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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Jan 20. 2024

240119 회전 목마

빙빙 돌아가는 회전 목마처럼 빙빙 돌고 도는 나의 기분

오늘은 조금 두서없는 일기보다는 기록, 어쩌면 회고


1. 추운 주말 동안 시스템디자인 인터뷰 책을 보고 있는데 이거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회사 다니면서 잘 모르고 썼던 것들, 예를 들면 Load balancer, Master-slave DB, RDB & NoSQL, CDN, Data center 등을 스텝바이스텝 따라가며 아 이건 그랬지 하는 재미가 있다. 학교 다니면서 공부했던 OS, Architecture, Network 등이 생각나기도 하고.


2. 알고리즘 문제 풀이는 꾸준히 하고 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두 개는 하려고 하는데, 주변에 취업한 분들을 보면 생각보다 진짜 많이들 푸신 것 같다. 나는 전직 Job-seeker이니 좀 더 많이 풀어봐야지. 

2.1. Leetcode는 내가 예~~~ 옛날에 인터뷰 준비할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이젠 좋은 문제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알아서 좋은 문제만 모아 놓았다니!


3. 화요일엔 폰 스크리닝이 있었다. 사실 폰 스크리닝인 줄 몰랐다. "I'd love to connect to learn a bit more about yourself and share some more information about the ***** team."이라고 되어있길래 가벼운 커피챗인 줄... ^^ 놉. 리크루터와 온라인으로 만났는데 뭔가 퇴근 직전의 피곤에 절어있는 직장인 모드였다. 딱히 친절하지도, 압박하지도 않는 그냥 무 리액션. 예상치 못했던 본격적인 질문을 받았기 때문일까 리크루터의 딱딱함 때문일까 뭔가 내 대답도 마땅치 못했다. 

3.1. 기록용 질문들 

3.1.1. 왜 지원했니?

3.1.2. 네 최근 커리어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니? - 최근이 바로 직전만 얘기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내 커리어를 읊으면 됨.

3.1.3. 네가 만들었던 큰 임팩트가 있다면 말해줄래?

3.1.4. 너의 미래 커리어 골이 뭐니? - 이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3.2. 그리고 중간중간 나왔던 질문들 - 너 비자 서포트 필요하니? 어떤 상태니, 5일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데 괜찮니?


4. 그 폰 스크리닝은 다음 날 미안하다는 답변이 왔다. 인터뷰 끝나고 리크루터가 링크드인 connect 신청을 하긴 했는데, 뭐 그거랑 상관없는 거였나 보다. 내가 혹시 '스타트업들은 보통 비자 서포트가 부담스럽니?' 물어봤는데 그건 답장은 안 해줄라나 보다.


5. 폰 스크리닝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원래 즉흥 그 자체인 사람이라 대본을 준비하면 오히려 더 버벅거려 따로 behavior question 들에 대한 예상 답변을 준비하진 않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래도 말할 거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히 나오는 질문에 예상 답변을 한국어로 적어보고, gpt로 영어로 번역해 숙지하고, quicktime player를 켜서 면접 연극(?)을 해 보았다. 뭔가 준비한 걸 답변하려 하니 더 안 나오더라. 지금은 방법을 좀 바꿔 예상 답변을 스스로 영어로 써 보고, 내 입에 붙는 방법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 면접들에 좀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 뭔가 숫자를 붙이고 있지만 그냥 원래의 일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6. A 회사에 폰 인터뷰 스케줄을 보내줬는데 그때 가능한 시간이 없다고 한 주 더 미뤄졌다. 다행이다. 보니까 그 폰 인터뷰도 behavior question interview 인 것 같다. 좀 연습할 시간이 생겼다.


7.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받은 분과 온라인 커피챗을 했다. 미국에 와서 일을 쉬고 있다가 뒤늦게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취업하신 분인데, 안타깝게도 회사에서 속한 팀 전체가 레이오프 당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곳은 기회가 많은 곳이라 꼭 잘 될 거라고 많은 응원을 받았다. 나 또한 첫 스텝을 일궈내신 만큼 꼭 또 좋은 기회 있을 것이라 응원해 드렸다. 내가 더 많이 받은 것 같지만... 혹시나 이 글을 보신다면 그 용기로 뭐든 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드리고 싶다. 


8. 그날 오후에는 내가 컨택한 분과 오프라인 커피챗이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동양인이 많지 않은데 우연히 검색하다 발견한 한국인, 또래, 개발자, 그리고 지원한 A 회사에 다니고 계신 분이었다. 동네 개발자 친구를 만들고자 연락했고, 흔쾌히 오프라인 커피챗 요청을 받아주셨다. 만나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다. 이 동네 얘기부터 저 멀리 가면 있는 순대국밥집 얘기, 여기 지역 A 오피스 얘기. 또 레이오프 관련된 얘기도 들었다. 직접적인 대상이 된 것은 아니지만 작년부터 계속된 해고 분위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근근이 들려오는 레이오프 얘기들로 내가 진짜 미국 안에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8.1. 신기하게도 내가 이렇게 컨택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셨다. 나는 미국 오기 전부터 '가기만 해 봐라!' 하면서 벼르고 있었고, 또 잘 이용하면? 관심도 좀 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긴 했었다. 원래 벼르고 있는 것보단 좀 덜 나대고 있긴 하지만 다들 잘하고 있다고 하시니 계속 잘 나대 볼 생각이다.

8.2. 미국 오기 전엔 여기 현지 회사들 문 틈에 밑에 내 레주메 뽑아서 밀어 넣고, 전봇대에 핸드폰 번호 뜯어갈 수 있게 해서 붙여놓고, 그걸 유튜브에 올릴 생각도 해봤다. 앞 두 개는 몇 명한테 물어봤지만 반응이 좀 그래서 포기했고, 유튜브는 생각만 하고 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마음의 여유가 아직 안 생긴다.


9. 아! 레퍼럴도 받았다. 궁금하던 M 회사에 여럿 포지션에 지원했지만 영 이력서를 보는 것 같지 않길래, 레퍼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글을 보고 connect 요청을 주신 M사 엔지니어 분이 생각났다. 첫 레퍼럴 요청이라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하다 모르겠다!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탄생일에 답변이 왔고 흔쾌히 레퍼럴 요청을 승낙해 주셨다. 오예! 이렇게 쉽게 성공해도 되나 싶지만 일단 정말 기뻤다. 취업 일기를 쓰길 잘했다! 레퍼럴 기념일이다!


10. 어제도 폰 스크리닝이 있었는데 리크루터한테 바람맞았다. 화요일 폰 스크리닝 이후로 연습한 것을 써먹어보리라 생각하며 결의에 찬 마음 + 긴장되는 마음으로 미팅에 들어갔는데 30분이 되는 시간 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구글 밋은 주최자가 15분 정도? 승낙해주지 않으면 튕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한두 시간 후 해당 리크루터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랬다고 정말 미안하고 이건 절대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메일이 왔다. 이해한다고 답변하긴 했지만 팍 식어버린 내 마음은 누가 보상해 주나... 뭐 덕분에 그 회사 다니는 한국 분 찾아서 링크드인 connect 맺었지 뭐. (솔직히 그 리크루터가 레이오프로 그 사이에 짤렸나, 이 포지션이 안 뽑게 되었나 생각도 했다. 다행이다.)


11. 매일같이 새로운 job에 지원하고 있는데 이제는 새로 지원할 데가 거의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은 쌓여있던 것에 지원한 거고, 연말 연초도 지났고 이제 새로운 게 안 올라올 때도 됐다. 하지만 알면서도 마음은 불안하다. 지난주 이후로 새롭게 인터뷰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없다. 떨어졌다는 메일이라도 오면 좋을 텐데 거의 멈춰있다. 아니란 걸 알지만 내게 지금 남은 기회가 전부일까 걱정만 늘어간다. 이대로 다 떨어지고 말면 내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까? 수능도, 취업도 간절해지면 더 말아먹는 스타일이라 내가 더 간절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 업데이트도 없는 날이면 슬슬 트라우마가 몰려온다. 내가 너무 간절해져서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서 긴장하고 머리가 하얗게 되었던 순간들.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약한 소리 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냥 뭐라도 하나 떨어졌음 좋겠다.


12. 잠시 후에 지원한 I 회사의 한국인 엔지니어 분과 mock interview를 한다. 이렇게 두 팔 걷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힘내야지. 또 해야지. 또 오겠지. 때가 오겠지.

12.1. mock interview를 하고 왔다. 도움이 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중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나의 이 도전을 알아주셨다는 것이다. 

12.2. 매일매일 새로운 실패의 연속이다. 정말 솔직히, 이력서가 떨어지는 것도 리크루터와 인터뷰에서 떨어지는 것도 하나도 익숙하지 않다. 뭐부터 해야 하지? 그냥 알아서 연락 오는 거 아니었나?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12.3. 나름 진짜 다 버리고 왔다. 좋은 학교, 좋은 경력, 좋은 네트워크. 각오도 했지만 정말 쉽지 않다.

12.4. 겨우 이거 가지고,라고 나약한 소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한테는 진짜 도전이니까. 그리고 그걸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0. 다시 0으로 돌아가서, 잘해봐야지. 이겨 내야지. 이겨냈을 때 진짜 쩌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 그리고 나도 용기를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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