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들었던 욕의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모멸감과 수치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서 정신이 몽롱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여자가 태어나서 처음 듣는 욕을 해댔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장을 빼내서 어떻게 한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네가 죽으면 뼈를 발라서 어떻게 한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그 욕들 앞에서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가녀리게 서 있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내 긴장한 채로 일했다. “어서 오세요”하는 인사를 하는 것부터,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 존재 자체가 생소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포스기에 긁는 것, 혹은 5,700원어치 물건을 산 손님이 대체 왜 10,200원을 내는지 까지. 모든 일이 처음이라 어설펐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숫자에 약했던 나는 거스름돈을 종종 다르게 내줬던 건지 정산 때마다 금액을 틀리기 일쑤였다. 차이가 많이 나는 날은 마이너스 만 원이 넘게 나온 적도 있었는데, 안 맞는 금액은 내 돈으로 채워야 했기 때문에 그럴 때는 하루 네 시간 알바를 해서 벌었던 12,000원 정도가 고스란히 날아가기도 했다. 그때 당시 최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시급 3,100원을 받고 일했고, 그게 허용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산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더 나를 주눅 들게 했던 것은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낯선 사람들”이었다. 대학교 앞 지하철역 바로 근처에 위치했던 편의점이었던 데다 특히 내가 일했던 시간대는 가장 피크타임인 저녁 6시부터 10시였기 때문에 늘 손님이 북적였다. 시골에서 막 상경한 스무 살, 특히나 사람 대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나에겐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손님에게 정해진 멘트를 내뱉는 내내 마음속에선 총성과 방패가 왔다 갔다 했다. 역력히 긴장한 티가 나는 내게 손님들은 대부분 친절했지만, 아무 말 없이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다반사였다. 자꾸 손님의 눈치를 보면서 두 손으로 거스름돈을 받는 바람에 지켜보던 점장님이 한 마디 하기도 했다.
“앞으로 두 손으로 받기 금지야. 안 그래도 돼!”
나는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이 주는 돈을 한 손으로 받아도 되는지 마음이 쪼그라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일에 익숙해져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할 때쯤이 되자 과한 예의는 나 자신을 낮추는 행동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일도, 손님을 대하는 것도 조금씩 손에 익었을 무렵이었다. 이상하게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기억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 여자는 4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였고, “어서 오세요”하는 나를 굳이 쳐다보지 않았다. 검은색 원피스에 진하게 눈 화장을 했던 것까지도 기억이 난다. 여자는 망설임 없이 라면 두 봉지를 집어와 계산대에 집어던지다시피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코드를 찍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물건을 던지듯 내려놓는 손님이라던가 느낌이 이상한 손님 정도는 늘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넸다.
“봉지에 담아드릴까요?”
그때부터 난데없이 시작됐다. 날 향한 여자의 공격이.
“이 씨 X 년이, 지금 뭐라고 했어?”
“네?”
당황한 내 눈 앞에 불쑥, 여자의 손가락이 찌를 듯이 다가왔다. 그리고 방어할 수 없는 공격들이 쏟아졌다. 난 너 같은 년을 잘 알고 있다느니, 눈깔을 뽑아버려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들이었고, 사람이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스스로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게 느껴지기까지,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여자의 일방적인 욕을 듣고 있었다. 그 소란이 벌어지는 사이 편의점 안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거 계산해주세요.”
보다 못한 다른 손님이 끼어들어 내게 눈짓하며 물건을 건넸다. 애써 바코드를 찍으려는 손이 덜덜 떨렸고,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폭언을 쏟아붓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계속해서 편의점 안으로, 혹은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저 화냥년을 아주 그냥, 내가 죽여버려야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화냥년이 무슨 뜻이지, 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는데 이유 따위 무슨 상관일까. 나는 그만하세요, 하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뒤에서 지켜보던 대학생 한 명이 소리쳤다.
“아줌마, 그만 좀 하세요! 지금 장사 방해하고 뭐 하는 겁니까?”
“저 년이 아주 몹쓸 년이라고!”
여자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다른 손님들도 막무가내로 살벌한 말을 쏟아내는 여자를 그저 질린 눈으로, 그리고 카운터 구석에 하얗게 서 있는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편의점 밖으로 경찰차가 온 것이 보였다. 경찰들은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 사이로 들어와 여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말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경찰은 강하게 여자를 끌고 나가지 못했다. 여자는 계속해서 저 년이 아주 큰 잘못을 했다, 내가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 는 맥락의 말만 반복했고, 나는 경찰이 왔는데도 어째서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 것인지 의아했다. 경찰도 다른 폭력은 쓰지 않고 폭언만 쏟아붓고 있는 여자를 강제로 끌고 나가진 못하는 모양이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소란 속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한참이나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내 뒷타임을 맡고 있던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와있었다. 그리고 여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래! 미스터! 니는 내 맘 알제.”
여자의 목소리가, 급속도로 온화해졌다. 나는 그 소름 끼치는 변화에 멍하니 여자를 바라봤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 오빠는 죄송할 일이 뭐가 있어서 사과를 하는 것이며, 나를 죽일 거라고 30분이 넘도록 떠들어대던 저 여자는 어떻게 저렇게 갑자기 미소 지을 수 있는 거지?
“예, 죄송합니다.”
“내가 미스터 때문에 봐준다고. 저 년 저거 조심하라고 해.”
허무하게도 여자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나갔다. 경찰은 그저 여자의 뒤를 따라 나가, 미련 없이 경찰차를 몰고 사라졌다. 야간 알바 오빠는 서둘러 줄 서 있던 손님들의 계산을 차례대로 끝마치더니, 어질러진 매장을 정리하고 그때까지도 카운터 구석에 벌벌 떨며 서 있던 내게 왔다.
“괜찮아요? 사장님이 시시티브이 보고 아셨는지 빨리 가보라 해서 왔어요.... 오늘은 이만 퇴근하셔도 된대요.”
오빠, 저 진짜 아무 짓도 안 했거든요. 그냥 봉지 필요하냐고 물어봤을 뿐이거든요. 근데 왜 오빠가 죄송하다고 했어요? 저 여자 나한테 왜 그런 거예요? 의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지금 입을 열면 울음이 먼저 터질 것 같아서 묵묵히 상품 창고로 들어가 유니폼을 벗었다. 그제야 맥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신기하게도 폭언을 듣는 동안에는 터지지 않았던 울음이 비죽비죽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욕을 들었던 그 시간만큼 엉엉 울다 집으로 돌아갔고, 삼십 분 동안이나 창고에서 나오지 않는 나를 야간 알바 오빠도 굳이 찾지 않았다.
그 여자가 일대에선 유명한 사람이고, 여기저기 행패를 부리고 다니며, 그 날 하필 재수 없게 내가 걸린 것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동네 토박이인 친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여자는 그 날의 타깃으로 무심코 나를 정했을 뿐이겠지만 나는 누군가로부터 일방적인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과, 상상초월의 끔찍한 폭언을 당한 것에 대한 모멸감,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죽일 년’이 되는 순간을 지켜봤다는 수치스러움에 한동안 괴로웠다. 경찰도 끌어내지 못한 그 여자가 또다시 편의점을 찾아오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나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처럼 “죄송하다”라고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다행히 그 뒤로 여자는 편의점을 찾아오진 않았지만, 여고생 두 명이 찾아와 카운터에 있는 내게 초콜릿 우유를 하나 건넸다. 긴 머리에 키가 크고, 눈이 동그랗던 얼굴이 기억난다.
“언니, 힘내세요. 저희가 그때 경찰에 신고했어요.”
“아....”
여고생들은 그 날 거의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고 했다.
“언니는 진짜 잘못 안 했잖아요. 저희가 봤어요. 미친 여자 같아요!”
여고생들은 그렇게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맙다는 말이나, 어떤 표현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나는 여고생들과 대화하며 다시 떠오른 기억에 얼어서 별다른 말을 못 하고 그녀들을 보냈다. 초콜릿 우유를 받는 게 아니라 신고해줘서 고맙다며 하나 쥐어주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어쩌면 단순히 얼었던 게 아니라 내가 맥없이 서서 공격당했던 그 장면을 그녀들이 지켜봤다는 것과,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어 없이 ‘죽일 년’이 되었던 내 모습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그 여자는 여고생들의 말대로 단순히 미친 여자였던 걸까. 야간 알바 오빠의 사과에 승리의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던 것은 원하던 말을 들어서였던 걸까. 그렇다면 난 그녀에게 대체 어떤 잘못을 했던 걸까. 나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까지 끝내 야간 오빠에게 그때 왜 죄송하다고 하셨느냐, 고 묻지 못했다.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대답을 알 것 같았으나 직접 듣긴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중요한 건 그 사람은 손님이고 나는 한낱 아르바이트생이었다는 것, 죄송한 일이 없어도 고개를 조아려야 하고 일방적인 폭언을 듣고도 죄송하다고 말해야만 한다는 것. 영영 모르고 싶었던 힘없는 사람의 룰을 깨닫게 한 그 여자. 한편으론 그 여자를 지금 만난다면 30분이나 욕을 들을 것도 없이 진작 사과와 함께 고개를 조아리며 여자를 돌려보냈을 거라는 사실에 입이 쓰다.
나는 그 날 들었던 욕을 씹어, 토해내지 못하고 삼켜버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