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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Oct 20. 2024

역사에 무지한 건 죄였다.

소년이 온다_한강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알기 위해서 '채식주의자'를 먼저 읽었고, 하나는 더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두 번째 읽은 책이 '소년이 온다'였다. 다시 말해 그냥 한번 읽어보자 라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사소하지 않았다. 나를 굉장히 부끄럽게 만드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이런 비극에 대해서 무지하여 그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해서 인지를 못하고 산 나의 과거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소설은 시체를 수용하는 상무관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화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시체, 고문, 군인들의 만행들을 보여주며 민주화운동으로 일어난 일반인들의 비극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런 죄도 없는 시민들을 학살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체에 시체가 쌓이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확실한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비극적이고 처참한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그런 역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탄압받는 모습, 빨갱이라면서 탄압하는 모습... 우리의 역사는 부끄러웠다.


플라톤은 무지가 잘못된 행동의 원인이라고 설명하면서 무지하면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나는 과거에 우리나라의 이러한 비극을 모르고 살았으며 알게 모르게 그분들의 희생을 무시하거나 얕게 생각하는 죄악을 범한 적이 몇몇 있었을 것이다. 무지하여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였고 그들의 희생을 폄하하는 악을 행했던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아이러니하게도(또는 다행이게도) 이 책과 '최태성_역사의 쓸모'를 함께 접하였다. 최태성 작가의 주장을 빌리면 역사의식이 없다면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군인들이, 수많은 탄압 주동자들이 그랬듯이 역사적인 생각을 못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역사적 오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모르면 어떤 인과관계에 의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각하지 못하게 되고 역사적으로 옳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자랑 스런 역사들은 누구든 알리고 싶어 한다. 한글의 위대함, 이순신 장군의 전설적인 해전 등은 서로 알리고 싶어 하고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게 한다. 하지만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는 다르다. 역사시간이나 되어야 배울 수 있는 사실들이 많고 그 사실들도 암기식으로 외우게 하여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 역사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들의 삶과 희생을 명확하게 기억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나의 역사를,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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