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

by 금교준

아프다와 예쁘다를 혼동하던 애가 있었다. 이름은 미오코. 국립대 소재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유학생이었다.


그 애를 처음 만난 건 육 년 전, 학과 선배가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다고 주선한 자리에서였다. 샴푸 향이 나던 반 묶음 단발에 유례없이 큰 눈, 그리고 동그란 얼굴. 한껏 치켜올린 입꼬리로 스스럼없이 인사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선배는 학교 중앙에 있는 호수에서 그 애의 번호를 물었다고 했다. 날도 좋은데 혼자 벤치에 앉아있는 게 꼭 뭐라도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면서. 그러곤 내게 힐끗 눈길을 주며 능청스러운 뱀 마냥 혀를 샐쭉 내밀었다. 그 애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눈 깊숙이 침투해 두개골 안쪽을 이곳저곳 살펴보고 싶은 것처럼. 뭐가 그리 궁금한지.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선 누가 뭐래도 선배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도 면밀한 시선은 애꿎은 내 심장만 쿡쿡 찔렀다. 가슴 쪽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걸 두 번째로 실감한 날이었다. 나를 소개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선배는 그 애와 연애하게 되었다며 자축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축하한다고 답했다. 여담이지만, 고등학생 때 폐 앓이를 한 적이 있다. 그 시절에 겪었던 병원 생활 덕분에 심장이 일 분에 몇 번, 어느 정도의 속도로 뛰는지를 알고 있다. 손끝을 감싸는 차갑고 단단한 촉감과 귓속에 꽂히는 일률적인 기계음을, 가슴이 아플 때 어떤 심정이 되었는지를 나는 기억한다.


일 년쯤 지났나. 그 애를 두 번째로 마주쳤다. 내가 일하던 카페의 신입으로 그 애가 들어온 거였다. 헤어졌단 소식은 들었는데... 선배는 학과 내에서도 친구론 좋지만 연인으론 절대 절대 사절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울린 사람만 따져도 한 학과 정원은 채울 거라며 큰소리치던 모습이 볼썽사납게 떠오른다. 아무튼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단 이론에 따르면, 선배의 전 연인이었던 그 애는 속 시끄러운 상태인 게 분명했다. 생기를 잃은 눈동자와 각질이 탈락하다만 입술, 탁한 안색까지. 그 애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모든 것이 꽃샘추위가 덮친 초봄을 연상시켰다. 가게는 안과 밖이 여닫이창으로 연결되어 비교적 쉽게 포장 음료를 판매할 수 있었다. 앞쪽에는 단골처럼 서있는 가로수가 있었고, 깡마른 가지에는 눈꽃이 가득했다. 그 애는 창밖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예쁘다...


가슴 부근에서 심장이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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