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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구이로 Jun 01. 2024

너무 불안해, 공황장애, 불안장애 (2)

불안장애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서 알아보자


3. 특정공포증

: Specific phobia

특정공포증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심한 공포나 불안을 느끼는 불안장애이다. 흔한 공포증으로는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동물공포증, 첨단공포증(바늘이나 모서리처럼 날카로운 것에 대한 공포증), 심해공포증 등이 있다. 이외에도 정말 거의 모든 대상에 대한 다양한 공포증이 존재하는데, 에이즈 공포증, 암 공포증, 체취 공포증, 폐소 공포증, 성관계 공포증, 성병 공포증, 피 공포증, 직장/항문 공포증, 화장실 공포증 등 다양하다. 대상이 아닌 사회나 상황에 대한 공포증으로는, 남성 공포증, 여성 공포증, 춤 공포증, 학교 공포증, 청소년 공포증 등이 있다. (흔히 환 공포증으로 알려진 phobia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공포증이 아니다. 이 이유는 후술 하겠다.)


이렇게 특정공포증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존재할 수 있는데, 공포의 대상은 거의 매번 즉각적인 공포나 불안 상태를 유발한다. 공포의 대상을 회피하는 경우 공포나 불안이 호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공포의 대상을 적극적으로 회피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는 경우에는 공포나 불안이 더 심화된다. 공포의 대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대상이나 상황이 실제로 내포하는 위험이나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비해 공포나 불안의 감정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실제로 위험하거나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쉬운 예는 총이다.

총에 대한 공포나 불안은, 특정공포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총은 실제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총기가 유통/사용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극심한 공포를 느끼거나 불안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대의 예시도 하나 들어보자.


귀여운 강아지 사진이다. 이 정도의 강아지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없고, 사회적/문화적으로 공포나 불안의 대상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귀여워할 것이다. 하지만 개나 강아지에 대한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귀여운 강아지를 실제로 봤을 때, 일반적인 맥락과는 다른 공포나 불안을 느낀다. 따라서 이는 공포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환 공포증 또한 마찬가지이다. 환 공포증은 실제 phobia로 진단하기에 대상이 불분명하다. (환 공포증의 예시가 되는 흔한 사진들을 첨부하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첨부하지 않았다.  구글에 이를 검색해 보기 바란다.) 또한 실제 대부분 사람들이 불쾌함을 느끼는 사진이나 대상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쾌감이 주요한 임상양상이기에, 공포증으로 진단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특정공포증은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서 무겁게 다루어지지 않지만, 실제 이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큰 불편감을 유발한다. 공포증으로 인하여 예기불안이 발생하거나, 공포 대상을 회피하기 위하여 활동반경이 줄어들거나 일상생활을 잘 이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길가에서 개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산책로나 대로변을 피하는 등) 공포증이 극심한 경우, 특정 공포 대상과 관련되어 공황발작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공포증은 정신사회적 치료로, 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이는 체계적 탈감작, 홍수법, 점진적 노출법, 상상노출법 등으로 다양한데, 체계적 탈감작이 가장 효과적이다. 체계적 탈감작이란, 불안이나 공포가 유발되는 상황들을 난이도에 따라 분류하여, 가장 쉬운 난이도부터 가장 어려운 난이도까지 환자가 상황을 직면하고 이를 버티는 훈련이다. 강아지를 예시로 들어보자.


- 1단계: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준비하여 환자가 이를 피하지 않고 수분 간 바라본다.

- 2단계: 조금 더 자란 강아지 사진을 준비하여, 환자가 이를 피하지 않고 수분 간 바라본다.

- 3단계: 성견의 사진을 준비하여, 환자가 이를 피하지 않고 수분 간 바라본다.

- 4단계: 아주 작은 강아지를 환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실제로 마주한다.

- 5단계: 아주 작은 강아지와 같은 방에 들어가, 최대한 오래 버틴다.


이와 같이 서서히 불안과 공포의 대상으로부터의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완화시키고, 환자 스스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치료이다. 다른 행동치료도 비슷한 원리로 시행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환자에게, 공포 대상이 실제로는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인지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약물 치료도 보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데, 고용량 항우울제를 사용하여 불안에 대한 대증치료를 할 수 있고, benzodiazepine과 같은 약물로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급성기 증상에 매우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4. 사회불안장애

: Social anxiety disorder

사회불안장애는 사람과 만나거나, 소통하거나, 어울리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불안장애이다. 진단기준을 살펴보면, 대화나 소통과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 타인 앞에서의 행동, 타인에게 관찰받는 것 등 한 가지 이상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뚜렷한 공포나 불안감이 가장 중요한 진단기준이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자신이 부정적으로 평가될까 봐 걱정하고,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한다. 사회적 상황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도 존재하지만, 불안감이나 공포감의 원인은 사회적 상황보다는, 상황 속에서 망신당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타인 앞에서 긴장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이러한 긴장이나 불안이 유의미한 고통이나 기능적 저하를 초래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대인기피증, 대인공포증, 히키코모리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의 공식적인 명칭이다. 사회불안장애는 주로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사회적 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나, 나쁜 기억들이 사회불안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선천적인 요인도 이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선천적인 문제만으로 사회불안장애가 발생한다는 근거는 없다. (또한 선천적인 요인이 후천적인 사회적 상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완벽하게 나누어 분석하기는 어렵다.)


사회공포증은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고 부담스러워하지만, 사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나 가족들과의 관계는 정상적이고, 외향적일 수 있다. 또한 타인과도 결국 친해지고 싶은 욕망은 그들 마음에 숨어있고, 이러한 모순된 성향은 더욱 큰 스트레스 상황으로 다가온다.


사회공포증은 방치될수록 증상이 심각해지고,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사회공포증이 발병한 경우, 불안이나 공포와 같은 증상에 의해, 우울증, 성격장애, 공황장애, 망상장애 등의 심각한 질환이 추가적으로 생길 수 있다. 성격장애 중에서는 회피성 성격장애와 유사한데, 일부 의사들은 이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렵다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회피성 성격장애는 일반적으로 사회공포증보다 이른 시기에 발생하여,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경우 성격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더 많다. 사회공포증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약 1%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환자는 1%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 방식에 따라서 약 2-3%에서 약 10%까지의 유병률로 예상된다. )


치료는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 모두 효과적이다. 인지행동치료로는 특정공포증과 유사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인지적 재구성과 노출 치료를 대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인지적 재구성은 환자가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며, 스스로 인지적 관점을 바꾸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이다. 노출 치료는 환자가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 노출시키고, 실제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음을 느끼게 해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이외로, 지지적 정신치료나 집단정신치료, 대인관계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SSRI와 같은 항우울제를 일차 치료제로 선택할 수 있으며, 불안감이나 두근거림의 증상에 대해서는 베타 블로커를 처방하여 사용할 수 있다.



5. 범불안장애

: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범불안장애는 일상 내내,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6개월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지속되는 불안장애이다. 범불안장애의 진단에서 중요한 지점은 두 가지인데, 6개월 이상의 긴 기간 동안, 불안을 느끼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것과, 하루 종일 이유 없이 매사에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범불안장애의 증상은 큰 이유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을 조절하는 것도 어렵다. 범불안장애의 증상은 다음 6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의 증상과 관련이 있다.


- 안절부절못함, 긴장하거나 초조함, 신경이 곤두선 느낌

- 쉽게 피로해짐

- 집중하기 어렵거나 멍함

- 짜증이 쉽게 남

- 근육의 긴장

- 수면 장애


임상 양상은 불안과 걱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신체적 증상이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불안감으로 인해, 일상활동에 방해를 받고, 당장(혹은 금방) 큰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심한 걱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걱정은 일상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일상생활, 업무, 공부 등 다양한 영역의 기능적 저하를 유발하게 된다.


범불안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황장애나 사회공포증과 같은 불안장애와 같이 발생하는 비율이 많으며, 범불안장애 환자의 약 30%에서는 우울증이 함께 발생한다. 범불안장애가 병리적으로 어떤 이유에 의해서 발병하는지 알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 범불안장애의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스트레스 상황을 최대한 줄이는 경우 불안 증상이 호전되고 범불안장애가 호전될 수 있다. 유명한 방송인 정형돈 씨 또한, 범불안장애를 호소하였으며, 방송 일을 쉬고, 스트레스 상황을 줄이면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위 두 가지 불안장애보다 약물치료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데, SSRI, SNRI와 같은 항우울제가 일차치료제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외로 buspirone, quetiapine과 같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정신사회적 치료는 인지행동치료와 정신치료가 있지만, 위 두 가지 불안장애와 비교하여 효과는 떨어지는 편이다.



불안장애는 다른 정신질환보다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편이다. 이는 실제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 사회의 일상적인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하며, 많은 사람들이 불안장애를 호소하고, 이로 고통을 겪는다.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최근 조금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일들이 많았는데, 잠을 잘 자지 못했는데, 몸이 이상하게 안좋고 답답한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혹시 그런 것을 찾기 어렵다면,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산책을 해보자. 애써 받지 않아도 되는, 작은 화면의 불안감을 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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