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by 라윤영

탈출


/라윤영


북부역 사거리엔 잃어버린

백만장자의 낡은 과거가

붉은 신호등처럼 깜박거린다


술 취한 자전거가

갑자기 튀어나와 허름해진

바지를 찢고 멀리 달아난다

다시 볼 수 없는 뒷모습으로


오늘은 속상한 하늘이 다시 태어난다

무거운 어깨를 옮기고 있는

공사현장의 두 다리는

낡은 시간이 되어 조금씩 희미해진다



작고 어두운 다락방

자랄 수 없는 꿈


"아버지 도와주세요"


베토벤의 운명이 검고 하얀 건반 위에서

운명을 안고 복잡하게 탈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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