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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하면 남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90년대생은 왜 공무원시험에 몰릴 수 밖에 없을까

by 민이음 Oct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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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하면 남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vs 공무원     



기업을 위한 취업준비는 자격증, 자기소개서, 토익점수 등등 또 다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들이 남는다. 내가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다른 기업에 지원하면 된다. A기업을 위해 썼던 자기소개서를 조금 수정하고 자격증, 토익점수와 함께 다른 기업에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5가지 과목을 합격할 때까지 공부한다. 공부한 과목들이 머릿속에 남으니 된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경찰시험은 한국사, 영어가 필수 나머지 3과목은 선택이다. 그중 가장 많이 선택하는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 과연 이것들이 내 안에 남아서 살아가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까? 약간의 상식으로만 작용할 뿐 합격하지 않는 이상 남는 것이 없는 게임이다. 한마디로 공무원 시험은 불합격하면 우리가 공부했던 시간들은 그냥 통째로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남는 것이 없는 이 게임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합격률이 5%가 채 안 되는 이 시험에 1년, 2년 그 이상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얼마나?     



공무원 시험공부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왔다면 정말 격차가 커서 떨어지는 시험이 아니다. 적게는 1~2문제, 많게는 3~4 문데 차이에서 떨어진다. 내가 헷갈렸던 문제를 찍어서 맞추느냐 아니냐, 마킹 실수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다. 공무원 시험은 완전한 실력으로만 붙었다고 볼 수 없는, 어느 정도의 운도 필요한 시험이다. 출제위원이 죽자고 이상한 문제를 출제하면 나머지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다 맞혔다는 가정하에 이상한 문제를 찍어서 맞춘 사람이 이 시험에 붙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공무원 시험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다음에 있을 시험인 6개월, 1년만 더 공부하면 붙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어느 정도 공부를 해놓아서 깔끔하게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시험. 완전히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닌 것 같은 시험. 한때 유행했던 인형 뽑기가 기억나는가. 한 번만 더, 1000원만 더 투자하면 인형 하나는 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그렇게 2000원, 3000원씩 계속 늘어만 가는 횟수는 마치 우리의 수험기간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시험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20대의 청춘을 공무원 시험에 날려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딱 한 번만 더, 다음에도 한 번만 더. 명확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은 채 단지 ‘한번 더’에 우리의 6개월, 1년을 다시 반복한다. 뛰어도 뛰어도 목적지가 없는 것 같은 이 시험에서 합격하거나, 불합격 후 다른 길로 빨리 가기 위해 우리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 놓아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고 방법을     



이 정도까지 했는데 떨어진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겠다!라는 기준을 정해놓아야 한다. 이 기준만큼은 단지 자신의 감이 아닌, 눈에 보이는 명확한 기준으로. 이번 시험에서 받은 점수로 ‘조금만 더 해봐, 다음에는 될 것 같은데?’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말자. 시험 당일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좌지우지한다. 오늘 좋았던 컨디션이 다음 시험에도 똑같이 좋을 리가 없다. 점수만으로 다음 시험에 도박을 하지 말고 공부해온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서 우리는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후회가 남지 않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이 시험이 날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준을 정해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만큼 똑같이 해서는 안된다. 이미 우리는 대학시절 남들과 똑같이 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나의 경우는 과목당 동형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정해놓고 더 이상 풀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한 과목당 푸는 시간을 줄일 수 없을 정도로 기준을 정해놓았다. 남들이 똑같이 하는 것처럼 시험 직전에 동형 20회로 만족하지 않았다. 한국사를 예로 들면 구할 수 있는 동형들은 몽땅 구해 100회 이상의 문제를 풀었고, 6분 이내에 문제를 소화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연습을 했다. 물론 필기노트를 다 외웠다는 전제 하였다. 옆에 있는 수험생도 똑같이 하는 ‘필기 노트1 00회 회독하기, 동형 20회 풀기‘같은 공부는 의미가 없다. 요즘은 누구나 그 정도는 한다. 내가 했던 기준을 똑같이 하라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후회가 남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답변      



우리가 왜 불합격하면 남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험에 다시 도전하는지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 조금만 더‘, ’ 다음번에는 될 것 같아서 ‘ 근거 없는 희망고문이다. 



우리는 왜 다음에 될 것 같다고 생각할까? 아직 채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채울 부분조차 만들어 놓지 않는 수험생활을 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운이 작용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운이 작용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시험 당일날 컨디션이 최악이었더라도 후회가 없는 수험생활을 해야 한다. 0.1점 차이로 떨어졌어도 우리는 그냥 불합격생이다. 불합격자와 합격자로 나뉘는 시험에서 불합격자 중 상위 퍼센트에 들어간 것뿐이다. 이 01. 점 차이는 밑에 있는 다른 불합격들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게임이다.      



2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내가 정말 좋아했던, 사랑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왜 그때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했는지, 왜 더 잘해주지 못했는지 후회가 남는 연애경험. 후회가 남는 기억이지만 다른 부분들로 채워질 수 있는 부분이다. 조금은 아쉽지만 우리에게 추억으로 남는 기억이다.     



하지만 수험생활은 후회가 남더라도, 조금 아쉽더라도 불합격하면 추억으로 남을 수 없다. 합격했을 때 아름다운 비디오로 남는 것이다. 우리가 왜 후회가 남는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각자 답변을 내보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만들어 놓은 뒤 수험생활을 하면 좋겠다.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다. 지금부터 후회가 남지 않으면 된다. 1년 차, 2년 차 수험생은 잊어버리고 오늘부터 1일 차 초시생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라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오늘 남들보다 조금 더 공부하자. 오늘 우리가 힘든 이유는 어제 쉬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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