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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Nov 07. 2020

낭만주의자로 살고 싶다

“낭만적인 사람은 낯선 사람을 언뜻 본 순간부터 최단 경로를 밟아 실존에 대한 무언의 질문들에 그 사람이 포괄적 답안이 될 수도 있다는 장엄한 결론을 공언한다.”
-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사랑한다는 건 뭘까? 사랑에 빠진다는 건 뭘까?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다는 건 뭘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사랑을 하고 싶은 걸까? 사랑에 빠지고 싶은 걸까? 어쩌면 이미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걸까?


알랭 드 보통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낭만적인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대상이 삶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나는 낭만주의자가 되고 싶다. 한 사람이 내 취미가 되고, 내 생각이 되고, 내 마음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실용미보다는 인간미를, 질투심보다는 이해심을, 성욕보다는 애정욕을 더 추구하고 싶다. 

 

토라짐을 사랑의 표현으로 생각하기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에 씌어 상대의 장점만을 보게 된다. 상대를 마음 깊이 새기고 자꾸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애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서로에게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의 생활 패턴 중 어느 하나가 상대와 맞지 않거나, 생각 중 어느 하나가 맞지 않거나, 마음이 상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대개 군데군데 배치된 사랑의 경유지에서 종종 발견된다.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연인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것 중 하나는 토라짐이란 감정이다. 나는 배려한다고 한 일도 상대에겐 서운한 일이 될 수 있다. 이때 상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워낙 사소해서 말하기엔 자신이 쪼잔해 보일 것 같고, 상대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이상과 다르네..’ 그렇게 속으로 꽁해 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토라짐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싶다. 결국 토라짐은 상대가 나를 사랑하고 믿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니까. 알랭 드 보통이 말한 대로. 

 

먼저 내 결점부터 인정하기

 

“우리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서로 용기 있게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될 수는 있다고 믿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침묵과 거짓말인데, 그건 사랑의 진짜 적이잖아.”
- 커스틴


사랑의 길을 가다 보면 상대를 토라지게 만드는 경유지가 있는 반면, 내가 토라지게 되는 경유지도 있다. 아무리 서운한 게 있더라도 말하기가 싫어진다. 이런 순간이 오면 나는 먼저 말하고 싶다. 이런 부분에서 속상했었다고, 나는 이런 사소한 것에도 맘 상하는 어린아이라고. 그럼 상대가 보기에 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때때로 토라짐의 강도가 강해지면, 분노나 화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먼저 화를 표현하지 않을 테다. 단지, 화를 속상함으로 순화해서 표현하고 싶다. 상대에게 나의 결점을 먼저 인정하고 속상함을 드러내게 됐다고 털어놓고 싶다.(다분히 이기적이어 보일 수도 있겠다.. 이 부분은 상대가 서운해하지 않게끔 좀 더 생각해보는 걸로!) 약간 덧붙이자면, 상대가 분노나 화를 담게 됐을 때는 상대의 속상함을 들어주고 싶다. 어디서 어떤 상황이 왜 속상했는지. 그래서 지금 얼마나 힘든 건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싶다. 내가 속상함을 표현하는 걸 상대가 들어주길 원하기 이전에 먼저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싶어서. 

 

긍정적인 감정들만 쏙쏙 골라 전이하기

 

“전이의 위험성을 인정하면 짜증과 비난보다 공감과 이해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 알랭 드 보통


심리학에는 ‘전이’라는 게 있다. A로부터 받은 감정을 B에게 덮어 씌워버리는 것이다. 직장에서 불쾌한 일이 있었을 때 친구나 가족에게 대신 화풀이를 하는 장면, 반대로 친구나 가족과 불화가 있었을 때 직장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해버리는 장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결국 토라짐, 분노, 화 등만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들은 전이하고 싶지 않다. 행복감을 나누기에도 부족한 게 시간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차라리 마음속에 ‘폐기 처리장’을 만들어 그 속에 다 담아 넣고 싶다. 대신, 긍정적인 감정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맘껏 전이하고 싶다. 기쁨, 즐거움, 행복감 등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럼 그 사람도 나도 하루하루가 부정보단 긍정으로 채워지진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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