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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pr 27. 2022

단상 5

민바다보다 바위와 자갈이 섞인 바다를 찾고는 했다. 바위가 있는 곳의 파도 모양과 자갈이 있는 곳의 파도 소리가 균형이 잡혔다고 느껴져서였다. 뭐랄까. 모래만 가득하면 바다가 일방적으로 모래를 잡아먹는 것 같잖아. 곳곳에 부딪히기도 잘게 깨지기도 하는 파도를 나는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었다.     


민바다에 갔던 날에는 그런 지점이 없는지 둘러본 적도 있었다. 그 카페에 갈 때마다 그 사람의 인기척을 탐색해봤던 것처럼, 구석구석. 그러다 막상 발견하고 나면 잠시간 서서 고민했다. 기어코 그의 주변에, 그러니까 지난번보다는 더 가까운 자리로 슬며시 가 앉았던 것처럼, 발걸음을 옮기는 데까지 얼마간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며칠 전, 동해에서 그곳을 발견했을 때, 나는 바위에 홀로 서서 파도를 한참 바라봤다. 바위에 찢기는 모습과 모래를 집어삼키는 모습이 어딘가 애석했다, 애석했나, 아니면. 아무튼 그것을 정의하기가 버겁다.     


다만 그때, 기억을 삼킨 장소는 발걸음을 붙잡는다고, 나는 여러 번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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