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_알베르 까뮈
뫼르소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들, 그리고 의견들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학대받고 있는 강아지를 보고도 큰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며 매 맞는 아내를 둔 남자를 친한 친구로 두고 있다. 심지어 그가 어떤 짓을 저지르던 그를 위해서 싸움에 가담하고 결국엔 살인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엄마의 죽음에서도 시종일관 '덥다.' '잠을 잘 수 있어서 좋았다.' 등 본인 생각만 하고 산다.
살인을 저지른 후에도 그는 법정과 결과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런저런 주변 상황에 대한 관찰, 그리고 본인의 불편함, 더운 몸(더위를 왜 이렇게 타는지...) 등에 집중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모두 나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으나 문득문득 그의 감정을 묘사하는 글을 볼 때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감정들을 누군가 서술한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많은 철학은 고독에 대해서 논한다. 나는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혼자 설 수 있는 사람. 사사로이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길을 굿건히 가는 것. 그것이 옳은 길인 줄 알고 살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큰 자랑이었다. 누가 어떤 일을 당하건 어떤 사정이 있건 그것은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현재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뫼르소도 어찌 보면 그런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것을 분석해서 '습관'이라고 정의해버리거나 어떤 감정이 있더라도 본인 직장에서의 위치를 걱정하고 사무적인 것을 중시하는 모습. 그러나 이렇게 공감이 부족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뫼르소에게 부족한 것은 '올바른 가치판단 능력'이었다.
왜 그는 아랍인과의 싸움에 가담했을까? 왜 그는 레몽의 편지를 대신 써줬던가? (편지는 아내를 다시 불러서 모욕하고 상처주기 위한 목적의 글이었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 질문들을 추슬러 보면 그에게 부족한 것은 '올바른 가치판단 능력'이었다.
그는 싸움에 가담하지 말았어야 했다. 편지를 써주는 대신 레몽을 말려야 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위로해 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해야 했다.
이방인을 해석하는 관점은 다양하다. 물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밀고 나가는 뫼르소를 올바르게 보는 해석들도 많았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론 올바른 가치판단이 곁들여지지 않는 이런 삶은 지양하고 싶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많은 사례들을 접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