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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랑 Mar 14. 2023

11. 당케할망의 선물

안녕, 꾸씨! 제주는 어때? (표선 당케포구)


 "멍!, 멍멍!, 멍멍멍!"

 "꾸씨, 오늘은 엄마가 너무 피곤해."

 한 낮인데 이불과 엉켜버린 나를 보며, 산책가자며 조른다. 가끔 꾸씨의 산책이 커다란 노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꾸씨가 풀숲을 좋아해 코를 박고 있을 때, 진드기라는 놈은 그의 하얀 털을 헤집고 들어와 사정없이 피를 빨아대기 일쑤다.

 산책에서 돌아오면 전쟁은 시작된다. 꾸씨를 씻기고 혹여나 남아 있을 진드기를 잡기 위해 한올 한올 털질을 해야 한다. 꾸씨는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좋은 지 나가자고 보챈다.

 "그래! 오늘은 당케할망 보러 가자."

 꾸씨는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마냥 좋아 따라 나선다.

 "엄마, 여기는 풀이 없어요."

 그랬다. 당케할망은 당케포구 가까운 곳, 당케할망당에 모셔져 있었다. 할망의 선물, 표선 백사장의 새하얀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꾸씨는 열심히 풀숲을 찾더니 이내 포기하고 등대 주변을 서성이며 냄새를 맡는다. 그에게는 미안했지만 간만에 찾아 온 평화로운 저녁을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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