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자식 같아서 그러는 거야

그냥 지나가 주세요. 제발…

by 유혜빈


우리는 한동네에서 어린이집부터

지금까지 쭉 살아왔다. 같은 동네, 같은 학교.

어린 시절 친구들은 곧 동네 친구였고,

그대로 학교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엄마들과도 가까워졌다.


누구랑 어디서 노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이.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의 친구들은

내게도 ‘그냥 남의 아이’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자주 보고,

같이 밥도 먹이고 놀러 오면 반갑게 맞이하던 아이들.

지금도 만나면 예전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나에겐 아직도 유치원 가방 메고 뛰어다니던

그 시절 그대로다.


말 그대로, 다 내 자식 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섰다.

이제는 인사 한번, 시선 한 번 조차 부담스러운 시기.

엄마는 물론, 친구 엄마도 그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나이가 됐다.


어느 날, 큰아들을 학원에 데려다주던 길이었다.

차를 타고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가는데

초등학교 시절 절친 태준이가 걷고 있는 게 보였다.


“어, 태준이다. 오랜만인데. 차 태워줄까? 불러봐.”


“엄마, 그냥 가.”


나는 그냥 반가운 마음에 말한 건데,

아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며 끝까지 밀어붙이다가

결국 내가 창문을 내렸다.


“태준아~”


그 순간, 아들은 당황한 얼굴로 재빨리 창문을 닫았다.


“엄마, 왜 그래. 쟤 혼자 가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어.

엄마가 부르면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아니, 뭐라는 거야.

모르는 애도 아니고, 내가 얼마나 오래 봐온 아인데.

차 태워주는 게 왜 불편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엄마, 그건 에바야.”


그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태준이에게 인사도 못 한채,

혼자 괜히 섭섭해졌다.


며칠 뒤에는

둘째 아들을 데리러 학원 앞으로 걸어갔다.

같은 학원을 다니는 도연이는

어릴 적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집에 놀러 오던 친한 친구였다.

요즘은 학원 끝나면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오는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그날은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일부러 나섰고,

학원 앞에서 딱 마주쳤다.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도연이는 “안녕하세요” 하고 짧게 인사만 남긴 채

서둘러 뛰어 내려갔다.


“뭐가 저렇게 바빠?”


내가 묻자 둘째가 말했다.


“엄마 때문에 그렇지.”


“내가 왜?”


“엄마가 있으면 불편하니까.”


어릴 땐 우리 집에서 뛰어놀고,

밥도 같이 먹고 간식 나눠 먹던 아이였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서운했다.


얼마 뒤, 횡단보도 앞에서 도연이를 다시 마주쳤다.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못하던 도연이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말도 없이 앞장서 뛰어갔다.


나는 그냥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보다 먼저 든 생각은 혹시 뛰다가

다치진 않을까 그게 더 걱정이었다.


그날 이후, 아이가 친구와 있을 땐

나도 자연스럽게 멀찍이 떨어져 걷는다.

눈이 마주쳐도 아는 척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 아이들을 보면 반갑다.

익숙하고, 낯설지 않고,

아직도 예전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언제 이렇게 컸니?”

속으론 그렇게 말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이제 조심스럽다.

지금은 그냥 지나쳐주는 게 배려고,

말을 아끼는 게 더 나은 방법일 때도 있다.


그래도, 언젠가 이 시기가 지나면,

나를 보고 다시 반갑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해줄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 내 자식 같아서 반가워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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