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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03. 2022

사랑은 수도꼭지 같은 것

  나는 비유로 말 하는 것을 좋아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러면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도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1. 사랑은 수도꼭지 같은 것.

  뜨거운 물을 틀고 싶어서 수도꼭지를 왼쪽으로 돌리면 갑자기 펄펄 끓는 물이 나온다. 너무 뜨겁다 싶어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이번에는 얼음장같은 물이 나온다. 다시 왼쪽으로 톡톡, 오른쪽으로 톡톡 조절을 한다. 쉽지 않다. 쉽게 조절된다면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주 조금만 틀어야지, 하고 왼쪽으로 돌렸을 때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것 같은, 그런 사랑을 언젠가는 꼭 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어쨌거나 사랑은 수도꼭지 같은 것.


2. 생각 거품이 뭉게뭉게

  거품을 묻혀 설거지를 할 때, 머리를 감을 때, 손 발을 씻을 때 생각한다. 무한대로 생겨날 것만 같은 거품. 그게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생각이 참 많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이게 요즘 말하는  mbti 에서 n의 요소겠지? 갑자기 문이 열리고 도둑이 들어온다면? 그럼 난 칼을 들 것인가, 장롱에 숨을 것인가? 그런데 도둑이 칼을 들고 있다면? 나는 그 칼날을 맨손으로 잡아서 저항할 수 있을 것인가 그냥 몸으로 칼을 받아 들일 것인가? 뭐가 덜 아플것인가.... 그만! 이라고 외쳐도 소용이 없다. 뭉게뭉게 행궈도 행궈도 자꾸만 솟아나는 생각 거품.


3.우리 사이는 바다에 떠다니는 빙하 한 조각

  잠수와 연락두절이 난무한 사이. 몇 번째인지 모를 잠수를 거쳐 어느새 우리는 그래도 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다 자초한 일이긴 하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사이. 나는 우리 사이를 생각하면 빙하 한 조각이 떠오른다.

  나의 빙하는 북극에서 시작되었으며, 본래 빙산과  몸이었다. 그것이 지구온난화라는 폭격을 맞아 빙하로 쪼개졌고,  원인은  세계관의 주인이 불안을 사랑한 탓이다. 나의 빙하는 추운 북극을  적도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녹아 없어질지 모른다. 추웠다가, 더웠다가를 반복하는 탓에 빙하는 아직 녹지 않고 있다.  사실이 너무나 재미가 있나? 내일이 안보이는  상황이 너무 흥미롭나? 나는 어서 빨리 빙하 신세를 탈출해야 하는데. 자꾸만  롤러코스터가 재밌어서 기어코  위에 올라 타고야 만다.


4. 그런 노래가 있지

  머릿속에 종이를 하나 만들고, 그 종이를 구겨서 뭉쳐보자. 그리고 길에다가 굴리는 상상을 해보자. 한시간을 내리 굴렸다고 치고, 다시 종이를 펼쳤을때, 종이에는 길바닥의 흙먼지가 전혀 묻지 않은, 새하얀 부분이 있다. 지면과 닿지 않은 부분. 종이를 꼬깃꼬깃 뭉치는 과정에서 안으로 구겨져 들어가버린 속살 어딘가. 그 부분은 아무리 종이 공을 길에 굴렸다고 해도 절대 오염되지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오염되지 않은 곳을 발견한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을 좋아한다. 때때로 클래식, 때때로 합창곡, 때때로 인디밴드의 음악. 뭐라 설명할 수는 없다. 그게 음악만이 주는 어떤 말로 할 수 없는 예술적인 경험이 아닐까? 어떤 음악을 들을 때, 내게서 시작되었지만 전혀 다른, 완전히 새것 같은 감정을 꺼내주는 그런 음악이 있다. 그런 음악들을 자꾸 자꾸 만나다 보면 이 세상은 언제나 처음인 것 처럼 설레고,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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