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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ug 20. 2020

연인과 피보다 진하게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

우리는 부부는 무촌, 부모 자식은 일촌이라는 걸 잊고 있다.

“부부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다.” - 천공

연인과 자주 싸우는가? 혹시 사이가 안 좋을 때마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간혹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고 있는 커플을 볼 때면, ‘왜 저토록 싸우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물며 독립한 자식이 있을 만큼 오래 지낸 부부 사이마저도 갈라내는 게 바로 ‘다툼’이다. 근데 이 다툼이라는 게, 사실은 한 가지 요소에서부터 공통적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보통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안 들어줄 때, 약속을 안 지킬 때, 연락이 안 될 때 등의 상황에서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믿음’과 관련이 있다. 상대방이 내 얘기를 안 들어줄 때는 ‘나를 좋아한다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상대방이 약속시간을 안 지킬 때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믿음’이 흔들린다. 연락이 안 될 때는? 마찬가지로 ‘나를 보고 싶어 한다라는 믿음’이 흔들린다. 다른 모든 이유들도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과 관련됐다. 이게 뭘 뜻하는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항상 ‘믿음’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오죽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믿음이 없으면 헤어진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따라서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믿음을 쌓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천공 선생님’의 말을 빌려 소개하도록 하겠다.


대화는 믿음에게 밥 먹여주는 영양사다.


부부싸움을 많이 하거나, 자주 다투는 연인들을 보면 평소 ‘대화’가 부족하다. 이때 중요한 점은 매일 반복되는 의무적인 대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을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실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상대와 나는 수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 순간에도 서로 다른 환경과 경험을 하고 있다. 따라서 서로에 대해 알려주는 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아무런 사전 연락도 없이 오래 답장 안 하는 행동은 기분이 안 좋더라.’ ‘나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끊으면 마음이 상하더라.’는 식의 표현을 해줘야 한다.(이를 ‘자기표현’이라고 부르겠다.) 그래야 상대방도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와 조금 다른 반응을 하는 상대방이 이해가 안 되기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다툼이 시작될 수 있다.

만약 자기표현을 하지 않는 연인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만한 일이 생겼다고 해보자. A는 B가 이해가 되지 않을 테고 반대로 B는 A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는 네가 이해가 안 돼.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냐?”처럼 다툼의 불씨가 타오른다. 

반대로, 평소 자기표현을 자주 나눴던 연인 사이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사람은 그때 이건 싫다고 얘기했었지.’ ‘아~ 이런 일을 두고 기분이 상한다고 했던 거구나~’처럼 상대방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예고편을 먼저 보고 재밌을 것 같은 영화를 봤을 때처럼 이해가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무시는 헤어짐을 만든다.


사람 간의 관계를 원수지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무시’다. 특히 누가 봐도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는 자존감마저 깎아내릴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서로에게 상처 주려고 작정한 양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사이는 서로에게 생채기만 깊게 낼뿐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낸 상처들은 곪고 곪아서 마침내 절단해야 할 정도로 괴사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신체는 물리적으로 회복이 되지만, 마음이 곪으면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과 같은 맥락에서 무시보다 권장되는 행동은 ‘대화’다. 정말 의견이 안 맞아서 대판 다퉜다고 해보자. 서로에게 필요한 건 생각의 간격을 좁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말 상대에 의해 속상할 때는 이렇게 말해보면 좋다. 


“나는 당신이 이런 행동을 해서 이러한 기분이 들고 속상했어요.” 


이 말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다툼을 키울까 봐 겁부터 먹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말은 아이스크림과 같아서, 상대방에게 ‘당신이 잘못한 거잖아요!’라는 식의 책임 전가 대신, 상대방의 마음을 녹여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아.. 이런 행동을 했을 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이 아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더 하게 된다. 

얼마 전, 가까운 후배가 사랑하는 연인과 있던 다툼 때문에 내게 고민을 털어놨던 적이 있다. 핵심을 말하자면, 그 동생네 커플은 서로 ‘책임 전가’하는 분풀이에 급급한 상태였다. 그때 동생에게 ‘자기표현’을 해 보는 것을 권유했을 때의 반응은 ‘상대방이 되려 화내고 대화하기 싫어할 것 같다’라는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존에는 한 마디만 건네도 싸우던 사이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됐다는 거다. 그때 상대방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할 때,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 얘기해줘서 고마워.”  


선의의 거짓말은 평화를 위해서 필요하다. 그러나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모가 웃으면서 잘 사는 모습을 보여야만 자식들의 인생도 잘 풀린다.” - 천공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은 백해무익한 거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100%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부간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자식들과 함께 있다면? 이미 수많은 심리학 연구들에서 증명된 바로는, 부부싸움을 자주 목격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사회성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부족하다. 이는 서로의 권리만 주장하며 서로를 깎아내리게 되는 부부싸움을 보다 보니, 손해 보기 싫은 이기주의적인 심리가 발달하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서로를 이해해주고 포용하려는 모습을 어색하게 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간혹 어떤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사이가 좋은 척’하는 것처럼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전에 미리 준비돼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믿음’이다. 예를 들어, 상대를 위해 모아뒀던 돈으로 선물을 샀다고 치자. 상대방은 그 사실을 모르고, 어딘가에 목돈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믿음이 없다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바람난 거 아냐?’ ‘이상한 물건 산 거 아냐?’ 등과 같이 온갖 의심을 하며 화를 키울 수 있다. 결국 좋은 일을 했는데도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믿음이 두텁다면? 아무 탈 없이 기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부부는 무촌, 부모 자식은 일촌이다. 

 

우리나라의 촌수를 따져봤을 때, 부부 사이는 무촌, 부모와 자식 간에는 일촌이다. 쉽게 말해서, 부모와 자식 간에는 피로 맺어진 관계다. 그래서 어릴 때 아무리 속이 썩어도 정이 간다. 반면에 부부간에는 피로 맺어지지 않았다. 관계된 게 아무것도 없다. 다만, 사랑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남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모든 사랑이 자식에게로 쏠리게 되더라라는 얘기가 있다. 사랑보다 피로 이어진 사이가 더 진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사랑에 믿음이 더해지면, 피보다 더 진하게 변하는 게 바로 사랑이다. 따라서 오랜 시간 함께 사랑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세상을 꾸려가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믿음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추천 책 : [통찰과 역설] - 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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