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by 라윤영

깊은 밤



/라윤영




산 너머엔 또 산이 있고

꽉 쪼이는 청바지를 입고

하얀 구름이 여자처럼 서 있다

바람은 출처를 모르고

뛰어나온 청개구리 같다

어느 날 모르게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아이의 아침은 낯선 이슬로

세상으로 막 태어난

아이의 울음처럼 불안하다


어깨너머엔

그럴듯한 세상이 펼쳐져 있다

두루마리 휴지를 펼치면

눈이 내린 어두운 골목이 된다

골목은 서성이는 자들이 마주하기 좋은 동네

까마득한 별을 보는 눈으로

지나간 계절을 세어보는 일은

막대한 눈물을 쏟아내는

슬픈 영화의 예고편 같다


30년 후 거울 속

비친 얼굴이 없다면

숲 속 호숫가에

한 개의 돌멩이를 의미 있게 던지자

깊은 울림으로

전신을 떨고 있는 웅대한 몸짓을 보자

고귀한 정신 전력을 차단하고

어둡지만 고요한 밤으로

더 깊은 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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