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급서, 2 급서, 3급 서가 중요한 게 아니야
모든 평가가 종료된 후 신임 경찰들은 자신이 가고 싶은 서를 정한다. 청마다 조금씩은 다르다. 어떠한 청은 연고지를 고려하고, 개인 사정도 조금은 반영해주며, 어떠한 청은 무조건 성적으로 자르기도 한다. 교수님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성적이 이렇게 나왔는데 어디서를 쓰는 게 좋을까요. 어디의 서풍이 좋은가요. 1급 서가 좋아요? 2,3급 서가 좋아요?
*1 급서 : 주로 인구가 많고, 업무가 많아 바쁜 곳
*2 급서 : 인구가 적고 상대적으로 업무가 적은 곳
*3 급서 : 1,2 급서에 비해 인구가 적고 주로 농어촌에 소재한 곳.
이렇게 본인의 위치로 어느 선에서 근무하면 좋을지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하여 마음속 순위를 나열해본다.
여러 가지 외부적인 조건들도 중요하지만 가서 어떻게 근무를 할 것인지 어떠한 방향으로 경찰 생활을 할 것인지부터 고려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좋다는 서가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거리가 멀고 사람이 맞지 않으면 그것이 나에게는 최악의 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최상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그 선택 속에서 나오는 최악도 있을 수 있으니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 속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자들을 위해 어떠한 기준으로 인사내신서를 작성해야 할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러한 것들은 절대 정답이 아니니 참고만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장점 : 순경이 많아 고충을 털어놓기 쉽다는 점, 여러 사건을 접해볼 수 있다는 점, 주로 도심에 있어 통근이 유리하다는 점
단점 : 순경이 많은 만큼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점, 바빠서 쉴틈이 없다는 점 정도가 있겠다.
장점 : 순경의 수가 적어 신임으로써 기회를 자주 접할 수 있고, 서에 들어가기 수월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쉽다는 점, 적당히 바빠 일을 정확하게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 :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에 있기 때문에 연고지가 아닌 경우에는 자취를 해야 하기에 경제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의 내용들이 내가 겪어본 장,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고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놓은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어느 경찰서에 가든 다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본인이 원하는 서를 못 간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고 원하는 서를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찰 조직은 일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어디서 사회생활을 하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내가 어떤 서를 가던 어떠한 기준으로 사람을 대할 것이며, 내가 타인에게 영향받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당장의 근무지보다는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중앙경찰학교에서 원하는 경찰서를 쓸 때 나는 무조건 집 가까운 곳을 가고 싶었다. 경기북부청은 권역별로 12개 경찰서 모두를 순위대로 써야 하기에 연천서를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연천에 발령을 받게 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가 문제였다. 집 구하는 문제부터 파출소를 버스로 통근하지 못하는 지역에 발령받을 시에 구해야 하는 자동차까지 월 100은 깨지겠구나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다는 것이 싫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의 평화도시, Hi 연천을 보는 순간.. 진짜 내가 연천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들이 연천 생활이 어떠냐 묻고 파출소 분위기를 묻는다. 아무래도 3급 서고, 내가 발령받은 파출소는 다소 신고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파출소 생활을 들려주면 돌아오는 말들은 비슷하다.
신고가 그렇게 적은 데서 뭘 배워?
그래.. 신고는 적다. 다양한 상황을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배울 점이 파출소에서 몇 시간씩 근무를 하는데 배울 것이 한 가지라도 없을까?
서울처럼 바쁜 곳보다는 신고가 적고 다양한 상황을 볼 기회도 적으니 아무래도 다양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꼭 신고가 들어와야 무엇을 배우는 게 아니다.
시간이 남는다면 현장 매뉴얼을 보면 되고,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의 서류들을 볼 수도 있고, 선배님들과 대화를 하면 된다. 각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니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면 된다.
분위기를 익히면 되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나의 지정 멘토 선배님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기에 대화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아마 중앙경찰학교 교수님들께서 지구대, 파출소 발령이 났을 시에 정식 근무를 하기 전에 인사를 드리러 가라고 많이들 말씀하셨을 것이다. 근무하는 그 날 인사를 드리는 것보다는 그전에 눈도장을 찍는 것이다. 간단하게 음료나 빵 정도 사서 간다면 좋다.
걱정하는 부분이 쭈뼛쭈뼛 들어가야 하고..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배님들께서는 굉장히 밝은 얼굴로 맞아주신다. 나 역시도 생각했던 거와 달리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러니 딱딱하게 직장상사다, 선배다 라는 생각보다는 인간대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인사를 드리러 간다면 선배님들께서도 편안하게 맞아주실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사 가지고 가야 할까? 그것은 본인의 자유이다. 보통 박카스나 비타 500 정도를 많이 사가는 편이다. 간단한 주스도 좋다. 혼자 가도 되고 같이 발령 난 동기와 가도 좋다. 무얼 사가든, 혼자 가든, 함께 가든 그런 것들보다는 밝은 인상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놓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연친화적인 연천에서의 생활은 꽤나 만족스럽다. 파출소장님, 선배님들 모두 좋으신 분들을 만나게 되어 스트레스 없이 일하게 되는 것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실습생 신분이기에,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어렵다. 앞으로 내가 경찰서에서 실습한 것들, 파출소에서 경험한 것들을 조심스레 풀어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