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무엇일까?
최근 집중 조명을 받는 정신과적 질환 중 하나가 ADHD이다.
ADHD라는 말은 모두가 알고있을테지만, ADHD가 무엇의 줄임자인지, 어떤 질환인지, 진짜 질환인지에 대한 답은 하기 어렵다. ADHD는 한국어로 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이며, 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의 줄임말이다.
주의력이 결핍되어 있거나, 행동이 부적절하게 과다한 정신과적 장애 상태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소아에 있어서 ADHD가 조명되었고, 중요한 문제로 여겨져, 조금만 산만하더라도,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ADHD라는 병이 아닌가 걱정하곤 했다. 최근에는 성인 ADHD라는 큰 화두가 던져져, 많은 성인들이 스스로 ADHD가 아닌지 걱정하고,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ADHD는 진짜 질병인지, 질병이라면 어떤 질병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성인 ADHD라는 진단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ADHD의 진단기준은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의 증상이 12세 이전부터 나타나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성인기에 새롭게 발생하는 ADHD라는 것은 없으며, 새롭게 걸리는 질환이 아니다. 성인 ADHD는 일반적인 ADHD (12세 이전에 발생하는 ADHD)가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유지되는 문제들을 일컫는 단어로, 의학적인 단어가 아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ADHD는 성인이 되어 새롭게 걸릴 수 있는 병이 아니며, 타고나는 질환이다. 성인 ADHD는 소아, 청소년기에 진단되었던 ADHD가 성인기까지 적절히 치료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남는다.
ADHD로 이전에 진단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성인 ADHD로 진단받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ADHD의 증상이 있었지만, 이를 진단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 것이다. 성인기에 지속되는 주의력 결핍과 과다행동으로 인하여 '새롭게 진단 받은 것 같은' 상태이다. 혹은 사실 성인 ADHD가 아니거나. ADHD에서 발생하는 집중력 저하, 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등은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에서 동반될 수 있는 일반적인 증상이다. 다른 생리적인 요인에 의해서 집중력이 저하되고 주의력이 결핍된 상태일 수 있으며, 다른 원인 질환으로 인하여 이러한 증상들이 발생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원인 질환을 교정하거나 생리적인 요인을 교정하여 증상의 호전을 노릴 수 있다.
ADHD는 질병일까? 질병이나 질환은, 생물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ADHD는 질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ADHD는 걸리는 질병이 아니라,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타고나는 질병이다.
ADHD가 발생하는 원인은 모두 규명되지 않았지만, 약 70%의 유전적 요인과 20-30%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ADHD의 원인은 뇌의 구조적 결함으로, 도파민 회로 기능 이상으로 인한 신경 전달 체계 이상이다. ADHD 환자들은 도파민 회로 기능 이상을 보이며, 전두엽과 기저핵의 결함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ADHD를 소아에서 진단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하는데, 소아의 경우 발달 과정 상 뇌의 구조적 결함이 존재할 수 있으며,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아에서 결함이 없었다가, 성인이 되며 이러한 결함이 발생하는 것은 모순적이기 때문에, 만 12세 이전 진단을 하고, 경과를 관찰하며 해당 결함이 자연적으로 호전되거나 교정되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뇌에는 기저핵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뇌의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기저핵에서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데, 팔다리를 움직이고 손을 움직이는 등의 수의 운동의 조절, 다양한 절차 상 학습, 인지와 인식, 감정 등의 많은 기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ADHD 환자들은 기저핵의 발달이 지연되거나 결함을 보인다. (일반 인구 대비, 전두엽과 기저핵의 포도당 사용량이 약 5-10% 이상 적다.) 발달이 지연되는 경우, 성장 과정 중 기저핵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며 증상이 호전되지만, 결함이 있는 경우는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결함과 신경 전달 체계 이상이 성인 시점까지 유지되어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성인 ADHD라고 칭하는 것이다.
ADHD의 진단 기준에 대해 알아보자.
DSM-5 진단 기준에서는 ADHD의 진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A. 부주의 그리고 / 혹은 과잉행동, 충동성이 아래와 같이 나타나서, 지속적으로 기능상, 발달상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경우
1. 부주의 : 다음 9개 증상 중 6개 이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 (청소년기 이후부터는 5개 이상의 증상)
a. 사회적, 학업, 직업이나 기타 활동을 할 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조심성이 없어 실수를 한다.
b. 일 또는 놀이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기 어려워 한다.
c. 타인이 말해도 듣지 않는 것 같다.
d. 지시를 따르지 못해서 학업, 심부름, 업무 등을 끝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e. 일/활동을 조직적으로 하기 어렵다.
f. 활동이나 직업에 필요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g. 지속적인 정신력을 요구하는 일을 피하거나 싫어하거나, 거부한다. (학업, 숙제, 과제, 업무)
h. 외부 자극에 쉽게 주의 산만해진다.
i. 일상적인 활동을 자주 잊어버린다. (약속이나 심부름 등)
2. 과잉행동, 충동성: 다음 9개 증상 중 6개 이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 (청소년기 이후부터는 5개 이상의 증상)
a. 손발을 계속 움직이거나,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b. 가만히 있어야 하는 교실 또는 장소에서 자리를 떠난다.
c. 부적절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d. 놀이나 여가 활동을 조용하게 하지 못한다.
e. 쉴 새 없이 활동하거나, 모터가 달린 것 같이 행동한다.
f.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
g. 질문이 다 끝나기 전에 대답한다.
h.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i. 타인이 하는 일에 간섭하거나 방해한다.
B. 심한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 증상은 12세 이전부터 나타타야 함
C. 심한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 증상은 적어도 2곳 이상의 장소에서 나타남.
D. 사회, 학업, 또는 직업 기능의 방해 혹은 질적 저하의 증거가 확실함
E. 다른 정신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님.
이처럼 다양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충동성 증상에 해당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진단 기준을 보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산만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해당될 수 있지 않나? 어느 정도로 진단 기준을 적용할지 모르겠는데, 약하게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에 해당되지 않나? 등의 생각이 들 수 있다. 과도한 진단 기준으로 ADHD가 아닌 사람을 ADHD로 진단하고자 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회, 학업, 직업 기능의 질적 저하를 야기하거나,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정도로 심한 정도의 증상이 유지될 때 진단할 수 있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결국 ADHD로 인해서 생활에 방해를 받는 경우에, 이로 진단되며, 치료가 필요하다. (반대로,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도, 일상 생활을 문제 없이 영위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ADHD로 진단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소아 ADHD 증상의 경우에, 성장하며 교정되는 경우도 많다. 심각한 경우에도 적절히 치료를 받는 경우 호전되고 교정될 수 있다. ADHD는 이른 치료가 중요하다.
ADHD는 지적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다. 지적 장애와 연관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ADHD가 청소년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우, 반항 장애, 학습 장애 등을 유발하게 되어, 장기적인 학습과 지식 수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재미 없는 부분도 공부해야 하는 학습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상 지능임에도 성적이 매우 낮아질 수 있다. 유럽의 연구에 따르면, ADHD 진단 이후 약 12%의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만 25세 이후에) ADHD 진단 기준에 부합한다고 한다. 또한 약 40-50%의 환자들은 ADHD의 후유증을 일부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후유증이란, 이전부터 증상으로 인한 행동이 습관으로 남아 개선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증상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진 경우, 사회 생활에서 지장이 생긴 상태, 본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태 등을 모두 의미하며, 성인 ADHD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성인기까지 ADHD가 지속되는 경우, 감정 조절, 충동 억제를 잘 하지 못하게 되고,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 약물 중독이나 강박 장애 등의 동반질환이 발생하게 될 위험이 높다. 성인 ADHD 환자 중 약 80-85%의 경우,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공황 장애, 강박 장애, 불안 장애 등의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소아 청소년기의 ADHD와 비교하면 매우 위험하고 높은 수치이다. ADHD의 증상으로 인해서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사회 생활이나 인간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여, 반항 장애, 간헐적 폭발 장애, 반사회성 성격 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ADHD의 치료는 최근 매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ADHD의 증상 개선과 치료 효과가 입증된 치료 방법은, 소아청소년기 약물 치료 뿐이다. 이른 시점에 지속적인 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류 약물을 복용하면, 기저핵의 발달을 촉진하고, 도파민 체계를 교정하여, 일반인들과 비슷한 기저핵 발달, 도파민 체계를 가질 수 있다. 임상적으로 ADHD에 완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어려운데,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일반인과 유사한 정도의 증상 조절을 성공하는 경우, 완치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지만, 완치로 진단하거나 정의할 수 있는 시점이나 기한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인기에 시행하는 약물 치료는 '완전한' 증상 개선과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뇌의 발달과 신경 전달 체계의 문제는 뇌의 발달이 굳어진 성인기에 완전한 개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에서도 도파민 체계의 교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기저핵의 발달과 뇌의 구조적 결함을 일부 교정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따라서 성인 ADHD를 앓고 있는 경우,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증상 조절에는 유리하다. 증상 조절은 모든 ADHD에서 필수적이며, 이차적인 문제를 막아준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소아기 ADHD 치료는 장기적인 증상 개선과 치료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었으며, 성인기 ADHD 약물 치료는 증상 조절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뇌의 구조적 교정 또한 일부 기대할 수 있다.
ADHD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메틸페니데이트와 암페타민계열 약물이 대표적이다. 최근 공부잘하는 약 등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메틸페니데이트는 노르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결국 신경 전달 체계 내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레벨은 올라가게 되고, 상승된 레벨로 적절한 각성 효과를 보인다. 암페타민은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며,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신경 전달 체계 내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레벨을 상승시키는 작용은 동일하지만, 자발적으로 도파민을 생산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각성효과와 중추 신경 흥분 효과는 더욱 강력하지만, 큰 부작용을 보인다. (암페타민은 마약류로 분류되며, 히로뽕, 필로폰이라고 부르는 약물이다.)
이 두가지 약물이 각성을 돕고, 도파민 레벨을 상승시켜서 집중력을 향상 시킨다면,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메틸페니데이트를 찾는다. 놀랍게도, 뇌 내부의 도파민 레벨과 집중도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지나친 도파민 수치는 오히려 집중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도파민 레벨을 달성하게 되면, 집중도는 급격하게 감소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람들이 해당 약물을 많이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집중력을 감소시키고 부작용을 유발한다.
위 그래프는 도파민 레벨과 베이스라인, 피크 상태를 그린다. 도파민이 분비되어 가장 높은 지점을 peak, 평소의 도파민 레벨을 baseline이라고 한다. Baseline에서 Peak에 도달한 후, 도파민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시기가 있는데, 이를 Dopamine crash라고 한다. Dopamine crash는 Peak와 비례하는 폭을 가지게 되어, 도파민 레벨이 높으면 높을 수록, 낮은 crash 지점을 보인다. 낮은 Dopamine crash 지점은 결국 baseline으로 도달하는 시간을 연장시키거나, baseline을 낮추게 되어, 장기적인 도파민 체계에 영향을 준다.
결국, ADHD 환자가 아닌데, 해당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장기적인 도파민 체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ADHD 환자에서도, 약물을 오남용하는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강력하게 발현되며, 장기적인 도파민 체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메틸페니데이트 약물의 경우, 의사의 처방대로 사용하는 경우, 중독성을 보이지 않는다. 부작용으로 여겨지는 수면 장애와 식욕 부진 또한 약물의 용량 조절로 이를 교정할 수 있다. 막연한 중독에 대한 불안감,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치료 시점을 놓치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 스스로가 ADHD가 의심된다면, 주변의 아이가 ADHD가 의심된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와 진단을 받아 보자.
스스로를 위하여, 당신의 집중력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