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by 금교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마다 사주가 보고 싶어져. 정아는 수중에 있던 몇만 원을 지불하고 괜찮을 겁니다, 라거나 하나만 주의하세요, 따위의 말을 듣는 걸 좋아했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고 했다.


그녀는 나를 만나는 와중에도 여러 철학관을 다녔다. 우리, 어느 정도 잘 맞는다네. 당신 고집 세다는 것도 단박에 알아채더라. 이건 인터넷 사주로 본 연애운이래, 한번 봐봐. 그러면서 사이트 링크를 보내기도 했다. 정아는 흙이 많은 축에 속했다. 그 덕에 하나를 시작하면 진득하게 한다고. 대신 시작을 못 한다고. 참 신기한 팔자네. 내 말에 그녀는 그것 보라고, 내가 당신을 만나기로 결정한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거였다고 했다. 그러니 소중한 거라면서.


언젠가 그녀가 사주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단박에 거절했던 적이 있다. 그런 곳에 돈 쓰기 싫어, 하면서. 그녀는 온종일 입술을 비죽였고, 나는 자신을 믿으면 되는 거라고,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거라는 지루한 말들을 늘어놨다. 그러니까 그녀가 그날 이후로 애정표현이 줄었다고 해서 억울해할 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정아가 내 앞에서 사주의 ‘사’자도 꺼내지 않게 됐을 때, 나는 직감했다. 이 사람, 어쩌면 나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즈음은 유명하다던 타로 채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했다. 매일 새벽마다 눈에 띄는 카드 뭉치를 고르며 생각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녀는 여전히 나를 좋아할까. 그녀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이젠 그녀를 만날 수 없지만, 나는 종종 곱씹는다. 그때 보러 갔으면 어땠을까, 하고. 정아야. 사주, 그거 나도 좋아하게 됐어. 나는 물이 많은 사주라네. 흙이 많은 사람과 잘 어울린대. 머릿속엔 정아의 목소리가 대신 답하고 있었다.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마다 사주가 보고 싶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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