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우리는 속았다_아무것도 몰랐던 90년대생

90년대생은 왜 공무원시험에 몰릴 수 밖에 없을까

by 민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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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몰랐던 90년대생들



삼각김밥에 팔았던 내 청춘

#학원 #아르바이트 #토익 #자격증



우리가 보낸 대학시절을 기억하는가? 놀고먹는 대학생이라는 말은 옛말. 3개월 가량의 방학기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채웠을까. 방학이 시작될 쯔음, 기말고사가 끝날 때 쯔음 우리는 알바몬, 알바천국에서 내 입맛에 맞는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각자의 이유는 다양하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기 위해서, 다음 학기에 쓸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렇게 아르바이트와 집을 번갈아가며 90일 가까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다시 개강을 맞는다.



학교에 다니는 생활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수강신청을 할 때는 나의 성장을 위한 과목을 수강하기보다는 최소 노력 대비 최대 학점인 과목을 찾는다. 취업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과제도 별로 없고 수업도 무난하다. 피하고 피했던 조별과제까지 하고 나면 어느새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즌이 온다.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얻어낸 4.0 이상의 학점은 만족스럽다.



다시 또 방학을 맞는다. 이제는 남들이 다 준비하는 토익공부를 해야 한다. 왜 우리가 이것을 공부해야 하는지, 이 점수를 내서 어느 기업에 사용해야 하는지, 어느 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을 원하는지조차 모른 채 옆에 있는 동기가 학원에 간다니까 나도 따라서 등록한다. 2년이면 만료되는 토익점수를 1, 2학년 때부터 공부한다. 단지 지금 한번 공부해놓으면 나중에 점수를 낼 때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업에 스터디에 과제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토익학원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끼니를 삼각김밥, 컵밥으로 대충 때우고 다시 또 펜을 집는다. 그렇게 우리는 삼각김밥에 청춘을 팔았다.



이렇게 4년 가까이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졸업시즌이 다가온다. 그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아둔 돈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 앞으로 직장인이 되면 여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순간을 즐기고 싶은 동기들은 해외여행을 가던지,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우리는 대학생활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시간과 돈을 1:1로 교환하여 얻은 돈으로 토익공부를 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할 수 있었을까? 동기들이 하는, 선배들이 하는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남들이 하는 만큼만 했을 뿐이었다. 왜 우리는 모두 같은 길을 걸어갔을까?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운 것은 똑같았다. 대학생이니 만큼 아르바이트해서 관련 자격증 따고, 토익점수 따고, 기분전환 겸 해외여행 다녀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무도 우리에게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너 자신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때 수능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입학했다. 옆에 있는 동기들, 선배들을 보니 학교생활 적당히 즐기고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 자격증 공부, 학기 중에는 학과 수업에 충실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토익점수를 만들었고, 방학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했다. 환경공학과였던 나는 교수님들이 쌍기사(기사 자격증을 2개 보유한 것을 이르는 말)의 경우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에 대기기사, 수질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그 자격증들은 경찰시험 가산점에 사용한 것 외에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종이 쪼가리가 되어버렸다.




졸업 후 나에게 남은 것은?



졸업 후 나에게 남은 것은 종이 쪼가리가 되어버린 자격증, 기간이 만료된 토익점수, 숫자로 박혀버린 학점, 학교와 학과만 찍혀 나온 무의미한 졸업장, 해외여행 사진들.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명확한 목표가 없는 채로 입학했고 4년이라는 시간은 금방 흘러가 버렸다. 그래도 남들이 하라는 건,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봤으니 괜찮다며 자기 위안을 삼아볼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졸업 후에

#졸업 #객관식 #생각



90년 대생들은 같은 길을 걸어왔다. 인생 선배님들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 왔다. 옆에 있는 친구가, 졸업한 선배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유별나다, 평범하지 못하다, 남들만큼만 하라며 다양한 도전들을 장려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수학, 영어, 국어, 사회, 과학만을 중요하게 가르쳤다. 그렇게 공부해서 간 대학에서는 각 전공에 맞는 이론적인 것들만 가르쳐 주었다.



그동안 가르침을 받아온 것들 중 우리의 생각을 열어줄 과목들은 없었던 것이다. 시험을 위한 공부에 익숙한 우리는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조차도 없었다. 그래도 나 자신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진로적성검사, mbti 같은 것들을 해보지만, 20년 가까이 알지 못했던 나를 몇 시간 만에 알려한다는 건 욕심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미완성으로 졸업했고 또다시 미생의 길로 들어섰다.



특별한 것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남다른 삶을 살거라 믿었다.

죽어도 평범해지진 않을 거라 다짐했었다.

평범하다는 것은 흔한 것.

평범하다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것.

평범하다는 것은 지루하다는 의미였다.

그때의 나에게 평범하다는 것은 모욕이었다.

회사원이 될 거야. 죽을 만큼 노력해서 평범 해질 거야.

나는 지금 평범 이하다. _드라마 청춘시대 中



우리는 모두 성인이 되면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평범하게 회사를 다녀도 그 속에서 각자 꿈꿔왔던 환상이 있었다. 특별한 것은 원하지도 않는다. 단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데도 그것마저도 어려워졌다.





이전에 발행했던 글을 조금씩 수정하여 재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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