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 Ing Sep 07. 2022

220907 - 발레 하러 멜버른에 간 이야기

멜버른에서 보내는 짧은 글 시리즈

많고 많은 도시 중에 멜버른에 굳이 꽂힌 이유가 있다. 최근 발레에 꽂혀 있는데, 해외의 자유로운 분위기, 피아노 라이브 반주와 함께하는 발레 수업을 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여행할 도시의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멋진 발레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가"였다. 발치광이(발레 미치광이)들이 모여있는 카페에서 해외 수업 후기를 보고, 뉴욕, 파리 등을 알아보던 중 오른 달러 환율과, 유럽의 불안정한 정세… (그리고 파리는 한동안 있어봤다) 때문에 다른 곳이 내게 나타났으면 싶었다.

발치광이 카페에 글을 올리고 나는 뜻밖의 “멜버른"이라는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멜버른이라는 도시에 발레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성인 대상 클래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나는 멜버른이라는 도시에 대해 찾아보고 시작했다. 발레 말고도 내게 쐐기를 박은 것은, 멜버른이 카페 성지라는 것이었다. 이후에 회사 동료와 얘기하던 중, 회사 동료가 이전에 내게 멜버른을 추천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정말 기억이 안난다… 발레와 커피로 나는 멜버른행을 결정하게 되었고, 2주 반을 과감히 멜버른에만 있게 된다.

발레단 홈페이지는 굉장히 잘 되어있었는데, 내가 갈 때 클래스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난 발레단에 몇 번 메일을 보내며 확인하기도 했었다. 뭐 여행 3-4주 전에는 될 대로 돼라 싶기도 했지만, 출발하기 직전 확인해보니 여행하는 동안 클래스를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멜버른에서 발치광이가 될 예정으로, 주 3회 수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우선 Begginer 수업을 신청해 들어 보았다. 해외 발레 학원 후기들을 보면, 외국 사람들은 보통 취미 발레에 우리나라처럼 화려하고 비싼 장비들을 풀 착장하는 것이 아니라, 까마귀 룩이거나, 브라탑 + 레깅스로 참여한다 해서 나는 내가 가진 발레복 중 가장 무난한 한 쌍을 챙겼었다. 수업을 처음 가고 정말 놀랬다. 사람이 정말 많고 다양했다.

클래스에 들어가기 전 캐비닛에서 옷을 갈아입고, 로비에서 몸을 풀면 되었다. 캐비닛은 라커 하나 없었는데, 여기 사람들은 자기 물건이나 신발을 캐비닛에 두고 가기도 했다. 물론 귀중품이나 가방은 발레 스튜디오에 챙겨 들어갔다. 첫날 공교롭게 나는 긴 부츠를 신고 있었고, 사실 들고 들어가기 좀 민망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해서 캐비닛에 놓고 싶었다. 하지만 유럽 교환학생을 체험한 나로서는, 내 물건을 공용공간에 두고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 5개월 있은 후 소매치기에 대한 노이로제가 생긴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그래서 옆에서 옷 갈아입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Is it okay if I left my shoes here? Are you feel safe here…?” 괜찮다고, 자기도 여기 두고 다닌다고 해서 나는 반신반의하면서 신발을 두고 나갔었다. 그리고 이제는 믿는다. 멜버른은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치안이 정말 좋다. 길거리에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곳이란! 그리고 가방 문 열고 다녀도 괜찮은 곳이라니!

클래스가 진행되는 스튜디오는 크고 높고 넓었다! 다들 빨리 들어가길래 왜인가 했더니,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클래스에 풀착장하고 온 동양인이 너무 눈에 띄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인종도 나이도 착장의 종류도 컬러도 다양했다. 그 넓은 스튜디오가 꽉 찼다. 한 2-30명 정도 됐었던 것 같다. 3면에 붙어있는 바가 꽉 차고, 중앙에 바를 추가로 놔야 했다. 첫날이라 까마귀 룩 레오타드 + 5부 레깅스에 소심하게 스커트만 챙겨갔던 나는 심신의 안정을 느끼고, 그다음부터는 발레 핑크색 스타킹을 입고 나갔다. 그리고 여기 있는 발레 샵에서 새 레오타드와 스커트 슈즈, 워머 등을 살 생각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걱정됐었지만 생각보다 수업은 정말 비기너를 위한 난이도였고, 발레 수업이니 더더욱 동작 이름을 알고 있는 나는 어렵지 않았다. 비기너 반을 세 번 가고, 남은 한 주를 intermediate 반을 수강하려고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발레를 수강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우리나라 취미 발레와 다른 분위기와 피아노 반주도 정말 인상 깊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겠다.

많이 걱정했지만, 정말 좋았고 괜찮았고, 내가 하나도 튀지 않았다. 다만 저 정도 하는 애가 왜 여기 있어? 같은 느낌이 조금 (아주 조금) 있긴 했지만, 사람이 많으니 서로 신경 쓰지도 않아 너무 좋았다. 발레 하러 멜버른에 왔고, 착실히 이행하는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한 주도 발레를 열심히 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발레 클래스를 수강하고픈 발치광이들에게 호주 멜버른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은 Austratilan Ballet studio가 있는 건물)


Special Thanks to. 발레 카페에서 멜버른을 추천해준 어떤 분.


Australian Ballet 홈페이지 - 홈페이지가 정말 잘 되어있다. https://australianballet.com.au/


작가의 이전글 220905 - 내가 좋아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