이었다. 이는 환자의 정신이 여러 갈래로 분열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환자와 세상, 환자의 정신과 세상이 분열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단어가 극단적으로 질환을 묘사하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 조현병(調絃病)으로 개정되었다.
조현병(調絃病)은 현악기의 현을 조율하는 조현(調絃)의 의미를 가진다. 환자들이 현이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정신이 잘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의미를 직접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부정적 뉘앙스를 희석시키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다.
다른 정신질환과 달리, 조현병의 기록은 고대 역사와 함께 한다. 최근 환자가 급증하고, 현대인의 질병으로 인정받는 우울증을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큰 이목을 받기 어려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농사를 짓고, 몸을 쓰며 살아가야 했던 고된 과거에는, 감정과 같은 '소소한' 것에 연연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고대 기록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울증이 사서나 의서에서 크게 대두되는 것은 먼 시간이 지난 후이다.) 그러나 환각이 보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는 조현병은, 과거에도 이상하게 느껴지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더욱, 시대에 따라 종교적 관점으로 해석하기 적절한 질환이었기 때문에, 기록에 남고, 지식인들과 종교인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기 쉬웠을 것이다.
조현병을 시사하는 역사적 기록은, 기원전 14세기부터 시작된다. 이후, 고대 로마, 고대 그리스, 중국, 중세 유럽과 영국, 독일 등지에서도 정신병, 광인, 조현병에 대한 기록이 있다.
기원전 700년부터 시작된, 고대 로마의 기록에,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정신병에 대한 서술이 있다. 현대 의학적으로, 조현병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정신병과 광기, 광인에 대한 서술은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 고대 그리스의 서적에서도 조현병을 시사하는 자료가 있다. 중국의 경우, 기원전 200년 경의 국가였던 한나라 시대에 완성된 의학 서적인, '황제내경 영추 전광편'에 조현병의 증상인 과대망상, 환청, 환시, 환각, 행동장애 등에 대해 서술된 기록이 있다.
한나라의 의학 서적, 황제내경의 기록을 살펴보면, 음한 기운이 심각할 때는, 창문이 닫혀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혼자 지내려 하고, 양한 기운이 심각할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며 소리를 지르고, 옷을 벗고 달려나가는 상태로, '전광'이라는 정신병을 서술한다. 이는 현대의 조현병의 음성 증상과, 양성 증상에 부합하는 설명으로, 동양에서 조현병의 정신병적 증상을 잘 서술한 사례이다.
서양에서도 이와 같은 정신병에 대한 기술이 연속되다, 중세 유럽에 다다르며, 다른 방향성을 가지기 시작한다. 종교적인 해석을 덧붙여, 악령이 사로잡혀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였다거나, 악마와 계약했다는 인식이 퍼진다. 증상이 발생하다가, 다시 제정신을 찾는 경우에는, 잘못으로 인해 신의 저주를 받아 발생하는 문제로 이해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기원전 수세기부터, 사서 혹은 의서에 기록되었을만큼, 조현병의 증상은 강렬하고 특이하다.
조현병의 증상과 임상양상은,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양성 증상은, 일반적으로는 없어야 할 것들이 있는 것이고, 음성 증상은 일반적으로는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조현병의 양성 증상들은,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와 행동이다.
망상은 사고 장애의 일종으로, 외부 현실에 대한 부정확한 근거에서 비롯된 잘못된 신념이 공고해지며 발생한다. 이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과정에 따라서 망상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조현병에서 발생하는 망상은, 피해망상, 과대망상, 관계망상, 조종망상, 사고전파, 사고주입 및 유출, 종교 망상 등이 있다.
피해망상은 누군가 자신이나, 자신 주변 사람을 해치려고 하거나, 피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망상이다.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서 자신의 방에 도청기나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생각하거나, 택배 기사가 집에 방문하여 초인종을 눌러도, 자신을 죽이기 위해 국가 기관에서 암살자가 고용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뉴스에 난입하였던,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사건도 피해망상의 종류이다.
과대망상은 자신의 가치 및 지위를 실제보다 과장하는 망상이다. 조현병에서도 발생하지만, 보통은 양극성 장애의 조증 삽화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자신이 유명인이라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대단한 권력이나 힘, 돈이 있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현병에서는 과대망상만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다른 망상과 같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종망상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된다는 망상이다. 자신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생각나고, 외부의 힘이나, 외계인, 의사들이 자신의 머리 속에 생각을 집어넣는다고 생각한다. 사고전파, 주입, 유출은 자신의 생각이 방송을 통해 타인들에게 알려지고,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주입되고, 자신의 생각이 외부로 흘러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망상이다. 위 내 귀에 도청장치 사건과 연결되는 망상의 내용이기도 하다.
환각은 환청, 환시, 환후, 환미, 환촉이 전부 가능하지만, 환청이 가장 흔하게 동반된다. 환자가 스스로 환청을 듣는 것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환자가 조용히 혼잣말을 하거나, 허공을 보고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이를 의심해야 한다. 환청과 같이 동반하는 환각으로는 환시가 가장 흔하다. 환각은 망상과 동반되어 강화되는데,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자신에게 말을 걸거나 명령하는 내용의 환청이 흔하게 발생한다.
와해된 언어와 행동은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을 모두 포함한다.
와해된 언어의 양성 증상은, 연상 이완, 지리멸렬, 우원증, 말비빔, 반향 언어증(같은 단어나 음성을 반복함), 신어조작증(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만들어 사용함) 등을 포함하고, 음성 증상에는 언어 빈곤, 사고 차단, 함구증이 있다.
연상 이완은, 사고가 논리적이지 않고, 사고하는 과정이 일관성이 없고, 비체계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언어의 구조 자체에는 이상이 없지만, 사고의 연상 과정이 엉크러져 있는 것이다. 지리멸렬은 이리 저리 흩어지고 찢겨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로, 말이 연결되지 않고 일관성이나 조리가 없어서, 말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는 연상 이완과 유사한 양상으로 표현된다. 연상 이완은 사고의 과정에 일관성이 없고 체계적이지 않고, 사고의 주제가 변동하지만, 지리멸렬은 전체의 양상과 의미를 파악할 수 없지만, 문장의 일부는 온전한 의미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내 뱃속에, 남자친구의 아이가 있는데, 이게 꽃을 피우고, 비가 내리면 땅이 젖어요" - 연상 이완
"밥을 먹었냐구요? 어제 저녁에는 그림자가 없어서, 핸드폰을 열었더니 눈이 아팠어요" - 연상 이완
"나 아는 사람 연예인 닮은 이모가, 다시보게 되는게, 다시 그때처럼 안 닮은 엄마보면 느껴질 수 있는걸까?" - 지리멸렬
"내가 자전거로 성희롱을 당했는데 자동차에서 도와주세요" - 지리멸렬
우원증은 사고 내용에서 중요한 것과, 주변에 있는 것을 구분하지 못해, 부수적인 연상적 사고를 하며, 중요한 내용을 빙빙돌고, 겨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결론에 결국 도달하지 못하면, 사고의 이탈로 판단한다. 예시를 들어보자.
"어제 일식집에 가서 초밥을 먹었다." - 정상인의 사고와 언어
"어제 일식집에 갔는데, 일본 음식은 날 것이 많고, 초밥이나 회가 많은데, 낚시 배들이 그런 생선들을 1년에 얼마나 생산할지, 돈이 많이 될지 모르겠지만, 돈을 많이 벌어도 배에서 일하는 건 위험할 것 같아요. 위험한 일을 하는데 저는 돈을 잘 못벌고, 비싼 음식을 잘 못 먹겠는데, 아무튼 초밥이 비싸긴 했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 우원증 (결국에 초밥을 맛있게 먹었다는 결론에 도달함)
"어제 일식집에 갔는데, 일본 음식은 날 것이 많고, 초밥이나 회가 많은데, 낚시 배들이 그런 생선들을 1년에 얼마나 생산할지, 돈이 많이 될지 모르겠지만, 돈을 많이 벌어도 배에서 일하는 건 위험할 것 같아요. 위험한 일을 하는데 저는 돈을 잘 못벌고, 비싼 음식을 잘 못 먹겠는데, 요새 돈을 벌 수 없어서, 잠을 잔다." - 사고의 이탈 (결국 결론에 도달하지 못함)
말비빔은 지리멸렬이 심각하게 발생한 상태로, 일관성이 없고 비체계적인 단어들이나 명사들이 연속되어, 정상적인 문장의 구조를 띄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지리멸렬이 심각한 상태로 위험한데, 말비빔이 발생한 환자는 다른 증상들이 심각하게 동반될 위험이 커진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인사드려요. 결코 없는 지각! 뚫지 못하는 유리창. 손잡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습기의 차단. 사람은 지구의 습기. 밤이 없다. 밝은 빛의 아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준은 없다. 모른다? 아름다운 교회, 사람의 사정, 기댄 사람을 구한다. 행동으로 옮긴다. 어두운 나무! 무늬는 색깔!" - 지리멸렬이 극심화된 말비빔
음성 증상에 해당하는 언어 빈곤, 사고 차단, 함구증은 사고의 과정이 이어지지 않거나, 그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다. 언어 빈곤은 충분하고 적절한 어휘로 문장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사고 차단은 정상적인 사고 과정이 중단되는 상태이다. 함구증은 말을 하지 않는 상태로,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 경우부터, 특정 장소나 시간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와해된 행동, 혹은 괴이한 행동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모든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긴장성 혼미를 보이기도 하고, 자극이나 목적이 없어도 운동성 활동을 지속하는 긴장성 흥분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보이는,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상동증을 보이기도 하고, 반향행동증을 보이기도 한다. 임상 양상들을 짧은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자극에 대한 적절한 반응과 달리, 반응이 없거나, 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 와해된 행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서나 정동도 부적절한 양상을 보이는데, 대표적인 음성 증상으로 둔마된 정동이 있다. 정동은 장기간 유지되는 기분이나 정서를 의미하는데, 조현병 환자들은 대부분, 표정 변화가 없고, 시선 접촉을 피하며, 정서나 감정에 대한 표현이 아예 0에 수렴한다. 이와 동반되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음성증상으로, 무언증, 무의욕증 등이 있으며, 증상이 심해질수록, 사회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방안에서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와 함께 위생 관념이 없어지고, 먹고, 씻고, 자는 것에 대한 관념이 부적절하게 변화한다.
조현병의 증상은 이처럼 매우 다양하고 개인차가 심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증상의 정도, 발현 기간, 심각성 등을 고려하여, 조현병을 비롯하여, 조현양상 장애, 단기 정신병적 장애, 조현형 성격 장애 등으로 구분한다. (이름이 다르지만, 조현병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진단 기준을 비롯하여, 조현병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주 연재분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