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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대유감 Dec 26. 2019

6. 그냥 하다

운동을 처음 배울 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냥 하면 돼요" 뭔가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한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운동을 배우는 사람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말이 바로 이 말입니다.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고민을 통해 많은 해답이 생기기도 하지만 처음 배울 때는 이 말이 정말 중요합니다. 


운동을 배울 때 초급 단계에서 그냥 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운동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쓰는 것도 이해를 하는 것도 중요할 때가 있지만 초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몸을 쓰는 겁니다. 생각하면서 몸을 쓰는 게 아니라 생각 없이 써야 합니다. 걷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몸을 쓰는 것을 대충 말하면 "그냥"이 됩니다.   


몸을 쓴다는 건 정확하게는 근육을 사용하는 겁니다. 근육은 아주 신기하고 예민한 녀석입니다. 그리고 기억력이 조금 떨어집니다. 내성은 강하지만 지속력은 떨어집니다. 종류가 많고 각각의 근육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근육끼리 연결되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건, 인대, 뼈와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복잡한 녀석입니다


근육의 모든 작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 모든 것을 알 필요도 없는 것이고요. 다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근육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시작하는 것은 머리이긴 하지만 종국에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의식 밖의 영역입니다. 지금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한 번 해보시겠어요? 


한 10가지의 생각을 동시에 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가능하신가요? 아마 불가능하실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볼게요. 걸을 때 혹시 생각을 하면서 걷는 분이 있으실까요? 그러니까 다음 발은 어느 지점에 놓고 손은 어느 정도로 앞으로 뻗을 거고, 머리의 위치와 시선은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무도 이런 것을 고민하면서 걷지 않을 거예요.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이 모든 것을 끊임없이 연습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체화”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복된 연습으로 생각이나 의식을 하지 않아도 몸이 반응하는 겁니다. 그럼 몸이 반응한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냥 알게 됩니다. 여기서도 “그냥”이라는 말이 나오네요. 체화는 그냥이라는 말과 거의 의미가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할 때 “너 그거 왜 했어?” “그냥 했어”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냥은 아무 생각 없이, 의식 없이란 의미와 같습니다. 체화라는 어려운 말을 강사는 그냥이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아주 쉬운 단어로 말이죠. 의식 없이는 생각 없이와는 많이 다릅니다. 의식 없이 한다는 것은 의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연습했다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이제 처음 지점으로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강사가 말씀하셨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냥 규칙적으로 빨리 차세요” 이제 좀 다르게 느껴지시지 않으신가요? 규칙적으로는 수영 발차기의 방법이고 빨리 차세요는 근육의 사용과 관련 있는 것입니다. 이걸 반복하면 결국 우리는 “그냥”의 단계까지 가게 될 겁니다. 이게 바로 운동을 배우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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