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형국 Oct 15. 2024

세상의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인가?

한강_채식주의자 / 몽고반점 / 나무 불꽃

이제는 구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유명한 책이라서 기록을 남기지 말까 고민을 했었다. 나의 해석은 결국 나의 생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욱 소양 깊은 분들이 보기에는 아주 미숙해 보일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노벨 문학상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달성한 작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여있는 지금 이 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추후 내가 성장했을 때 과거의 내가 가졌던 생각들을 돌이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남겨본다.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종료되는 책이다. 영혜가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것으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사실 영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점차 찾아가는 과정에 있으며 나무 불꽃으로 종료될 때까지 영혜는 본인의 가치를 추구해 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의 기준에 합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세상의 기준은 누가 정하였는가? 누가 어떤 자격을 가지고 영혜를 이렇게 탄압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혜처럼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비록 이것이 우리의 기준으로는 이상하다고 볼 수 있다만,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악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세상은 영혜를 탄압하고 그 탄압에 최선을 다한다. 심지어 영혜가 나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전인 채식주의를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라는 사람은 영혜에게 잔혹한 폭력을 휘둘렀다.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몽고반점의 욕망들은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예술에 대한 고민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그러나 사람들의 윤리적인 도덕성을 넘어서서 나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그 마음이 왠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고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달과 6펜스와 결이 비슷한 듯했었다.


나는 몽고반점을 읽으며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일을 하면서 윤리적인 것을 잊고 나의 일을 달성하기 위해서 내 성과를 위한 욕망에 휩싸여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경계를 하게 되었다.



마지막 나무 불꽃에서는 인혜의 심리 변화를 보면서 진짜 행복은 무엇일까, 누가 지금 행복한 걸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욕망대로 사는 사람들이 진짜 행복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 그러나 그녀는 결국 지우를 생각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사실 이 상황에서 미치지 않는 게 대단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담담하게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지우를 생각하였기 때문일까?) 그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자식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적나라한 내용 덕에 머릿속에 오랫동안 진짜 행복은 무엇일까? 세상의 기준은 누가 정했는가?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질문을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서 강렬한 내용을 가미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지금부터 아마 한참 동안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삶 속에서 찾아나가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