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내 인생 최고의 Tipping point였다. 그 책을 읽고 내면의 깨달음을 배우게 되었고 인내의 근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또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이끌어내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고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데미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 인생을 한 단계 더 성장시켜 준 가장 존귀한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책을 또 한 번 접하게 되어 기대가 컸으며 그 기대에 당연히 부응하는 책이었다.
주인공 하리 할러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교양과 이성과 평화, 사랑에 대한 신조를 끝까지 지키는 '바르다'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사람. 나는 이 사람을 보면서 내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의 초반까지만 해도 '그래, 이렇게 사는 게 맞지.'라고 생각하며 하리 할러의 삶을 찬양했다. 심지어 교수의 집에서 소리치며 나온 하리를 선망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헤르미네를 만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헤르미네는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으며 세상을 즐기는 법을 알려줬다. 헤르미네를 만난 날 꿈에 나온 괴테의 말이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진지함이란 시간을 과대평가하는데서 생겨나는 거라네.'
하리가 시간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여 매시간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여유를 가지지 못했고 매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기 싫어하였다. 그러나 영원의 경지에 다다른 자들은 유머를 가지고 삶을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에겐 이런 삶의 태도가 필요했다. 항상 진지한 것이, 교양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최고의 가치인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때로는 가볍게, 유머 있게 사는 것도 필요했다. 하리는
'나는 우연히 잘할 수 있었던 서너 가지 능력과 수양만을 정당화하면서 하리라고 하는 '상'을 그려내어 빈틈없는 그자의 삶을 살았던 것'
이라고 하며 자신이 알고 있던 가치가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때 나는 헤르만 헤세의 '알을 깨라'라는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헤세는 내 내면의 세계는 무수히 다양하지만 내가 몇몇을 우연히 선택하여 나의 '상'을 만든 것이며 그 '상'을 깨어나가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주인공 하리는 결국 마술극장에 입장하여 개성을 버리고 사랑을 하고 욕망을 표출하고 하면서 내면의 다양한(사악하고 어리석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현재의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부분은 인생 그렇게 진지할 필요가 없다.라는 메시지다. 내면의 수많은 세계 중에 내가 우연히 선택한 나라는 모습을 탈피하여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언젠가 재독을 반드시 할 것이며 그때 새로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