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다시 달리면서

by 전우 호떡

한 달여 만에 달렸다. 그동안 달리지 못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무릎이 약간 부었던 일과 이사 준비, 그리고 이사였다. 설령 이사가 없었더라도 건강상의 이유로 한동안은 쉬어야 했을 것이다.

탁구를 치다 ‘쿵쾅’ 바닥을 치며 힘을 쏟은 이후, 어느 날 아침 무릎이 부어 있었다. 며칠을 참고 지내다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쉬면 나을 거라며 보름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이사를 앞두고는 짐을 정리하고 버리는 데 시간을 보냈고, 이사 후에도 주말마다 짐을 풀며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토요일 오후, 마음을 먹고 채비를 했다. 한 달 동안 달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다른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비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메울지, 그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오후 네 시, 영하 3도의 날씨. 체육복 차림에 장갑만 끼고 현관을 나서며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부었던 무릎은 가라앉았고 몸 상태도 괜찮았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덮쳤다. 차디찬 냉수가 폐 속을 파고드는 듯, 겨울 공기 속 호흡은 거칠고 힘들었다. 겨울의 공기는 늘 이렇게 정직하다.

달리기는 시작하면 목표에 이르기 전까지 쉽게 멈출 수 없다. 찬 공기를 견디며 속도를 조금씩 올렸다. 새로 산 운동화 덕분이었다. 낡은 신발과 달리 푹신한 쿠션이 지면과의 충격을 줄여 주고, 몸을 가볍게 떠받쳐 주었다. 오랜만의 달림치고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한강 근처에서 세 번째 살게 되었다. 9년 전 이곳에 살 때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달리며 머릿속에 새겨 두었던 이정표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구간을 가늠하며 달리는 재미가 되살아났다.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또렷이 느껴져 좋았다. 한강을 둘러싼 풍경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 듯 여전히 익숙하게 눈에 들어왔다.

산책하는 사람,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들. 한겨울이라 사람은 많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간을 나눴다. 자리를 다투지 않고, 한강의 물결처럼 더불어 흐르듯 달렸다. 동질감 속에서 적적하지 않았다.

한강은 변함없이 흐른다. 노자에 따르면 물은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 흐르는 물은 앞서려고 다투지 않는다. 한강은 달리는 나에게 그런 삶의 자세를 말없이 몸소 보여준다. 나는 한강을 마주하며 물처럼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로 살아가려 한다.

30분쯤 지났을 때 다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방해물은 성장과 회복을 재촉하는 통증이다. 이런 감각을 견디고 이겨내는 데에 달리기의 묘미가 있다. 한 달을 쉬었으니 근육통은 오래갈 것이다. 그래도 다시 예전의 관성으로 돌아와 일상의 궤도에 올라섰다는 사실이 고맙다.

그동안 시공간적으로 멀어져 찾지 못했던 한강과 다시 인사를 나눈 하루. 한강과의 동행은 내게 글쓰기와 달리기라는 두 가지 좋은 취미를 안겨주었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이 글을 쓰며 변함없이 흐르는 한강과의 동행을 다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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