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종결되었어.
사육사는 왕비를 버린 곳에 도착했어. 숲 바닥을 랜턴으로 비추자 군데군데 검은 핏덩이가 드러났어. 오금이 저려와. 하지만 지체할 수 없었지. 조금 더 걷자, 텅- 하는 소리와 함께 텅 빈 바구니 하나가 발에 차였어! 얼른 랜턴을 비추었어. 발에 차인 것은 거대한 곤충의 껍데기야. 그 안에는 백색 액체가 고여 있었어.
얼른 몸을 낮췄어. 엽총을 쥔 왼쪽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고 엎드린 채 주변을 둘러보았지. 저 멀리 오두막 한 채가 보여. 사육사는 흠칫 놀랐어. 이곳에 사람이 사는 것인가. 자신을 목격했을 수도 있어. 만약 자신이 표범을 발견해 총을 쏘았다면 그들이 알아챘을 거야. 일단 사육사는 오두막을 확인해야 했어. 숨죽여 그곳으로 걸어갔지. 오두막은 오래전에 버려진 듯 해. 건물 외관은 폐가나 다름없었지. 사육사는 안도했어. 그래도 확인이 필요해. 문은 벌어져 있었어. 사육사는 조심스레 문 틈으로 바닥부터 빛을 비추었어. 그곳에는 피가 가득해! 서둘러 뒤돌아 엽총을 겨누었어.
떨리는 오른손으로 랜턴을 비췄지. 아무도 없어. 버려진 침대에는 동물 사체가 있어. 누군가 파먹은 듯 털가죽과 뼈다귀만 남았어. 사육사는 금세 알아챘어. 왕비라는 걸! 흑표범의 융단 같은 털가죽. 그리고 옅은 구름 무늬. 왕비의 것이야. 핏자국을 보니 얼마 되지 않았어. 밀렵꾼이 아니야. 짐승의 짓이야. 요즘 세상에 거대한 짐승이 도심 인근 숲 속에 살고 있을 리 없어. 분명 탈출한 미친 표범들의 짓일 거야. 왕비를 이렇게 죽여놓다니, 사육사는 화가 치밀었어. 아니, 다행이야. 일단 왕비를 찾은 거니까.
다시 화가 가라앉았어. 정신 차려야 해. 사육사는 얼른 왕비의 시체를 자루에 쓸어 담았어. 그리고 오두막 마당을 삽으로 파기 시작했어. 허겁지겁 흙을 옮기는 그 와중에도 어디선가 정체 모를 짐승들의 소리가 들려. 마치 등 뒤에서 누군가 노려보는 것처럼 초초해. 왕비가 담긴 자루를 밀쳐내듯 구덩이에 던졌어. 그리고 서둘러 흙으로 덮었어. 가방에서 휘발유를 꺼냈어. 마당과 오두막 안을 흠뻑 적셨지. 사육사는 어꺠에 엽총을 걸치고 한참이나 그곳을 응시했어. 흘리거나 흔적 남은 것이 없다 확신이 들 때까지.
그래, 완벽해. 다리에 힘이 풀려. 사육사는 예전 왕비를 버릴 때 앉았던, 그 나무 둔턱에 등을 기대어 앉았어. 그리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담배를 집어 폈어. 나른해져. 이제 오두막을 태우고, 이 근방에 산불을 내면 모든 것이 해결 돼. 어차피 동료들도 왕과 왕자를 발견하면 죽인 후 숲을 불태울 예정이었어. 그것이 가장 완벽했지. 산불에 죽은 동물 중, 광견병 걸린 표범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거니까. 그는 일어서 오두막 앞에 섰어. 그리고 담배꽁초를 던졌지. 영화배우처럼. 작은 불길은 마당에서부터 오두막까지 느긋하게 흘러갔어. 자, 이제 모든 것이 해결되었어! 사육사는 저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어. 무릎 꿇은 손바닥 사이로 백색 포자들이 별빛처럼 반짝여. 손바닥을 들추어 보았어. 백색 가루가 묻어있어.
탕- 먼 곳에서 총소리가 들렸어. 동료들일 거야. 아마, 그들이 왕 혹은 왕자를 죽인 모양이야. 자신은 이곳에 몰래 와 불을 질렀지 않은가, 의심할 거야. 그들에게 달려가는 것이 맞아. 혹시 나중에 경찰들에게 발각될지 몰라 왕비를 제거했던 곳을 찾아가 불을 질렀다 하자.
동료들을 찾는 동안 사육사는 먼 곳에 이는 불길을 보았어! 그들이 해결한 모양이야. 입가에 미소가 번졌어. 얼른 그곳을 향해 힘껏 뛰었고, 곧 동료들을 발견했어. “자네가 왜 이곳에 있는가?”
“지금 같은 난리통에 나 몰라라 할 수 있겠나, 예전 왕비를 묻었던 곳에 불을 질렀네.”
“잘했네, 우리가 왕과 왕자를 발견했네! 둘 다 죽어있더군. 멧돼지가 파먹은 꼴로 말이야. 얼른 묻고 불을 질렀네.”
동료는 장갑을 낀 손을 내밀었어. 손바닥 위로 조그마한 조각이 보여. 그는 랜턴으로 비추어 보았어. 흙먼지 묻은 조각을 손가락으로 털어내자 인장같은 금속 식별 칩이 황금처럼 반짝여. 귀퉁이에 검은 마커로 쓰인 조그만 글씨가 보여. 'prince of wales'
모든 것이 종결되었어. 이글거리는 불길. 그 반대편으로 은하수처럼 흐르는 도시의 야경. 그들은 숨죽인 채 빌딩 숲을 한참 바라보았지. 한 사육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돌아가세. 이제 조만간 그 흰 표범. 새 왕만 잡아오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