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성격 장애, 나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너도, 나도 성격 장애가 아닐까? (1)에 이어집니다)
Cluster A와, Cluster B의 반사회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까지 살펴보았다.
오늘은 Cluster B의 연극성,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Cluster C의 성격 장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Cluster B
연극성 성격장애는 histrionic personlaity disorder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도 흔히 히스테리, 히스테릭한 성격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는데, 이 히스테리라는 단어가 histrionic PD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연극성 성격장애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과한 감정 표현을 보이며, 타인에게 관심을 갈구한다.
사람은 모두 타인의 감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연극성 성격장애는 타인의 감정과 관심에 부적절하게 집착하고, 갈구한다. 어느 정도냐면, 해당 성격 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은 상황을 불편해한다. 따라서 타인과의 교류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하는데, 보통은 외모나 행동이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성적이거나 유혹적, 자극적이다. 이러한 표현과 함께 감정의 소모, 전파 속도도 매우 빠른데, 이런 흐름 속에서도, 감정의 표현은 매우 피상적이다.
간단히 말하면, 연극성 성격장애는 과도한 감정성에 집착하고, 타인에게 주의를 끄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진단 기준에 따르면, 이러한 임상 양상은 성인기 초기, 혹은 사춘기 이후에 시작된다.
이들은 결국,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외모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름답거나 멋진 사람만 이러한 연극성 성격장애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외모를 부각하거나, 성적이거나 유혹적인 외모나 옷차림을 갖추어 자신에 대한 관심을 주목시킨다. 외모나 옷차림뿐 아니라, 성적으로 유혹하는 듯한 제스처도 다양하게 표현한다. 언어 또한 과장적/인상적인데, 지나치게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언어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세밀하고, 자세한 표현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와 처음 대화를 하면, 매우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화술에 감탄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번 만나 대화를 하게 되면, 일반적인 사람들과 매우 다른 언어를 구사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계에서 매력성이 급감한다.) 이와 같이 연극적이고 과장된 행동, 외모와는 달리, 실제 환자들의 감정은 피상적이고 무능하다. 따라서 쉽게 관심을 받아 시작한 대인관계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타인에게 매우 쉽게 영향을 받는 피암시성을 공통적으로 보인다.
놀라운 점은, 연극성 성격장애는 긍정적인 관심뿐 아니라, 부정적인 관심 또한 관심으로 여기고, 모든 형태의 관심 자체를 갈구한다. (관심을 못 받는 것보다, 부정적인 관심을 받는 것에 더 만족한다.) 이는 앞으로 이야기할 자기애성 성격장애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연극성 성격장애는 고전적으로, 여성성의 극한으로 해석되곤 했다. 1980년대에 개정되어 사용된 DSM-3 진단 기준에서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내는 성격장애 유형으로 서술하기도 하였으며, 실제 과거 연구와 임상 모두에서 여성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분류되었다. 최근 개정된 DSM-5에서는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항목은 제외되었으며, 여성적인 성격장애라는 말도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정신과학적 연구에서는 연극성 성격장애의 이환율에 남녀 차이는 없다고 연구되고 있지만, 임상과 일부 연구에서는 여전히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성격장애 유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인기 초반에 증상이 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20대 초중반에 연극성 성격장애의 양상을 보이는 사람을 만난 경험이 한두 번씩 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지나치게 활발하고 유혹적인 이성이나, 대학에서 만난 엄청나게 외향적이고 이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선배, 동기 등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 긍정적으로 표현되는 연극성 성격장애는, 활발하고, 극적이고, 열정적이고, 외향적이고, 이성적 매력이 넘치는 성격 유형으로, 20대의 젊음으로 해석하였을 때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추어 보이게 된다. 하지만 20대 중후반에 접어들며, 이러한 성격이 긍정적으로만 해석되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자신 혹은 주변에서 인지하게 된다. 정신과적 진단을 받지 않은 연극성 성격장애 환자들도 매우 많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유명한 사례로는,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의 고유정이 있고,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실화 바탕의 사례에서도 다양한 연극성 성격 장애 환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정신역동 심리 치료 등, 근본적인 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상담 치료가 중요하다. 약물 치료도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격장애로 인한 증상을 조절하는 데에 보조적으로만 사용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 연극성 성격장애와 매우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성격장애이다. 일부 학자들과 의사들은 연극성 성격장애와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근본적으로 같은 성격장애라고 여기기도 한다. 나르시시즘, 나르시시트와 같은 단어는 모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부르는데,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자기애를 넘어, 자신에 대한 과대성을 보이는 성격장애 유형이다.
보편적인 임상양상은, 과대성, 본인에 대한 숭배 요구, 공감 능력 결여 3가지 요소이다.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한 느낌을 가지고, 본인의 실제 능력보다 스스로를 더욱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엄청난 사람이기 때문에, 타인과 사회가 자신을 특별 대우 하기를 바란다. 자신을 과대하게 생각하고 묘사하지만, 스스로가 한 일은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결국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본인의 능력이나 성취를 과장한다.
무한한 성공이나, 엄청난 권력, 이상적인 사랑, 예술과 같은 아름다움 등 다양한 공상에 몰두하며, 본인이 이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거나, 성취하고 싶어 한다. 공상의 추구와 더불어, 특별하거나 높은 지위의 사람만이 자신의 문제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러한 사람들만이 자신과 어울리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자신의 입장과 다른 특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과도한 숭배를 요구한다. 이러한 모든 양상에 더불어, 감정이 결여되어 있고,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타인에 대한 감정 이입이 불가하고, 오만하고 건방지며, 타인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 자신을 시기하고 부러워한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질문뿐 아니라, 순수한 궁금증이나 대화마저도 오해하고, 질투나 시기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연극성 성격장애는 유사한 성격장애로 여겨지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본인에 대한 부정적 관심에 대한 반응이다. 연극성 성격장애는 부정적 관심까지 관심으로 여기며, 이에 만족하지만,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부정적 관심은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여긴다.
지금까지 내용을 읽었다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왕자병, 공주병, 자존감의 끝판왕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이다. 실제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무의식에, 자신이 잘나야 한다는 병적인 방어기제가 주요한 병태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감이 없고, 외적인 압박과 수치심에 대한 인내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우월해야만 스스로 버틸 수 있다는 집착을 가지는 것이다. 자존감이 아예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성이 스스로에게 없고, 외부의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만든 방어기제가 성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한 방어기제가 훌륭하게 작용할 때는 자존감이 우주까지 치솟지만, 티끌만 한 공격이나 불균형이 나타나면, 다시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떨어지는 것이다. (타인이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가지거나, 공격을 하게 된다면, 자존감이 극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문과 공격은 질투나 시기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한다. )
이전에도 예시를 들었던 인물이 이에 완전히 부합하는데, 수리남의 전요환 목사이다.
극 중에서, 자신이 행복하고 편안할 때는, 모든 사람에게 자애로운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고, 엄청난 것을 이루었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강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실패에 대해 매우 두려워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을 의심한다. 자신을 위해 일한, 가족과 같은 부하들도 아주 약간의 오해만으로 살해하기까지 한다. 극도로 자기 방어적이면서도, 자기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극한이다. 자신보다 낮거나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잔인하고 잔혹한 모습을 보이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대통령, 극 후반의 강인구 등)에게는 평등한 자세 혹은 저자세로 나아간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에서, 환경적 소인보다 유전적 소인이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부모의 방어기제가 자식에게 전달되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환경적 소인 또한 매우 중요한데, 자존감 형성에 가장 중요한 어린 시절, 부모의 폭력, 무시, 방임, 학대와 같은 트라우마가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모두 심각한 애정결핍을 가지고 있으며, 패배나 무시에 대한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힘의 논리에 입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패배자가 되는 것을 기피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적인 왜곡은 스스로를 좀먹고,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연극성 성격장애와 반대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데,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형제 없이 성장한 남성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 다양한 임상 양상과 더불어,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다른 사람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공감 능력의 결여)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남성적 기능과 여성적 기능 모두 결여/저하되어 있다. 또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아예 사고 회로 내에 배열되어 있지 않고, 결국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자기 방어가 너무 심해서, 병식(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정도)을 가지기 어렵고, 치료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치료자의 해석을 거부하거나 공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정말 어려운 성격 장애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치료는 정신 분석을 포함한 정신치료지만, 정신적으로 개입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성공적인 정신 치료를 하기 매우 힘든 질환이다. 약물 치료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데, 이 또한 강박, 불안, 우울 등 증상에 대한 치료로, 연극성 성격장애와 같이 보조적인 약물 치료에 그친다.
Cluster C
C 그룹에는 회피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3가지가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는 avoidant personality disorder로,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원하고 사회적으로 소속되고 싶어 하지만, 거절이 두려워 이를 회피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성격장애이다. 사회적인 관계를 원하지만, 비판과 거절에 대한 방어 기제로 대인관계를 회피한다. 전반적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피하지만,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들이 호감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는 어려운데, 이는 스스로를 매력 없고 타인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절이나 비판 등에 예민한 만큼, 실패에 대해서도 예민한데, 이로 인해서 새로운 일에 관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유병률은 2.4%로 매우 희귀한 질환은 아니다. 남성에서보다는, 여성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우리 뇌의 전두엽은 과도한 충동을 억제하고, 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회피성 성격장애에서는 전두엽의 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과도한 충동뿐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 의지나 동기까지 억제된다. 반대로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이러한 전두엽의 억제 기능이 적절히 발현되지 않아 발생하는 성격장애이다.
Cluster C의 성격장애는 전반적으로, 사회생활이 가능한 성격장애이다. Cluster A는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성격장애의 군집이며, Cluster B는 사회생활이 가능하지만 과정 내에 문제가 발생하는 군집이다. 하지만 Cluster C는 대부분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은 많지만, 타인과의 관계가 대부분 원만하고, 사회적 기능을 온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비난,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 절대 사람에게 선을 넘지 않고, 반대로 사람이 선을 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깊은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선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은 타인의 요구에 거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요구를 받아들이지만, 그 상황을 모면한 후에, 그 부탁을 회피하기도 한다.
사회적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는데에 문제는 없지만, 가능한 사회적 책임이 없는 자리를 선호한다. 업무 내에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고, 자신이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것을 회피한다. 다른 성격장애와 비슷하게 내면에 애정에 대한 강렬한 소망이 있지만, 반대로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두 가지 양가감정으로 인해 만성적인 긴장감, 우울, 불안을 가지고 있다. 친한 사람과 깊은 관계에 대해서는 집착하고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극도의 회피성 성격장애는 대인기피증이나 사회공포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격을 문화적인 배경으로 해석하는 경우에, 일본의 사회적 풍토가 회피성 성격장애와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치료는 사회기술훈련, 집단치료가 주요하다. 정신분석적인 치료보다,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고, 회피하는 양상을 줄이기 위한 치료이다. 내면의 만성적인 긴장감, 우울, 불안에 대해 불안이나 긴장증을 해소할 수 있는 beta-blocker, 항우울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의존성 성격장애는 영어로 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로, 스스로 안정감을 가지지 못하고, 타인으로부터 보살핌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가, 의존성, 순종성 등의 임상 양상으로 표현되는 성격장애이다. 의존적인 성격을 가진 일반사람들과의 차이는, 타인으로부터 충고나 확신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부모님, 친구, 선배, 애인 등으로부터 충고나 확신을 갈구하며, 이러한 조언 없이는 스스로 선택을 하기 어려워한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도, 자신이 지기보다, 타인이 책임져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생활과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수록,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의견이나 조언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타인으로부터의 지지, 칭찬, 조언을 잃기 두려워 의견 불일치를 표현하지 못하고, 관계가 종결될 것을 걱정한다. 만약 이러한 관계가 끝나고, 친밀한 관계가 소원해지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주요한 병리로 작용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유능하다고 여기지 않고, 만사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양상이 극심하면, 잘못된 일이나 범죄에도 무뎌지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거절할 용기가 없다.
이러한 의존성은 다른 성격장애에서도 대부분 공통적으로 보이는 증상이지만, 아주 사소한 결정부터 중대한 결정까지 타인에게 의존하려고 하며, 상대방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이 의존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다. 타인에게 의지한다는 점에서 경계성 성격장애와 유사하지만, 타인과 관계가 종결되더라도, 이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경계성 성격장애와의 차이이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종결된 관계에 집착하고 이에 상처를 받는다.) 나를 책임져줄 수 있는 사람을 다시 찾게 되면 다시 낙천적인 모습을 보인다. 유병률은 문헌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 10% 내외로, 남자보다 여자에서 1.5배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는 표현형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사회기술훈련, 집단치료 등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되찾기 위한 치료가 주를 이룬다. 약물치료는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의존적인 성격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한다.
강박성 성격장애는 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로, 완벽주의적 성격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성격장애이다. 완벽주의적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박성 성격장애에서는, 완벽함의 추구가 일을 방해하거나 스스로를 옭아매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업무에서 규칙, 순서, 목록 등에 집착하며 업무의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 필수적인 것이 아님에도 일, 성과, 결과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집착한다.
- 업무에 집착하며, 그 과정 속 사회적 관계를 간과하고 지나친다.
- 도덕관, 가치관, 양심 등에 대해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다.
- 경직되고 완강하고,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 집착하여, 오히려 비효율적인 삶을 산다.
- 상황을 자신의 방식대로 조절할 수 없을 때 불안해하고 분노를 느낀다.
- 자신의 행동이 완벽하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고 망설인다.
강박성 성격장애는 강박장애와 다르지만, 강박성을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외부에 대한 강박성이 아닌 자신의 성격과 삶에 대한 강박성이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강박성이 나타난다. 강박성 성격장애 환자는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뛰어난 능력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족하고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주변사람들은 강박성 성격장애 환자를,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든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강박성 성격장애 환자는 항상 최악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어, 조심성이 많다. 이러한 조심성과 계획성으로 신임을 받을 수 있지만, 사소한 실수에도 낙심하고 주위를 괴롭힐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버림받거나 소외당하는 것, 무시당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서, 집단의 규칙을 모두 인식하고 이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 혹은 집단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다.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굉장히 예민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양심과 도덕에 집착하고, 타인에게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 과정 중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집단과 타인에게 충성하고 순응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스스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의심한다. 타인이 자신에게 한 행동을 곱씹어 보고, 타인이 자신에게 한 말의 의도를 의심하고,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리고 대부분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전문적인 문헌에서 이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엘리트 집단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계층에서 많이 보이는 성격장애 유형이다. 강박적인 모습으로 성취한 바가 많고, 본인의 업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주위 인간관계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대표적인 캐릭터가, 드라마 프로듀사의 신디이다. 데뷔 10년 차 최고의 아이돌 스타이지만, 업무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스스로 생각한 성취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 나온다.)
강박성성격장애는 정신치료, 인지치료, 집단치료뿐 아니라 약물치료도 할 수 있다. 환자 스스로의 성격을 낙관적으로 만들기 위한 정신치료와 인지치료를 할 수 있고, 이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성격에 문제점이 있음을 환자 자신이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강박장애와 유사하게 규범에 어긋난 행동을 유발하고, 이를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치지 않고 견디는 반응치료도 시행할 수 있다. 성취 외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인지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강박장애와 유사하게 고용량 항우울제를 통한 강박성 완화를 유도할 수 있다.
2주에 걸쳐 많은 성격장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글을 쓰면서도, 읽으면서도 주위의 사람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우리 주위에 많은 성격장애 환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이를 진단받지 않고 스스로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성격장애는 그러한 병이다. 평생 모르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는 병.
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의심하고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다. 주위 사람들을 이러한 성격장애겠거니 구분 짓고 매도할 필요도 없다. 단지 이를 깨닫고, 나는, 타인은, 이러한 모습을 조심하면 되겠구나 알아가는 것이면 충분하다.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정신질환은 나도 모르는 새에 생길 수도 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겪을 수 있는 아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