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반면 똑똑한 사람은 늘 다른 실수를 한다.* 그런 말을 좌우명으로 달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가 끝날 때면 그날 했던 일들을 곱씹어보고 후회하거나 반성했다. 그 사람한테 너무 예의 없게 군 걸까. 기분 나빴을까.
그런 건 너무 피곤하지 않아? 나는 못 하겠더라. 영이 말했다.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제 명에 못 사는 거 아니겠냐는 거였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나는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 지금의 내가 일주일에 한 번쯤 겨우, 지난 행동을 들춰보는 데엔 그녀의 영향이 컸다.
영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죄 시원시원했다. 까짓 거, 안 하지 뭐. 그거 꼭 해야 돼? 대개 상황에 들어맞았다. 뿌리처럼 박혀있던 관념을 그녀가 하나씩 뽑아대는 것 같았다. 아마 그게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나는 친구에서 연인이 됐다는 사람들 중에 해피엔딩을 본 적이 없어.”
“만약 내가 너 좋다고 하면 어쩔 거야?”
“그거 욕이야.”
영은 나보고 그런 건 꿈도 꾸지 말라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친구 관계에서 더 발전했다가 헤어지면 그건 우정과 사랑, 둘 다 잃는 거라고. 하나만 상실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을 텐데. 둘 다 그러면 어떻게 버티냐고. 그러니까 나는 그때 그랬으면 안 되는 거였다. 그녀를 지금도 영이라고 부르고 싶었으면 그 말을 기억해야 했다.
가끔 영을 떠올리면 바보가 된다.
*헤밍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