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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구이로 May 25. 2024

너무 불안해, 공황장애, 불안장애 (1)

불안장애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서 알아보자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호소한다. 연예계 소식지, 언론, SNS 등 다양한 매체에서 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들과 유명인들의 사례를 보도한다. 일반인들도 공황장애를 앓았던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와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극도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anxiety disorders)의 일종으로, 우리가 친숙하게 접하는 불안장애 질환이다. 오늘은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 질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불안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통칭한다. 불안과 공포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정서 반응이지만,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병적 불안은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증상을 초래한다. 


불안장애는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광장공포증, (특정) 공포증 5가지의 대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오늘은 공황장애에 대해서 자세히, 그리고 나머지 불안장애에 대해서는 오늘과 다음 주 연재분에서 간략하게 다루고자 한다. 



1. 공황장애 

: Panic disorder 

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한 공황발작이 발생하고, 이와 관련된 부적응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공황발작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예상할 수 없게,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수 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는 현상이다. 증상은 다양한데, 아래 증상 중 4가지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 공황발작으로 판단할 수 있다.


- 심계항진(심장의 두근거림이 스스로 불쾌하게 느껴짐), 흉통, 오심, 복부 불편감

- 발한, 몸이 떨림, 오한, 열감, 저림

- 숨이 차거나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목이 졸리는 느낌

- 어지러움, 멍함, 머리가 가볍거나 기절할 것 같은 느낌

- 비현실감, 이인증(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 느껴짐), 미칠 것 같은 느낌, 공포 (죽을 것 같은 공포 등)


이러한 공황발작은 예상치 못하게,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발작을 유발하는 원인이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한 사건을 보고 반응하는 것은 인간의 정상적인 반응이고, 건강한 뇌의 반응이다. 예를 들면, 지진이 나거나, 전쟁이 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외부의 사건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뇌의 반응이다. 하지만 공황발작은 이러한 외부요인 없이 갑자기, 아무 때나 발생한다. 그리고 환자들은 이러한 공황발작에 대한 예기불안을 느낀다. 예기불안이란, 공황발작이 언제 올지,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다. 


예기불안은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한다. 하루 종일, 매일, 언제나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쓰러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사람의 삶의 질을 크게 감소시킨다. 공황발작은 운전 중에도 발생할 수 있고, 직업 활동을 하고 있는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8톤 화물차를 운전하다 공황발작이 생긴다면?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이처럼 공황발작 환자들은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끼는 발작뿐 아니라, 예기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많은 연예인들, 김구라, 장나라, 양현석, 이경규 등, 이외에도 수많은 연예인들이 공황발작을 경험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한다.


공황장애는 미국의 남북전쟁 환자들에게서 처음 발견되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까지 사람들에게 친숙한 질환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대중에게 친숙해졌다. 대중에게 알려진 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은 신기한 일은 아니다. 특히 많은 정신질환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며 관련된 증상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유병률이 증가했다. 해리성 인격장애 (다중인격) 영화 이후 해리성 인격장애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방문한 환자들이 수십, 수백 배 증가한 것을 보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공황장애 유병률 증가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진료 데이터에 의하면, 공황장애로 진단받거나, 관련 증상을  진료를 본 환자들은 2017년 13만 명에서 2021년 20만 명으로 약 45% 증가했다. 연평균 약 9.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환자는 40대가 2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19%를 차지한 50대와, 18%를 차지한 30대였다. 공황장애는 국내에서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흔한 질환으로 여성에서 약 1.3배 더 많은 환자수를 보인다. 


그렇다면 공황장애는 왜 발생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공황장애가 질환으로 인식되고, 제대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발병 원인과 기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양한 해외 문헌에 따르면, 유전적 원인, 생물학적 원인, 심리적 원인, 인지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여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공황장애에 주요한 원인은 심리적 원인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다. Mayo clinic, NHS 등 다양한 해외 연구 기관에서 밝힌 공황장애의 주요한 원인과 위험 요인은 major life stress와 major changes in life이다. 삶의 주요한 스트레스와, 급격한 변화라는 의미이다. 


삶의 주요한 스트레스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일상의 경제적인 스트레스, 일상에 대한 과도한 불안 등이 있으며, 삶의 급격한 변화는 이혼, 퇴직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이는 국내에서 40대 공황장애 환자들이 가장 많은 것에 대한 이유가 되는데, 40대에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황장애의 발병과 재발이 많다. 또한 sns나 인터넷 사용도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많다. 타인의 일상과 자신의 삶을 계속 비교하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자신의 의견과 대치되는 의견을 인터넷의 바다에서 계속 마주해야 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의 가족력 또한 불안장애의 위험 요인이다. 일상적인 스트레스 외에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사고나 사건들도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유소년기의 육체적, 정신적, 성적인 트라우마는 공황장애와 불안장애의 큰 위험요인에 해당한다. 


이외로, 정상적인 신체의 반응과 변화가 공황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올라간 체온을 식히고, 온몸에 혈류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빠르고 거세게 뛴다. 이러한 정상적인 신체의 반응과 변화가 불안을 느낄 때의 심계항진과 유사하여, 공황장애 환자에게 공황발작과 유사한 상황을 제공한다. 따라서 환자는 예기불안을 느끼고, 공황발작까지 도달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의 신체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전혀 다른 원인과 결과이더라도 유사하고 익숙한 상황 속에 존재하면 착각한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에 잘 들지 못하는 것, 화장실의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면 배뇨나 배변 욕구가 발생하는 것, 음식의 사진을 보면 음식의 향이 생각나거나 침이 분비되는 것 등 모두 신체가 하는 착각의 일련과정이다.)


공황장애의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주요한 치료는 약물치료이다. 항우울제, 항불안제와 같은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전시켜 주는 약물을 사용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하지만 약물로만 완치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고 원인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약물을 복용하여 증상이 완치되는 경우는 약물의 효과로 예기불안과 같은 공황발작의 원인까지 교정된 것이다.) 따라서 공황장애의 원인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완치로 다가가는 관문이다. 이는 정신치료의 일환인 인지행동치료로 교정할 수 있다. (공황장애 치료의 7할은 마음가짐이다. 이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요한다.)


이외로 술과 커피를 복용하지 않는 것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커피의 카페인은 각성 효과를 보여, 예기불안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술은 안정효과를 보이지만, 안정상태로 돌입하고 안정상태에서 각성상태로 탈출하는 과정은 공황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같은 작용 기전을 가지는 담배 또한 추천하지 않는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매우 추천되는데, 아주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부터, 천천히 강도를 높여가며 심폐지구력을 향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는 불안감에 대한 역치를 높일 뿐 아니라, 공황장애 후 발생하는 과호흡 증후군에 대한 예방과 치료로 효과적이다. 


치료로 완치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도, 꾸준한 약물복용과 보조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약을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에는, 서서히 없어지고 있었던  불안감, 우울감이 재발하거나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재발한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인한 추가적인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2. 광장공포증

: Agoraphobia

광장공포증은 불안장애에 속하는 질환으로, 공개되거나 대중들과 함께하는 장소에 대해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DSM-5 진단 기준에 따르면, 다음 5가지 상황 중 2가지 이상에 대한 극심한 공포나 불안을 경험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 공공 운송 수단의 이용 (자동차, 버스, 기차, 배, 비행기 등)

- 공개된 공간에 있는 것 (시장, 주차장, 경기장 등)

- 폐쇄된 공간에 있는 것 (대중들이 이용하는 공간, 매장, 극장, 영화관 등)

- 줄을 서거나 군중 속에 있는 것

- 혼자 집 밖에 있는 것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와 관계없이 진단이 가능하며,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의 진단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 두 가지 질환을 같이 진단할 수 있다. 실제로 광장공포증 환자들은 공황장애를 흔하게 앓는다. 이름은 광장공포증이지만, 진단 기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폐쇄적인 공간에서도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 공개된 장소는 하늘이 뚫리거나 벽면으로 막혀 있지 않은 공간을 의미하며 쇼핑몰, 거리, 공원 등의 공간이고, 폐쇄된 장소는 일부가 폐쇄된 매장이나 편의점 등을 의미하기도 하며, 승강기나 터널 등 폐쇄감이 강한 공간이기도 하다. 환자에 따라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장소는 매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본인의 집이나 본인이 주거하는 공간에서는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호소하지 않는다. 


이들이 느끼는 주된 불안 원인은 공간에서부터 도망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혼자 외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하는 경우 안정감을 느낀다. 대부분 집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느끼고, 집으로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감별 진단으로는 공황장애, 특정공포증, 사회불안장애가 있는데, 공황장애와는 진단기준을 개별적으로 적용시킨다. 특정공포증과는 불안감을 느끼는 양상에 차이가 있는데, 특정공포증은 특정한 물체나 상황 자체에 대한 공포가 원인이 되지만, 광장공포증은 해당 상황에서 증상이 발생했을 때 도망치거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불안감의 원인이 된다. 사회불안장애는 타인과의 관계와 평가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는지 확인하면 감별할 수 있다. 무대공포증은 특정공포증과 광장공포증 사이의 것으로 여겨지는데, 광장공포증에 준해 치료할 수 있다.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의 치료방법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할 때 항불안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실제로 무대공포증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로라제팜 등 항불안제를 복용하여 증상을 호전시키고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곤 한다. 인지치료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광장공포증의 원인을 분석하고 원인이 되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환자가 익숙해지고, 이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치료가 필요하다.



(다음 주 연재분에서는 특정공포증,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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