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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16. 2022

일상의 포장

  월급날이 가까워 오면서 내 지갑은 더 초라해진다. 어제는 아침 대용으로 먹으려고 사둔 구운 계란 네 알로 저녁밥을 때웠다. “저녁은 먹었어?” 하는 친구의 물음에 “대충.” 이라고 답하려다가 순간 멈칫,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충이라는 말 대신 “간단히 먹었어.” 라고 대답했다.


  ‘대충’이나 ‘간단히’나 그게 그거라지만, 나는 대충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 같은 계란 네 알이라도 대충이라고 말하면 밥 먹기 귀찮아서 억지로 한 끼 때운 것 같고 간단히 라고 말하면 적당히 건강식으로 단백질을 챙겨 먹은 것처럼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그렇게 조금이라도 포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적당한 포장으로 일상을 조금 더 볼품있게 만들기.


  지금은 큰 구별 없이 쓰지만 ‘너무’는 원래 부정적인 문장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너무 싫어, 너무 나빠.’ 같은 식으로 쓰여야 한다. 좋다거나 예쁘다거나 할 때는 ‘너무 좋아.’가 아니라 정말, 진짜 같은 단어를 쓰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다.


  혼잣말을 할 때라도 나는 긍정적인 문장을 말 할 때는 ‘너무’가 아닌 ‘정말’이나 ‘진짜’ 같은 단어를 꼭 쓴다. 그렇게 말 했을 때 나의 긍정적인 기운이 더 증폭되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이라 해도, 그걸 지켜 말하는 사람이 없다 해도, 나는 그런 작은 단어 선택으로 일상을 포장해본다.


포장된 일상의 현실 ^^...
하지만 작고 하찮은 것들로 일상을 포장 ㅎㅎ 제 인형들 넘 기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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