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서 보내는 짧은 글 시리즈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다. 4박 5일간 정들었던 Colling Wood 지역의 숙소를 떠나 다시 멜버른 중심가로 돌아가는 날이다. 캐리어가 2개인 여성은 한번에 대중교통으로 두개를 옮길 자신이 없어 이번에도 두 번 왔다갔다 하기로 마음먹었다. 전날부터 역시 ‘혹시나 아침에 짐 맡기러 갔는데 리셉션에 없으면 어떻게하지, 그러면 다시 들고 돌아와서 2개 들고 다시 가야하나…’ 등의 걱정에 휩싸였고, 마지막 숙소에 걱정이 잔뜩 담긴 메세지를 보냈다. “내가 짐이 있는데 혹시 일찍 가도 받아주냐… 짐이 2개라서 어쩌고 저쩌고…” 뭐 물론 답은 OK 였다.
체크아웃 시간이 오전 10시라 나는 6시 반부터 알람을 맞추고 7시에 일어나 씻고 준비했다. 7시에는 일어나야 씻고 나머지 짐을 넣고 아침에 남은거라도 먹고 쓰레기 버리고 첫 짐을 옮기러 8시에 출발할 수 있고 넉넉잡아 한시간 걸린다고 쳤을 때 두번째 짐을 가지고 10시 전에 나갈 수 있다… 는 철저한 계산 아래 일어난 나의 원대한 계획이었다. 다행히 별 차질없이, 두 짐을 모두 다 맡길 수 있었다.
두번째 짐을 가지고 숙소에서 체크아웃 한 후, 근처 빵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지난 번 방문했을 때 마음에 담아둔 당근케익을 먹기 위해서였다. 아침이라 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감이 있지만 먹고 싶은 것을 아침에 먹는 걸 나는 아침이라 칭하기로 했다. 물론 따뜻한 라떼와 함께다. 전반적으로 맛있었고, 오랜만에 먹는 당근케익이라 특별했을 뿐 엄청 맛있다는 느낌은 또 아니었다. 아, 이곳은 시나몬이 좀 더 스파이시해서 차이점이 있긴 했다. 그 빵집은 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미트파이를 먹어봐야 하는데… 다음 번 필라테스 수업들으러 근처 올 때 가봐야 겠다.
아침을 먹으며 여유를 부리던 중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브이로그를 찍는 듯 테이블이나 근처 높은 곳에 핸드폰을 두고 셀프 영상을 찍는 것을 구경했다. 그걸 본 나도 따라해보려 했지만 쉽사리 빵을 먹는 내 모습을 멋드러지게 스스로 담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저렇게 하기는 좀 어려운 걸 보니 여행오기 전 이 참에 나도 브이로그 같은거라도 찍어보겠다는 다짐은 그른 듯 하다. 자기애가 아직 부족한가. 좀 민망하다.
멜버른 중심가와 외곽을 계속 왔다갔다했다. 중심을 벗어나면서 낮아지는 건물들이 신기했다. 우리나라는 중심이나 외곽이 모두 높아서 쉽게 구경할 수 없는 풍경이다. 그리고 중심가에는 학생들과 동양인이 많다. 특히나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가끔은 트램의 3-40%는 동양인인 것 같다. 그래서 중심가에서는 내가 소수라는 느낌을 많이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외곽에서는 확실히 마트나 카페, 길거리 등에서 동양인이 적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모두 친절하다.
새로운 숙소이자 나의 멜버른 마지막 숙소는 멜버른 중심가에서도 대학이 많은 지역에 있다. 그리고 이 근처에는 아시아 음식점이나 마트가 많다. 물론 동양인도 많다. 내 새 숙소는 사실 사설 학생 기숙사인데, 방학 기간동안 남는방을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오픈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엘레베이터나 로비 등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학생같아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 사이에서 혼자 나이 많은 사람인게 티 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체크인 시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 시내를 구경하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사실 운동화를 좀 사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나는 우리나라만 이렇게 나이키나 아식스, 뉴발 등 운동화 리셀에 미쳐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 크림 앱에서 비교해본 가격보다 훨씬 비싸서 좀 놀랐다. 그래서 암튼 운동화 사는건 포기했다.
점심은 마라탕이었다. 어제 저녁엔 분명 신전떡볶이 가게를 발견하고 떡볶이와 김말이가 먹고싶다며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며 울었(?)는데, 아침에 밀가루 덩어리를 먹고 나니 밀가루가 영 땡기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봐둔 마라탕집으로 향했다. 가면서 다시 봤는데 신기하게 한국인 후기가 많았다. 한국인 입맛에 더 맞는 마라탕 집이라나. 나는 그 마라탕집의 첫번째 손님이었다. 이것도 담고 저것도 담다보니 너무 많이 주문해버려 좀 민망했다. 나 혼자 거의 600g 넘게 담았는데, 다른 손님들을 보니 최소무게인 400에서 500 정도로 담는 것 같았다. 그래도 먹고 싶은 것을 먹는게 중요하지! 마음으로 내 마라탕을 의기양양하게 먹기 시작했다.
너무 많았다. 그리고 너무 맛있었다! 사실 마라샹궈만 먹는 사람으로서 마라탕이 어떤 매력인지 잘 몰랐는데 이 추운 초봄엔 역시 마라탕이더라. 크 마라탕 진한 국물에 쌀국수면과 버섯, 두부, 고기… 그리고 나서 지쳤다. 이걸 어떻게 다 먹지? 하다가 점원에게 남은거 싸가도 되냐 물어봤다. 0.5 달러만 내면 된단다! 그래서 받은 일회용품 통에 남은 마라탕 1인분가량을 알차게 담아 싸 왔다. 그리고 그걸 들고 카페로 갔다.
카페는 지난번 갔었던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 같은 곳으로 갔다. 이유는 거기가 숙소에서 그나마 제일 가깝기 때문이었다. 체크인 전까지 글 쓰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 곳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한국인인 것 같아 놀랐다. 아무튼 나는 한국말로 주문하지는 않았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배정받은 방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모서리 방인 것 같아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고층에 침대쪽, 책상쪽 창문이 둘 다 너무 멋진 뷰를 자랑했다. 방도 컴팩트하고 티비에는 유튜브도 되어서 정말 만족스럽다. 다만 방을 확인하던 중 엄청난 것을 깨달았다. 헤어드라이기가 없다. 재빠르게 에어비앤비 숙소 안내를 다시 찾아봤다. 없다고 나와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짐을 쌀때 드라이기를 챙겨야하나 생각했었는데 아마 이 숙소에 대한 정보가 머리속에 은근 있었나보다. 호텔로 사용하는 방이 아니라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있지 않은 탓이었다.
나는 숙소에서 좀 쉬다 드라이기와 내일 아침 장을 보기 위해 나섰다. 긴 여정이었다. 싼 일주일만 쓸 드라이기를 찾기 위해 시내 마트 비슷한 곳을 이곳저곳 뒤졌다. 그리고 19달러쯤 하는 드라이기를 찾았다! 그리고 그 드라이기 박스를 들고 장을 보기 시작했다. 장을 보니 또 이것 저것 살게 많아지는거라. 그러고 나니 내 큰 에코백이 꽉 찼다. 그런데 오늘 마라탕이 더 이상 안땡기는거라. 버거와 프라이가 먹고 싶어져서 나는 또 많은 짐을 들고 버거 테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니 마실것과 물이 숙소에 없는 게 생각났다. 힘든 여정이었다…
양손가득 돌아와 버거와 프라이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영상통화를 또 했다. 야경을 구경했다. 방도 마음에 들고 힘든 하루였지만 식사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지금은 침대 맞은편에 있는 티비에 유튜브로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놨다. 참 만족스러운 하루다. 어째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몸이 고생한 하루였지만 새로운 숙소로 또 리프레시 한 기분이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릴까.
새 숙소. 성공한 기분. 미드 suits에 나오는 변호사 사무실 뒷 배경같다.
침대 맞은편 티비. 이래서 침대 맞은편에 티비 놓나 싶다.
싸게 구한 헤어드라이기. 나갈때 숙소에 기증하고 가야겠다. 저같이 제대로 안 읽고 오는 분들께 빌려주세요.
마라탕. 마라탕 이래서 먹는구나. 그리고 테잌어웨이 성공! 내 냉장고에 마라탕 있음.
친절한 숙소 리셉션 직원들. 나 드라이기 샀어~!
오늘 글을 많이 썼다.
오늘 코드 문제가 잘 풀렸다!
힘들다… 장은 좀 나눠보자.
헤어드라이기 없는지 까먹은사람. 왠지 다시 생각해보니 그 땐 드라이기 없더라도 이 숙소가 제일 나아 선택했던 것 같다. 그럼 좀 기억을 하든가.
야경을 보고싶은데 맞은편 건물이 가까워 블라인드는 쳐야겠고, 투명 블라인드는 없나?
피곤하다… 아유 손 아파. 마춤뻡 검사도 안하고 올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