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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May 03. 2021

사랑일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시작부터 입을 틀어막게 한다. 모네 이야기를 하면서 <수련>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거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이런 디테일이 보이지 않았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다분히 주관적으로) 주인공 길은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다. 꿈에 젖은 채 소설을 고집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고집불통 작가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현실을 직시하는 여자와 이상을 꾸는 남자 사이의 이질감. 사랑하는 사이에서 이질감이란 때론 사소한 문장이나 몸짓에서 나오는 거였다. 하고 싶은 일은 그만두고 잘하는 일로 돌아가라는 사람. 밤거리를 좋아하는 남자를 두고 춤이 더 좋다며 무도회로 떠나는 여자. 비 내리는 파리에서 걷지 않을래? 하고 묻는 남자와 빨리 타!라고 외치는 여자의 모습은 퍽 유쾌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더 재밌는 점은 보통 위트 있는 장면에 사로잡히기 일쑤인데, 이 영화는 그런 순간에도 몇몇 생각을 놓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장면의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사람은 상황의 불편함만을 고려하는 사람을 보며 무슨 기분일까 뭐 이런 류의 생각들을.      


이 사람과 저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사랑은 맞춰가는 일이라는 것도 충분히 납득한다. 그럼 서로를 바꾸려는 사랑이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정하려 든다면. 그런 사랑을 정말 사랑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사랑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모양을 흉내 내는 나를 사랑하는 걸까’ 이런 류의 질문이 들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게 사랑일까’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런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사랑하는 건가요.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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