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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ug 29. 2020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강압하려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

남의 삶을 평가하고 통제하려는 사람들의 심리

강압적 지배란 두 사람의 관계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신체적, 성적 폭력과 달리 강압적 지배는 피해자의 심리와 정서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워낙 치밀하고 미묘한 탓에 피해자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사 폰테스의 표현대로 강압적 지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족쇄’다. - <심리를 처방합니다> 중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다투고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 “날 좀 내버려 둬요!”라는 말이 나온다거나, 연인 간에 “왜 자꾸 나를 바꾸려 하는 거야?”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들이 모두 ‘사랑’에 가려지는 ‘강압’이라는 걸 알고 있는가? 이러한 강압적인 행동들이 모두 ‘폭력’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가? 실제로 해외에서는 사회, 심리, 정치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강압적인 행동에 대해 논의한 결과 ‘강압적 지배는 분명한 폭력이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강압적 지배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앞서 잠깐 얘기했듯이 강압적 지배는 폭력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배적 행동은 직장 동료보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이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대개 부모와 자녀, 연인, 심지어 친구 간에도 말이다.


 1.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강압적 관계


당신은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가? 자녀와는 어떤가? 혹시 ‘자기 전에 이건 꼭 하고 자라!’라던가 ‘너는 이런 일을 해라!’라는 등 강요를 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알고 보면 피가 섞인 사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이런 강요를 했을 수 있다. (강조하건대 이건 조언도 아니고, 권유도 아니고 강요다.) 그리고 대개 그런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 한 건데, 당연한 것 아닌가요?”, “자녀라면 부모를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등의 말을 심심찮게 한다. 이에 대한 답변은 당연히 “아니요”이다.


아무리 직접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소유물처럼 맘대로 다루거나 본인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인격’이 있고,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와 상대는 삶의 가치 기준이 다른 인격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좋다고 상대에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고, 내가 고통받았다고 해서 상대가 똑같이 고통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런 분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 말이다.


“과거 고통받았을 때 힘들지 않았나요?
그럼 자식도 똑같이 힘들어봤으면 하는 마음인 건가요?”
“자식이 뭘 하던 본인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행복해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꼭 자식이 미래 계획들을 꼼꼼하게 설계하며 살아야만 행복할 수 있는 건가요?”



 2. 연인 사이의 강압적 관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잘 지내다가도 꼭 한 번씩은 싸우게 된다. 이는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연인 사이에서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려는 강압적 행동이 나온다는 거다.

잘 보면 “적어도 30분에 한 번씩은 무조건 연락해야지!”라던가, “나를 사랑한다면 다른 이성의 연락처는 다 지워!”라는 등의 이유로 싸우는 커플들 꼭 있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에게도 연애상담을 받아보면 이런 고민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행동들도 당연히 ‘강요’라고 말하고 싶다. 나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내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상대를 내게 맞추려고 하는 강압적 행동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유를 들어보면, 대개 ‘사랑하니까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이게 정말 건전한 방향 일까? 내가 제시하는 답은 ‘아니요’다.


신경증적 사랑의 또 하나의 형태는 자기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고 그 대신에 '사랑하는' 사람의 결함이나 결점에 관여하려고 '투사적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사소한 결점까지도 낱낱이 비판하고 자기 자신의 결점을 천연덕스럽게 무시해버린다. - <사랑의 기술> 중에서


위 말은 철학자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한 말이다. 쉽게 말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멋대로 바꾸려고 하는 행동은 '신경증적 사랑'의 예시가 된다.

나는 성숙한 사랑을 위해 중요한 건 ‘존중’과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렇게 상대방에게 강요를 하는 이유는 상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상대가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질까 봐, 그래서 나를 떠나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호감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이런 강요를 듣는 상대방은 ‘나의 의견은 존중받지 못해. 나는 자유를 박탈당했어’라고 느끼며, 마치 자신이 잘못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어 자존감이 떨어진다. 이러한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설사 오래가더라도 서로 생채기만 남기는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재단’하고 ‘정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살아야 해!’라며 타인의 삶을 고치려 든다. 그러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거야’는 식으로 상대를 위축시킨다. 이러한 행동이 과연 건강한 행동이라고 생각되는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서 좀 더 믿어주고 다름을 존중해줄 순 없는 건가?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통제하려는 사람들 중에서 ‘악의’를 갖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알고 보면 그들의 속뜻은 매우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이러한 행동을 할까? 이들은 과거에 부모로부터 간섭받거나 통제받으면서 인권도 존중받지 못하고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의견은 묵살되고, 상대의 답변은 무조건 옳다는 가정에서 자라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상대가 조금이라도 반하는 행동을 보이면, ‘왜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느냐’라며 다그치는 것이 당연한 문화다. 어찌 됐건 결과는? 상대방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가져야 할 생각들

 

 강압하는 이의 관점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좋은 길을 제시해주는 것뿐이다. 근데 상대방은 이를 ‘강요’ 하지 말라며 본인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말한다. 좋은 의도에서 하는 말을 한 것뿐인데 나는 어느새 악당이 되어 있다."


이런 분들이라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을 넓혀야 한다. 로버트 그린 작가는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이런 분들에게 2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남의 말을 듣는 기술을 연마하라.

2. 사람들이 나를 존경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역지사지’라고 알지 않는가? 만약 상대방이 힘들다면 ‘왜 힘들어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면 된다. 상대방이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하고 물어보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단지 경험이 더 많다고 해서 혹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가족 간에도 서열을 나눌 필요가 있는가? 연인 간에는 또 어떤가? 우린 각자가 정말 소중한 인격체다. 내가 상대방에게 존중을 바라는 만큼 상대방도 존중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갖자.

 

 강압받는 이의 관점 

 

강압하는 자들은 우리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니 내가 잡아줘야 해!’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에게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도 로버트 그린 작가는 2가지를 제시했다.


1. 대처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라.

2. 자신의 취향이나 성향을 알아내라. 그리고 그 능력들을 매일 향상하려 노력하라.


여기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결론은 이거다. 강압적으로 상대방을 바꾸려 하는 행동은 ‘폭력’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내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자신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것.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사는 것이다. 강압하는 자나 사랑하는 자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는 상대방의 삶도 우리가 대신 살아주는 삶이 결코 아니다. 즉, 나의 삶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다. 이를 이해하고 더 이상 누군가를 강압하고, 강압받고, 한 인격이 무너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각자의 결정과 인생을 존중하고, 서로 사랑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 문건 :

1. [심리를 처방합니다] - 노우유어셀프

2. [인간 본성의 법칙] - 로버트 그린

3.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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