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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ug 22. 2023

조금은 특이한 사랑 고백

부모님의 이혼을 고백한다는 것은

  아직 남자친구에게 우리 부모님이 이혼 했다는 사실을 말 못했다. 일부러 안한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뜬금없이 이야길 꺼내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 그냥 만나다 보니 여태껏 말을 못했다. 심각하게 이야기 하긴 싫은데 또 그렇다고 웃으며 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도무지 타이밍을 못 잡겠다.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술기운과 눈물 한 방울 섞을 나이도 지났다. 스물 하고도 여덟. 오늘의 나는 ‘사실 우리 부모님은 아주 어릴 때,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기 전에 이혼을 했다고. 그리고 그건 아빠의 바람 때문이었다고.’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웃질 못하니 더 애매해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언젠가 말을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입이 안 떨어진다. 사실은 걱정이 된다. ‘날 싫어하면 어쩌지?’ 혹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이혼가정에서 자랐다고 상대 부모님께서 날 싫어하시면 어쩌지?’ ‘결혼을 반대하시면 어쩌지?’ 


  엄마와 아빠의 이혼. 꽤 오랜 시간 그림자처럼 열등감으로 남아 내 마음을 어둡게 했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 아니 정확히는 나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을 때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 같은 시선, 그것이 진짜였는지 내 피해의식이 만들어 낸 가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짜와 가짜는 계속해서 뒤섞여 구분할 수 없었다. 십 대의 시절 나는 한동안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동정인지 진심인지 판가름 하는 것에 모든 신경을 쏟곤 했다. 

  다행히도 이십 대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바빠졌고, 나 하나 먹여 살릴 수는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느라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엄마는 죽기도 했다. 엄마의 죽음 이후로 나는 훌쩍 어른이 되었기에 나는 내 손으로 마음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었다. 장례와 삼년 상을 다 치르고 나니 이제 빛 바랜 그런 것 쯤으로는 힘들게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타인 앞에서는, 특히 사랑하는 타인 앞에서는 작아지게 마련이다. 나만이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는 멋진 어른이 되었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달라진다. 사랑하기에,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내 잘못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일이었던 부모님의 이혼으로 혹시나 그가 나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 같은 이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언젠가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글을 보여줄 생각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어. 이런 이유로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고민을 했어. 하지만 이런 모든 고민의 이유는 내가 너를 사랑해서야. 그래서 그랬던 거야. 하고 말해주고 싶다. 


  조금은 특이한 나만의 사랑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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