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가 쏟아진다

흔들려도, 휘둘리지 않기

by 유혜빈


정보는 넘치지만,
나에게 꼭 맞는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해도 불안하고,
선택하지 않아도 불안하다.


요즘 들어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여기저기 학원에서 설명회 문자가 쏟아진다.


그 문자를 열지 않고 넘기기란 쉽지 않다.

우리 집엔 예비 수험생과 예비 고등학생이 있다.

학원가에서 가장 탐나는 학년.

그리고 부모로서는 가장 흔들리기 쉬운 시기.


나 역시 아이에게 맞는 정보를 찾고 싶어서

설명회를 간다.

어떤 방향이 맞을지, 확인하고 싶어서.

가기 전엔 늘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꼭 필요한 이야기만 듣고 오자.

휘둘리지 말자. 중심을 지키자.’


촘촘히 책상과 의자가 놓인 큰 강의실.

앞자리에 미리 도착한 엄마들은 펜과 메모지를 꺼내고,

강사는 빠르게 PPT를 넘기며

그래프와 커리큘럼, 성적표를 쏟아낸다.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년 뒤 내신이 달라집니다.”

“이 시점을 놓치면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시작했습니다.”


익숙한 말들이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은 어김없이 흔들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필기 중이다.

나는 슬그머니 펜을 들었다가,

잠시 멈춘다.


이 말이 정말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건지,

아니면 내가 불안을 덜기 위해 붙잡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예전 생각이 났다.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가끔 레벨테스트를 보러 학원에 데리고 갔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들었던 말.

“왜 이제 오셨어요?”

“지금까지 아무 준비도 안 하신 거예요?”

“지금 놓치면 큰일 납니다.”


말투는 친절했지만,

그 말들은 나를 작게 만들었다.

아이보다 내가 더 혼난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기분은 상했지만 내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거다.

내 아이에게 맞는 속도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지부터 따져보려 했고,

모두가 서두를 때,

나는 조금 더 기다려보는 쪽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조급함도

결국 지나가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입시는 또 달랐다.

계획표가 있고, 기회가 정해져 있고,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압박감이 있다.


내 아이의 ‘진짜 진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선택이 아이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무게가 쉽게 가라앉질 않는다.


설명회는 극상위권 아이들의 데이터로 가득하다.

지금 그 이야기들은

우리 아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우리 아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가 스며든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불안.
그건 때때로, 욕심보다 더 사람을 흔든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들어도,

결국 아이 인생의 방향은

설명회 안에선 정해지지 않는다.


이게 맞는 길인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흔들리더라도 휘둘리지는 않겠다고.

모든 정보는 참고일 뿐,

결정은 결국 우리 아이와 내가 함께 내릴 것이다.


나는 오늘도, 중심을 지키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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