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by 금교준

한기를 가득 품었던 날이 제법 풀렸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할 정도로 무척 차갑고 싸늘했었는데. 어느새 적당한 겉옷만 걸쳐도 다니기 수월해졌으니까. 곧 있으면 두꺼운 점퍼는 온데간데없이 가벼운 가디건이 보통 차림이 될 테지. 주관적으론 겨울을 참 좋아해서 두꺼운 롱코트를 입던 게 참 좋았는데.


생각해보면 계절마다 꼭 맞는 옷이 있다. 싱그러웠던 지난봄은 예사로운 가디건. 예민했던 지난여름은 비가 쏠쏠히 내려 두께감이 조금 있는 셔츠. 낙엽 향이 은은했던 가을에겐 적적한 코트가 제격이었고. 유난히도 쌀쌀맞았던 이번 겨울은 두꺼운 패딩이 딱이었던 것처럼.


그렇다고 계절감을 따져보는 편은 또 아니다. 여름엔 긴바지, 겨울엔 반바지를 입고 산책을 다니니까. 이 나라는 워낙 좁아 어딜 가던 같은 기후라서 남다른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게 아쉬울 뿐. 들어보니 미국 같이 큰 나라는 그다지 계절을 타지 않는다던데. 적당히 쌀쌀한 날 어느 동네를 가보면 알래스카 사람은 반팔을, 플로리다 사람은 롱코트를 입는다면서.


문득 당신은 무얼 선호할지 맞춰본다. 여름을 좋아해서 겨울을 좋아하는 내가 끌리지 않을까. 난데없이 시선을 주고 싶은 거지. 계절감을 극심히 타는 편도 괜찮을 거 같다. 반대인 나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으니. 뭐. 사실 결론은 이거다. 나를 좋아하면 좋겠다. 어쨌든 나는 당신을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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