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살려고 경찰 했는데요_ 경찰을 선택한 이유

90년대생은 왜 공무원시험에 몰릴 수 밖에 없을까

by 민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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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찰공무원을 선택한 이유




민순경은, 왜 경찰했어?



“왜 경찰했어?” 면접때부터 나를 끊임없이 괴롭힌 질문이었다. 엄청나게 큰 포부를 가지고 경찰을 선택한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요즘 면접에서는 솔직하게 ‘밥먹고 살려고 공무원 준비했어요!’라는 답변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면접관마다 성향이 다르니 솔직하게 대답했다가는 내 3년이 물거품이 될까봐 두려웠다. 결국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지 못한채로 면접장에 들어갔다. 다행히 이 질문은 나오지 않아 무난하게 면접을 치를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내게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중앙경찰학교에 와서는 동기들이 묻고, 교수님들이 묻고, 발령받아서는 선배님들이 묻는다. 어쩌면 묻는사람은 동기들에게, 교육생들에게, 실습생에게 의례적인 질문이였을뿐 깊은 뜻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나에게는 이 질문이 무겁게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경찰시험에 합격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했냐는 질문에는 시원하게 답변을 낼 수 없었기 떄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가장 무난한 답변을 하기로 했다.



“밥먹고 살려고요!”




밥은 다른거 해도 먹고 살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밥 먹고 살 직업은 많다. 그런데 나는 왜 굳이 경찰을 선택했을까? 물론 안정적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공무원’이 아닌 ‘경찰’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남들이 나에게 묻는 질문 말고 내가 나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보람 있으니까,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거니까, 멋있으니까, 공무원이지만 전문적일 것 같아서, 어디가서 명함내밀기 부끄럽지 않으니까. 여러 이유를 나열해보았지만 썩 와닿는 답변은 찾을수 없었다.



동기들, 선배들에게 질문했다. 왜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느냐고. 동기들 중에는 아버지가 경찰이라서 영향을 받은 친구들이 많았고, 어렸을때부터 꿈이였기 때문에, 빨리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보람이 있으니까 정도의 이유였다. 선배님들도 각자의 이유가 있었지만 꼭 경찰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이유들이었다.



결국 나는 ‘왜?’라는 질문에 답변을 내지 못한 채 물음표를 남겨두엇다. 명확한 이유가 없으니 답변이 안나오는것인데 나를 속이려는, 그럴듯한 답변을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였다. 나는 이제 이 질문을 그만 하기로 했다.




'내일'도 '내 일'도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미래는 밀가루 반죽과 같아요. 다양한 가능성으로 존재하죠. 우리가 관찰하고 느끼는 에너지가 반죽의 모양을 형성하는 거예요. 그리고 완성된 반죽이 굳으면 우리 앞에 현실이 되죠. 다시 말해 쿠키를 어떤 모양으로 빚고 구워낼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말이에요.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스스로 바꿔갈 수 있어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존재니까요.’ _더해빙



나의 미래 로드맵을 아무리 잘 짜놓아도 그것은 어느정도의 방향성만 명확히 잡아줄 뿐이다. 내가 원하던 목표의 순서가 바뀔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원하는 바를 못이룰수도 있고, 늦춰질수도, 기회가 찾아와 무언가를 빨리 이룰수도 있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계획했던 것이 날씨로 인해 못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이유로 인해 경찰을 선택했던 상관 없다. 선택 이후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이미 선택했다



우리는 선택 이후에 할 수 있는것들을 해야한다. 해결되지 않는문제를 가지고 질질 끌수는 없다. 생각이 많아질때는 행동을 해야한다. 만약 신분이 공시생이라면 문득 공부를하다가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하는거지, 내가 왜 공무원을 선택한거지’부터 시작해서 과거로까지 질문의 질문이 꼬리를 물게된다. ‘그동안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왜 현실은 이런것인지.’ 문득 이런 질문들이 나와서 외면한다해도 나중에 또다시 똑같은 질문은 찾아온다.



당장 답을 낼 수 없다면 그냥 지금 할 수 있는것들을 하자. 공시생이라면 신분에 맞게 공부를 하면 된다. 이미 공무원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면 선택한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합격 후 경찰이 되었다면 직장 내에 충실하고 그 외의 시간에 개인적인 질문들에 답을 내면 된다.




당신의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당신이 경찰공무원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크고 작은 상황들과 생각들이 모여 이 선택까지 이끈 것이 아닐까. 당신이 안정적이라서 공무원을 선택했던,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 공무원을 선택했던 무언가를 해보고자하는 의지가, 그 이후의 행동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 역시도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밥먹고 살려고 경찰공무원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경찰공무원이 된 것이다.



나는 한 번 선택을 하면, 절대 그 선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_마이클 조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하기 마련이다. 가보지 않은길에 대한 환상으로 인해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우리는 항상 어떤 선택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미련보다는 내가 어제, 그리고 오늘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서 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사는건 어떨까. 당신의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어느 누구도 당신의 선택을, 그 이유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다. 내가 경찰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를 찾다가 내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의 생각들과 글들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응원이 되고, 오늘 하루를 다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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