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교준 Jul 09. 2020

당신은 합리적인가요, 비합리적인가요?

사실 합리적 이도록 설계됐다는 우리는 온갖 비합리적인 법칙을 따른다.

우리는 합리적일까?

 

 어떤 경제학자는 말한다. 우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그럼 여기서 질문. 우리는 정말 합리적인 동물일까? 아니, 모든 면에서 합리적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NO!”다. 

 사실 가장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할 수 있는 동물, 본능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바로 앞에 마시멜로 1개가 있더라도 2개를 얻기 위해 1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다. 반면, 다른 동물이라면 잽싸게 가져다 먹을 것이다. (물론 이런 단순한 합리성은 몇몇 동물에게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장’이라는 말은 ‘모든 면에서’라는 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자칫 말장난 같아 보일 수 있는 이 말은 단연코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사소한 차이가 우리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바로잡는 거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면에서 비합리적인 면모를 보이는지 알아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숫자, 친숙함 그리고 인지에 대한 비합리성 세 가지를 알아볼 테다.


우리는 숫자에 약하다.

 

 혹시 위 공식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 수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독자라면 뜬금없이 튀어나온 공식을 보곤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사과를 받아주세요..) 위 공식은 유체유동을 설명해주는 베르누이 방정식이다. 온갖 알파벳들이 난무하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방정식!

 그러나 사실 정말 간단한 공식이기도 하다. 이것은 유체(기체나 액체 등 흐르는 것들)의 속도가 빠를수록 압력이 약하다는 걸 설명해주기 때문이다.(이것도 어느 정도 의역한 거지만 말이다. 항공기에서는 이 원리를 날개에 적용해서 양력, 즉 하늘에 뜨는 힘을 발생시킨다.) 유체역학을 전공한 나조차도 베르누이 방정식이 뭔지 검색해봤으니.. 원망해도 좋다. 어찌 됐든! 우리는 이런 단순한 수학공식조차 어려워한다. 그리고 이는 온갖 숫자를 상대해야 하는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볼까? 1km 떨어진 곳에서는 전자레인지를 10만 원에 판다. 반면에, 10km 떨어진 곳에서는 똑같은 제품을 7만 5천 원까지 할인해준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사러 갈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러 간다고 할 것이다. 무려 2만 5천 원이나 할인할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어떨까? 1km 떨어진 가게에서는 백만 원짜리인 TV가, 10km 거리의 가게에서는 97만 5천 원이라고 한다. 사러 가겠는가? 나조차도 ‘그냥 이 앞에 가지 뭐’라고 생각하며 1km 떨어진 가게로 갈 것이다. 당신이라고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뉴욕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개리 마커스 박사님이 이를 보증한다!) 

  물론 100% 나와 같진 않겠지만, 적어도 앞선 상황보다 고민하는 시간만큼은 더 길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숫자 앞에서의 비합리적인 예가 된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참...


우리는 친숙함 앞에서 비합리적인 사람이 된다. 

 

 툭 까놓고 말해서 우리는 덜 친한 사람보다 더 친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 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스스로가 공정하고 공평하다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 [100인, 인간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3명의 심리학자들이 1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온갖 심리학적 연구를 실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제이내브 존슨, 새미 오베이드, 앨리 워드 박사님들이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내 흥미를 끈 건, 사람의 매력도를 결정하는 요소를 연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실험은 시청자인 나도 참여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는데, 쉽게 말하면 이렇다.


 화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들이 번갈아 나왔다가 사라진다.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을 고르도록 한다. 그리고 결정된 사람은? 놀랍게도 각자의 매력 기준과는 상관없이, 주어진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사람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이 실험은 다른 100인의 실험 참가자들에게서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는 ‘친숙함’에 약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는 학연, 지연, 혈연, 흡연을 뚫고 사회를 살아가는 게 참 힘들겠구나라는 것을 일깨워준다.(이 부분은 참.. 불공평한 세상을 돌아보게 해주는 것 같다. 결코 합리화되지도 않고 말이다!) 새삼 비합리적인 세상을 공정함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우리가 가장 잘 따르는 편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지적 비합리성을 말할 차례가 왔다. 이 부분은 내가 다른 부분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지점을 공략한다. 바로 ‘확증편향’이다. 풀어 말하면, 우리는 보고 싶은 내용을 보려고 한다는 거다. (믿는 내용을 믿으려고 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걸 어떻게 재밌게 풀어낼까 고민해봤는데, 한 번 설명해보겠다. 

 얼마 전에 나는 ‘양자역학’에 푹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물론 자세히 공부하다가 재밌다는 착각에서 금방 풀려났다.ㅎㅎ) 그때는 양자역학과 관련된 영상과 책들을 막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무슨 사물을 보던 ‘저 물체의 원자를 내 눈으로 볼 순 없을까?’라는 희한한 상상을 하게 됐다는 거다. 그래서 어떤 물체를 보던지 그 물체를 뚫어져라 보거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머릿속에 양자역학이 가득 차서 그랬던 것 같다.(심지어는 벌레가 팔에 붙어있을 때, 떼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 예시는 설명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 이 예시는 어떤가? 갖고 싶던 신발이 있는데, 금방 구매하지 못하고 참았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길을 갈 때 그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유독 잘 보이진 않았는가? 옷으로 생각해봐도 괜찮다. 이게 바로 ‘확증편향’이 작용한 한 예다. 


 좀 더 명확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긍정적인 소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라고 해보자. 우리는 ‘돈은 될 수 있으면 아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온갖 근거들과 사례들을 모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토론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상했겠지만, ‘돈은 쓸 수 있을 때 써야 한다!’라는 상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사례들도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돈은 저축해야 한다!’라는 주장은 어떨까? 귀에 쏙쏙 들어오고 공감도 잘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확증편향’의 예라고 볼 수 있다. 보고 싶은 것이 더 잘 보이는 것.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 근데 이게 어떻게 비합리적이라는 걸까?

 문제는 실제로 경제 불황이 되어서 돈을 써줘야 경제가 되살아나는 상황에서도 이 믿음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굳은 믿음 때문에 소상공인 분들을 살려야겠다는 믿음보다는 '일단 저축하지 뭐'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즉 비합리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한 예시일 뿐이다. 꼭 돈을 써야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당신은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

 

 오늘은 우리의 비합리성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숫자를 생각할 때 비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친숙함 앞에서도 비합리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또한, 굳게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웬만해선 굽히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우리의 본성이다. 


 위의 내용들은 모두 심리학자들이 주장했던 자료들과 내 주관이 짬뽕된 글이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전달할까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러니 쉽게 이해가 됐으면 좋겠다. 글을 마치기 전에, 정말 우리가 비합리적인 사람이 되는 상황이 떠올랐다. 바로 '사랑'이 가미된 상황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다음 날의 피곤함을 감수하고서 밤새 통화를 한다. 혹은, 나는 다이어트 중인데 상대가 야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같이 먹기도 한다. 심지어, 전혀 반대 방향에 사는데도 좀 더 보고 싶어서 집에 데려다주는 경우도 많다. 세상에 이토록 비합리적이면서 로맨틱한 존재가 또 있을까? 


**참고하면 좋은 책과 영상 : 

1. 책 [클루지] - 개리 마커스

2. 영상 [100인, 인간을 말하다] - 넷플릭스 시리즈

이전 08화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강압하려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