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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Jul 03. 2020

우리가 여전히 사바나에 사는 줄 안다고?

인간의 뇌는 1만 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우리는 ‘사바나 원칙’을 따른다.


 진화심리학 용어로 ‘사바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이는 스웨덴의 정신과 전문의인 안데르스 한센 씨와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의 부교수이신 가나자와 사토시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원칙이다. 의미가 정말 흥미로운 데, 우리 뇌는 사바나 초원에서 살던 때와 똑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약 1만 년 전의 뇌와 지금의 뇌가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안데르스 한센 씨는 [인스타 브레인]에서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을 .(점)에 빗대어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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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점들이 총 1만 개라고 해보자. 그리고 첫 번째 점을 20만 년 전이라고 하자. 인간의 역사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쓴 시기를 표시해보면 얼마나 될까? 바로 가장 마지막의 점 한 개다. 단 ‘1’ 개! 그만큼 우리 뇌가 새로운 문물에 적응해야 했던 기간은 역사에 비해 매우 짧았다. 심지어 자동차, 전기를 사용한 시기를 표현해봐도 고작 8개의 점으로 표시된다. 1만 개 중에서 말이다! 어찌 보면 뇌가 아직 학습을 못한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시간으로 환산해보면, 하루 24시간 중에서 약 8.6초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꼴이니 말이다. 그 안에 모든 기능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찌 됐건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어찌나 신기했던지..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가 아직도 ‘사바나 초원’에 있다고 하는 증거들이 대체 뭐가 있을지!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3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첫 번째 증거 : 가상 세계와 현실을 분간하지 못한다.

 

 우리는 TV, 영화, 넷플릭스 등을 보면서 등장인물들과 감정을 공유한다. 슬픈 장면이 나오면 같이 울고, 로맨틱한 분위기에선 사랑을 느끼는 걸 생각하면 된다. 특히, 컨저링과 같이 무서운 영화를 볼 땐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 여기에 바로 사바나 원칙의 증거가 있다. 핵심은 ‘화면 속 가상세계일 뿐인데도 실제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가나자와 사토시는 [지능의 역설]에서 'TV 속 친구와 실제 친구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표현했다.


 우리가 이를 분간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대부분의 시기 동안 TV나 영화와 같은 미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린 역사의 99.9%를 실제 친구, 실제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상자 속의 인물들과 실제를 구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두 번째 증거 : 따돌림을 싫어한다.

 

 사바나 원칙의 두 번째 증거는 우리의 본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따돌림’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학교든 직장이든 간혹 ‘따돌림’이 존재한다.(무척 슬픈 사실이지만..) 그리고 누구든지 따돌림을 당하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는다. 실제로 어느 한 연구에서 따돌림을 받을수록 돈을 받는 상황을 연출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벌더라도, 따돌림을 당한 사람은 극심히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진화학적인 이유로는 우리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인간은 사자와 같은 포식자들보다 나약한 육체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무리 지어 행동해야 생존과 번식이 용이했다. 자연스레 사회적 관계는 생존성과 직결되었고, 집단에서 소외될수록 생존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따돌림을 당하는 건 죽음을 의미했기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학적인 이유로는 따돌림을 당할 때의 뇌 반응 영역을 분석한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검사 결과가 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따돌림을 당했을 때는 육체적 고통을 느꼈을 때와 동일한 고통을 느꼈다. 당연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증거 : 비만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증거는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비만인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며 생존하던 시기 덕분에 우리는 음식을 갈구하도록 진화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음식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역사 중 99.9%를 기아, 탈수 등으로 고통받아 왔다. 때문에 음식을 보면 극도로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거란다. 당연하게도 음식이 풍족한 지금은 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먹게 된다. 과자, 음료수, 사탕 등등..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이는 통계학적으로도 증명된다. 어느 논문에서는 30대초반 한국 남성의 평균 BMI 수치가 1979년에 22였던 것이 2015년에는 25.3으로 증가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비만임을 판정하는 BMI 수치가 25라는 사실이다.  *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조사한 "한국인 BMI 평균의 변화" 참고


 정리하자면, 우리는 여전히 1만 년 전의 뇌를 갖고 있다. 때문에 가상세계와 현실을 잘 분간하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면 극도로 고통받는다. 심지어, 비만인구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이 모든 건 ‘사바나 원칙’의 증거들이다.

 만약 ‘사바나 원칙’이나 ‘진화심리학’에 흥미가 있다면 두 권의 책을 추천하겠다. 스웨덴 안데르스 한센 씨의 [인스타 브레인]과 가나시와 사토시의 [지능의 역설]이라는 책이다. 이 책들을 읽다 보면 우리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건 뭔지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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