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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May 05. 2022

단상 6

1.

요 근래 과거의 나를 꾸짖는 일이 잦았다. 겪어내는 계절이 많아질수록 앞선 만행들이 선명해지는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다.     


2.

작거나 큰 건설 현장들을 전전하면서 다양한 인간상을 마주했다. 이제는 소멸된 것으로 여겼던 녹슨 관념 또는 일화의 당사자가 되었고, 그런 공간에 서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온몸이 압력에 끌려다니는 것이었다.     

 

3.

책이나 영화 등에서 부당한 장면을 목격했을 때,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이들의 속내까지 읽어내고 싶었다. 내가 같은 처지였다면 외칠 수 있었을까 싶은 적도 있었고, 불합리한 결과를 끌어안은 자들을 못내 답답해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묵묵히 감당해보려다 지지 않아도 될 책임을 둘러업고 무너지는 이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4.

모종의 사건들을 지나치면서 꽃받침이나 줄기에 줄줄이 돋는 가시에도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생각해냈다. 그들이 왜 필요한 존재들인지, 생명은 왜 그들을 힘써 자라게 하는지. 구태여 비로소라고 표현한 것은 그동안은 눈에 띄는 것, 그러니까 꽃잎 같은 것에 대부분의 주의를 쏟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5. 

사건은 매번 불시에 발생했다.      


6.

별안간 권리를 침해당하는 순간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려다 곧잘 무너졌다. 대신 묵묵히 감당하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에 담으려 애썼다. 현실. 그들이 말하는 현실과 내가 생각하는 그것의 차이점에 대해서, 겪어보지 않은 채 기정사실화한 내용을 상식화하는 행위에 대해서, 어쩌면 훗날 신념처럼 굳힐 이름 모를 책임감에 대해서, 얼마간 고심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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