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 Prep - 왜 여행의 패턴은 변하는가
여행을 간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꽤나 흔한 일상이 되어서,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비행기로 3~4시간 정도까지의 거리 + 일주일 이내의 여정이라면 당일 아침에 짐을 싸서 나올 정도의 익숙함이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파리라던가, 뉴욕과 같은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있을 때에만 짐을 어떻게 싸야 하나, 무엇을 가져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약간 있었지만 그건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할 때의 잠깐 부담일 뿐 정작 떠나는 당일에는 아무런 부담없이 떠날 수 있었다.
마치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마시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루틴처럼 몇시간 뒤에 떠난다고 한다면 무얼 챙겨야 하는 고민이 없이, 옷, 카메라, 여권하고 온갖 충전 세트- 그렇게 챙겨다 놓으면 그것으로 준비 끝.
이번에도 그 시작은 가볍고, 일상의 루틴과 같이 평범한 시작이었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해외에서 맞이해보자 했고, 그 장소가 '이시국'씨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홋카이도로 정한 것, 그 정도 였다. 그리고 비슷한 패턴처럼, 항공권을 예매하고 숙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나.
그 시작부터, 평범하지 않은 홋카이도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보통 나의 여행 패턴은 너무나도 심플했다.
1. 여행지를 정한다.
2. 항공권을 산다. 날짜는 항공권 일정에 맞추는 편. 그리고 특정 항공사 하나를 선호하기 보다는 일정에 따라 저렴한 가격이 나오는 항공권을 선택.
3. 숙소를 예약한다.
4. 전날 밤에 짐을 싼다.
5. 목적지에 도착한다
6. 대략 가보려고 마음 먹었거나, 현지에서 가볼만한 곳을 찾아둔다. 뭐 갈 수 있으면 좋고, 못가면 어쩔 수 없고.
...적고나니 심플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준비할 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과정 중의 하나인 '계획'이라는 파트가 없다.
계획이라기 보다는 대략적으로 가고 싶은 곳 정도를 리스트업 해두고 '가면 좋고 못가면 또오면 되지'의 마인드로 돌아다니는 것, 그것이 내 여행의 주요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번 홋카이도 여행은 위 이미지에서처럼 엄청 철저한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많은 가게들이 휴무인 1월 1일이 껴있었고, 패스를 사용해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코스가 있었고, 눈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인 만큼 이동의 변수 등을 생각하다보니- 계획이 세워질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홋카이도는 남한의 80% 규모의 넒이다. 뭐 좀만 이동하려고 해도 2시간이 기본)
결론적으로, 여행의 패턴은 변한다.
세워둔 계획대로 여행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거의 70%에 가깝게 계획대로 움직인 것 같다. (시간 상 못가는 곳들이 일부 있어서 진척도로는 70% 수준이지만 계획의 만족도는 90% 수준! 자세한 내용은 곧 이어질 "T" 시리즈의 후기를 :D)
그리고, 아마 이제 여행을 간다면 '계획'이라는 과정이 나의 패턴에 추가될 듯하다. 무리가 가는 계획이 아닌, 그리고 계획이라고 할 수 없는 텅빈 계획...이 아니라, 나의 여행에 맞는 계획-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을테니까.
소제목에 쓰여진 여행의 패턴이 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행에는 패턴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말한 '패턴'은 '여행의 준비'에 대한 패턴이고, 사람이 떠나는 여행에는 그 자체의 패턴이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곳을 같은 사람과 가더라도 그 시간과 그 현장에는 '다른' 내가 있고, '다른' 시간이 있으며, 다른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 항상 '같은' 패턴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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