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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음 Jun 12. 2020

어쩌다 자취, 어쩌다 독립 (5평은 내 세상)

한 달 동안 자취를 하면서 느낀 점 들 그리고 달라진 점들




5평 남짓의 나만의 공간


하늘이 맑은 어느 날

꼭 한 번쯤은 해보고 싶던 독립이었는데 발령지를 최북단으로 받는 바람에 서울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항상 꿈꿔왔던 혼자 살던 집은 최소한 10층 이상에 뭐 드라마에 나오는 비현실적인 집은 아니더라도..



주방 정도는 조금 떨어져 있을 줄 알았으나

나름 풀 옵션

고개를 돌리면 주방이고

이사 첫날이라 난장판

 고개를 돌리면 책상

고개를 돌리면 이불을 펴야 한다. 침대를 들여놓을 자리도 없다. 침대가 있으면 빨래건조대를 놓을 자리가 없다. 아니 , 있는데 너무 비좁아서 답답하다. 정말 딱 한 명을 위한 원룸이다. 그래도 책꽂이 정도는 놓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자취를 하면서 느낀 점 3가지




1.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은 나는 시간의 자유를 얻었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자유롭다. 집에 와서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샤워 순서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밥도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 엄마가, 아빠가, 동생이 무엇 좀 해달라고 부르는 일이 전혀 없다. 집중이 끊어질 일이 없다. 시간의 방해를 받을 일이 전혀 없다.



시간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다. 혼자 쉴 때 자극받는 것을 싫어한다. 누가 보면 얘 왜 이렇게 예민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또한 집에서 출퇴근을 했을 시에는 2시간 반 (편도)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을 상당히 절약한 것이다. 처음에는 출퇴근을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 중이기는 하지만 왕복 5시간을 절약해준 셈이다.




2. 시간의 자유를 얻었으나 경제적 자유를 빼앗기다



시간적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35만 원씩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뭐 서울에 비해 월 35 정도면 싸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 35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월세에 포함되지 않은 전기, 수도세. 혼자 살면 왜 이렇게 필요한 게 눈에 많이 보이는 건지 섬유유연제와 물을 끓여먹을 수 없는 노릇이니 물을 대용량으로 시켜놓는다. 밥도 혼자 먹으면 남아돈다. 그러니 햇반을 먹어야 한다. 차라리 그게 더 경제적일 수도 있으니..


계란, 김자반 덕분에 오늘 하루도

또 반찬은 왜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지 만만한 스팸과 참치, 김자 반등을 구비해 놓는다. 가장 빨리 손쉽게 그리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월세 35 + 전기, 수도 대략 5 (최대) + 출퇴근 교통비 5 + 생활용품 10 (이건 그때그때 달라진다.. )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만 해도 55~60 선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버스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에 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까지 샀으면 거의 한 달에 100은 깨졌을 것이다.




3.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엄마의 소중함



원룸인데도 하루 이틀을 못가 금방 더러워진다. 혼자 사는데 왜 이렇게 빨래는 많이 나오는가. 혼자 먹는데 왜 이렇게 설거지는 바로바로 해야 쌓이지 않는가.



하고 나면 개운한 화장실 청소

그런데 엄마는 네 식구의 빨래, 설거지, 그리고 방 청소까지 매일매일 해야 했다. 그뿐인가. 내가 바빠 어지르고 간 것들의 뒷정리는 항상 엄마 몫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해주셨던 것들이기에 엄마가 해준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로 밥 먹고 씻고 잠자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겼다.



나는 혼자 사니까 조금 쌓이고 조금 더러워져도 하루 이틀 미루면 그만이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 집을, 우리 빨래를, 우리 식사를 단 한 번도 미루거나 지저분하게 놓아버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엄마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출근 전 , 퇴근 후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하는 것을 그렇게 귀찮아하고 엄마가 전화해서 잔소리하는 것을 "알아서 잘하고 있는데 엄마 나 좀 믿어!" 하면서 또 흘려듣고 있었다. 엄마들은 "알아서 내가 잘할게"라는 소리에 엄청난 서운함을 느낀다. 그대들이 항상 해주던 것들을. 그대들이 없으면 못할 것만 같던 것들을 자식들이 나가 살면서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 기쁜 일이 아니다.




응답하라 1998중.. " 엄마~ 엄마가 필요해요~"


"정환아. 너네 엄마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모르겠냐."


"몰라."


"식구들이 너무 잘 있어서. 엄마가 없는데도 식구들이 너무 잘 있어서."



정환이는 기분이 안 좋은 엄마를 위해..



출처: 유튜브

"엄마~ 형 손 데었어"


"내가 못살아 진짜. 나이가 몇인데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끓여!"



출처 : 유튜브

"엄마~ 아빠 또 연탄 날려먹었어~"


"어유 어유 어유 잘한다. 잘해. 뭐 똑바로 하는 게 없어. 못살아 진짜.


출처 : 유튜브

"엄마~ 제 반바지 못 봤어요?"


"어이구 어이구 여기 있잖아 여기. 이거 하나를 못 찾아?"


"제눈엔 안 보였는데.."


출처 : 유튜브

"어이구, 원수들.. 다들 나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뭐하나 그냥 똑바로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이 부분을 봤다면 단박에 이해가 될 것이다.




자취를 하면서 달라진 점 2가지




1. 내게 주어진 시간 내에 어느 성과를 내야 하는가 : 시간



나는 월 60만 원씩 지불하고 있다. 그냥 돈만 나간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나는 5시간이라는 출퇴근 시간을 벌었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벌었다. 또 친구들이 이쪽에 살지 않다 보니 약속도 없어 저녁 시간도 벌었다.



사회 초년생이 월 60만 원을 지불했다.



" 뭐.. 나 사회초년생이고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1년 정도는 돈도 못 모을 거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지내야지."



여기서 생각이 멈춘다면 그냥 정말 60만 원을 지불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60만 원과 맞바꾼 시간 내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출퇴근 시간 벌었으니 출근 전에 늦게 일어나도 되고 퇴근 후에 늦게 자도 되고 이게 아니다. 덜 피곤한 만큼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벌어들인 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의 '성장'에 목표를 두고 매일 아침 일어나 책을 읽고 운동을 한 후에 출근을 한다. 퇴근 후에는 글을 쓴다. 5시간 정도를 돈을 지불하고 사들인 셈이니 그 시간 안에 책을 읽고 하나라도 생각이 바뀌고 운동을 하여 건강을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도 있다.




2. 카페 음료보다는 카누로 : 경제



카페를 가지 않게 된다. 원래 혼자서도 카페를 잘 가는 편은 아니었으나 가끔씩은 갔었다. 하지만 자취를 하면서는 5000원이라는 돈이 크게 와 닿았고 이 돈이면 버섯, 마늘, 계란을 사서 일주일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린다.



오늘은 아메리카노



카페 음료를 못 먹는다고 해서 고달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 스스로 돈을 통제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진다. 또 카누에 꿀과 우유를 넣어 라테를 만들어 먹는다거나 초콜릿 우유에 카누를 넣어 모카를 만들어 먹는다거나.. 오늘은 카누로 어떤 커피를 만들어 먹어볼까 라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국에는 주어진 상황 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은 '행복'으로 할래.


자취를 하는 것도 출퇴근을 하는 것도 모두 본인의 선택이다. 자취를 하면서 돈이 많이 나가서 힘들다. 출퇴근을 해서 몸이 힘들다.라고 하기보다는 이미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한 것이고 그 이후에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내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되도록 만들면 된다.



그러니 앨리스의 말처럼 내 상황은 내가 정한 것이니. 상황에서 나오는 단점들 보다는 오늘은 어떤 '장점'을 만들어 낼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면 된다.



그래서 나는 5평 남짓한 나만의 공간에서  글을 쓰는 시간도 행복하고 책을 읽는 시간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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