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을 보고.
★★★★☆
철없고 찌질하기에 애틋한 첫사랑.
*이 글은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과 『헤어질 결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덴지와 레제의 사랑은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레제는 도시를 폭격하며 헤아릴 수 없는 수의 민간인을 죽였을 것이다. 공안 소속인 덴지는 그녀를 체포하기는커녕 같이 도망가기를 권하며, 심지어는 전재산을 챙겨 도피를 준비하기까지 한다.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살인자의 사랑에 우리는 왜 그렇게 울고 웃었는가.
둘의 사랑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미성숙과 동질감이다. 덴지를 제거하기 위해 소련이 보낸 암살자인 레제는 되려 자신과 같이 병기로 길러진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를 처음 보고는 실성한 듯이 웃다 운 것은 죽여야 하는 대상이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어린아이였다는 사실에 비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그들의 데이트는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그룹 상담 치료라고 해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은 나도 학교에 가지 못했어"라는 레제의 대사처럼 영화 속 둘의 관계는 어린아이의 첫사랑과 다를 바 없다. 차 위에서 대치하면서 "헛수고했네", "키스하지 말 걸 그랬네" 따위의 유치한 대사를 주고받는 말싸움은 사실 후반부 액션 시퀀스의 요약이다. 감정적으로 결핍된 유년기를 보낸 탓에 그들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는 싸움밖에 알지 못한다. 그 싸움의 스케일이 너무 컸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살인자의 사랑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레제의 사랑은 『헤어질 결심』의 서래처럼 죽음으로써 종결된다. 참작의 여지가 있다지만 레제와 마찬가지로 서래는 살인자다. 일상에서 권태를, 폭력에서 생기를 느끼는 형사 해준은 미모의 살인자가 선사하는 신선한 자극에 매료된다. 그는 증거 은폐라는 중죄를 저지르면서까지 그녀의 도피를 돕는다. 서래는 해준이 '붕괴'하게 된 원인이 된 자신을 단죄함과 동시에 사랑을 영원히 미결로 남기기 위해 밀물에 잠겨 죽기를 선택한다.
레제 역시 죽을 것을 알면서—마키마의 감시 능력을 알고 있으니—도 덴지를 만나기 위해 카페로 돌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천사의 악마는 마치 신의 심판과도 같은 최후를 선고한다. 관객이 서래와 레제의 사랑에 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랑이 미결로 남았기 때문이다. 레제가 그 카페에서 덴지를 만났더라면 우리의 도덕관념은 이를 용납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는 죽음을 통해 그녀의 사랑에 면죄부를 부여한다.
첫사랑은 원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미결로 남은 그 미숙한 사랑에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