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름답게
/라윤영
밤이 온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두 눈을 감고 서쪽으로 떠나간 해를 다시 끄집어내고
몇 개의 별을 그려 놓을 것
그러면 세상은 어제보다 둥그러지고
약속 없이 떠난 얼굴들이 방문할지도 모른다
불 꺼진 창 그 안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어려운 그림을 그리던 화가는
망쳐버린 새의 날개를 찢긴 비상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다시 그린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사랑이라고 부른다
가끔씩 화가 날 때 낡은 성경책의 한 줄에 밑줄을 그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밤이 저기서 집단적으로 몰려온다
사냥개들의 뜀박질처럼 거친 발자국으로 다가온다
오래 참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이 세계의 깊은 밤
찢긴 깃털과 도려낸 날카로운 마음이
둥글게 축구공처럼 멀리 비상하고 있다
사랑은 아름답게.
*신약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4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